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면…”틈새 시장 노려야”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30%에 육박
동남아 이커머스 1세대 기업 점유율 높아져 흑자 전환 성공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들어온 이후 가장 큰 생활의 변화는 집에서 편하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고 더 이상 무거운 것들을 들고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도 없어졌다. 편하게 집에서 앉아서 필요한 물건들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하면 끝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망이 깔리기 시작하고 컴퓨터의 보급이 보편화된 지역에서는 그때부터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동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은 스마트폰의 보급이 본격화된 2010년 초반에 가서야 그 편리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동남아시아의 전자상거래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필자가 2015년 처음 싱가포르로 이주했을 때 3%가 되지 않았던 전자상거래의 침투율은 현재 20%가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부국가는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기업 일부만 생존
그 흐름에 따라 생겨나기 시작했던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몇 개만이 남았다. 그중 당시 후발 주자였던 쇼피는 동사의 모회사인 SEA의 2017년 나스닥 상장이후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뒤따르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나누자고 한다면 1세대~3세대 모델로 나눌 수 있다. 1세대는 단순 중개 플랫폼이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단순히 연결시켜주고 판매자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다. 미국의 이베이, 한국의 G마켓을 생각하면 된다. 2세대는 아마존, 쿠팡과 같은 모델이다. 플랫폼과 더불어 자체 창고와 물류사를 가지고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 하는 상품의 입고부터 보관· 포장·배송·반품에 이르기까지 고객 주문의 전 과정을 물류 전문 업체가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모델은 창고, 자체 차량 등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3세대 모델은 소위 커뮤티티형으로 불리는 것으로 공통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소비를 주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중국의 판둬둬, 틱톡 등이 있다.
2024년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도래했다. 지난 10여 년간 적자 운영을 이어온 대표 플랫폼들이 마침내 수익성을 달성하였다. 라자다는 2024년 7월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고, 쇼피도 2024년 4분기에 흑자전환을 알렸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네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시장의 과잉 경쟁이 정리되며 상위 플랫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졌고, 둘째, 쇼피를 필두로 판매 수수료 인상이 단행되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셋째, 물류 내재화와 같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한 전략이 주효했다. 넷째, 틱톡숍과 테무 같은 신흥 플레이어들의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2017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아마존은 더 이상 이 지역에서 확장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1세대 모델 2세대 전환 느려
쇼피와 라자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전자상거래업체는 1세대 모델이다. 쇼피는 비록 SPX라고 불리는 자체 물류회사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하기는 하지만 2세대 모델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 연 10%가 넘는 이율을 받는 할부서비스 등 핀텍 분야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쇼피에서 쇼핑을 해보면 1,000원짜리 제품을 사도 몇 개월 할부가 가능하다.
쇼피가 흑자전환에 성공을 한데에는 수수료 인상이 가장 크게 작용을 했다. 쇼피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당시 강자였던 큐텐, 라자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판매자 수수료, 무료 배송을 통해 급격히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하지만 굳건한 1인자가 된 이후에는 판매자 수수료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광고비를 포함했을 때 판매자로부터 판매가의 약 40%를 가져간다. 광고비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로서도 지출을 해야만 하는 비용이 되었다.
자체 물류사를 통해 배송은 하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물량은 다른 물류사에 위탁을 한다. 쇼피의 압도적인 물량에 물류사들은 매우 낮은 가격으로 배송을 해주고 있으며, 이는 그 물류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즉 쇼피는 현재 판매자들과 물류사들의 이익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이 구도는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징둥이 3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쇼피와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라자다는 중국의 상품 및 판매자 소싱에 대한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라자다는 필요할 경우 알리바바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제조업기반이 약해 자체 생산 상품 및 브랜드가 거의 없는 동남아시아에겐 중국의 물건이 없이는 현재로서는 전자상거래의 운영이 쉽지 않다.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에서도 보면 과거 알리바바와 JD가 20년간 시장을 지배하였으나 현재는 2세대 없이 3세대 플레이어들과 시장을 나눠가지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는 틱톡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위협은 되지 않고 있고 현지 관련 스타트업은 보이지가 않는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이 흐름은 시사점이 크다. 동남아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스타트업이나 ▲물류 ▲결제 ▲광고 솔루션 기업들은 플랫폼과의 ‘경쟁’이 아닌 ‘틈새’를 찾는 전략이 절실하다. 또한, 수익성과 시장지배력의 역설 속에서, 디지털 경제가 단순한 팽창이 아닌 내실과 생존의 국면에 들어섰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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