증권 일반
홈플러스 ABSTB 부도 사태, 신용카드사 책임은 없는가 [김기동의 이슈&로(LAW)]
- ABSTB 부도 사태 이면...변칙적 자산유동화 방식
롯데카드, 카드대금 채권 상당 부분 유동화...이유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행된 홈플러스 ABSTB의 총액은 2조 7,181억 원 규모이며, 이 중 작년 12월 5일부터 발행된 4,019억 원 상당의 ABSTB가 지급불능되었다. 현재 검찰에서는 ABSTB의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의 사기죄 성립 여부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급 불능의 위험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ABSTB를 발행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홈플러스 ABSTB 부도 사태의 이면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관련된 변칙적인 자산유동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례적인 참가계약 통한 유동화 방식
ABSTB 구조의 출발점은 홈플러스와 신용카드사 간 체결된 ‘기업구매전용카드 이용계약’에 있다. 홈플러스는 2020년 초부터 롯데카드 등 주요 신용카드사들과 이 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협력업체에 대한 물품 대금을 위 기업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해 왔다. 홈플러스는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통해 최대 3개월의 여신 기간을 확보하는 대신, 신용카드사에는 3~4%(연 환산 12~16%)의 고금리 수수료를 지급했다.
홈플러스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수령한 후 결제일에 신용카드사가 지정한 계좌로 수수료를 포함한 카드이용대금을 납부함으로써 거래가 종료되는 방식이었다. 납품업체는 업체별로 따로 정해진 결제기일인 10~45일 내 신용카드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거나, 필요시 조기상환 수수료(예: 연 7.90% 할인율)를 지급하고 대금을 선지급 받을 수도 있었다.
신용카드사들은 홈플러스와 위와 같은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통한 거래를 지속하면서 동시에, 2023년 1월부터는 홈플러스에 대한 카드이용대금 채권을 유동화하기 시작하였다. 신용카드사가 해당 카드이용대금 채권을 그대로 보유하되,‘참가권’만을 유동화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자산유동화 목적의 특수목적회사(SPC)가 참가권을 기반으로 ABSTB를 발행하면, 주관 증권사인 신영증권이 이를 연 6~9% 사이의 할인율로 총액 인수한 뒤, 리테일증권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재판매함으로써 시장에 유통되었다.
ABSTB 투자자는 신용카드사가 회수하는 원금, 카드사용 수수료, 할부수수료, 연체수수료 등에 대해 일정 비율로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 즉‘참가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처럼 참가계약을 통해 카드이용대금 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식은 2023년 1월경 당시만 해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방식을 이용한 유동화 사례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최근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홈플러스는 기업구매전용카드만으로도 충분한 신용을 제공받게 되는데, 왜 이례적인 방식의 카드이용대금 채권 유동화까지 시도하였을까?
당시 홈플러스와 신용카드사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보면, 신용카드사는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온 홈플러스에 신용공여 금액을 증가시키면서도, 그에 따른 위험을 ABSTB 투자자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만약 ABSTB를 통한 유동화가 없었다면, 신용카드사들은 현재 부도 상태인 4,019억 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자신들이 떠안고 있었을 것이다.
2022년도 영업상황은 홈플러스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수준이었다. 홈플러스는 2022회계연도(2022년 3월 ~ 2023년 2월) 기준 영업손실 2,602억 원, 당기순손실 약 4,45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영업손실 1,335억 원, 당기순손실 372억 원) 대비 적자 폭도 대폭 확대되었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부터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계단식으로 하락해 왔다. ABSTB를 발행하기 직전인 2022년 8월에도 ‘A3+’에서 ‘A3’도 또 한단계 하락하였다. 신용카드사들은 그 한달 전 기업구매카드 이용계약 해지 조건으로 설정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기준도 그에 맞추어 하향 조정하였다. 이는 신용카드사들도 계속되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신용카드사들과 SPC 간에 체결한 참가계약에는 비소구 조항, 즉 ‘홈플러스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신용카드사는 SPC에 대해 별도의 상환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신용카드사들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무위험 수익’을 확보한 것이다.

‘변칙적 유동화 방식’ 이유 밝혀져야
신용카드사들이 카드이용대금 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산양도 방식’이 아닌, 이례적인 ‘수익참가 방식’을 택한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를 경우, 신용카드사들은 카드이용대금 채권 등을 유동화 함에 있어 동법 제13조에 따른 양도의 방식을 엄격하게 준수하여 원칙적으로 해당 채권과 관련한 Risk로부터 절연되어야 한다. 또한 양수인인 유동화전문회사가 홈플러스에 대하여 카드이용대금 채권 등을 직접 추심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동화계획 등록 및 보고, 신용보강, 정보공시 및 설명의무 등 금융당국의 감시와 감독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이러한 감시·감독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법상 일반 주식회사인 SPC를 설립하고, ‘수익참가 방식’이라는 변칙적인 방안을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SPC의 주주가 개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주주 구성 등 SPC의 구체적인 실체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해당 SPC는 조기상환수수료 등 일정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수익의 분배구조 역시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검찰수사를 통해 신용카드사들이 변칙적인 자산유동화 방식을 설계한 이유와 그 과정이 밝혀져야 한다. 또한 ABSTB의 기초자산인 카드이용대금 채권의 상당 부분을 유동화한 롯데카드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회사로서, 결과적으로 MBK파트너스는 채권자(롯데카드)와 채무자(홈플러스)를 동시에 지배하는 이중적 지위에 있었다. MBK파트너스가 이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홈플러스 카드이용대금 채권의 유동화 구조 설계와 실행 과정에 관여하였는지 여부 또한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금융시장에서의 신뢰는 거래 당사자들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단순한 유동화 플랫폼의 이용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해관계자로서 신용위험 전가를 위하여 적극 관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의 공유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신용카드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장의 목소리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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