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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삼양의 '60년 라면전쟁'...K-푸드, '세계의 별'로 만들다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유통

6·25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남대문시장 거리. 한 그릇에 5원 하는 미군부대의 음식잔반을 끓여 죽으로 만든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이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대책으로 당시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던 인스턴트라면을 떠올렸다. 1963년, 그렇게 한국 최초의 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한국인을 기아로부터 해방시켰던 구황식품, 라면이 이제 글로벌 식품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라면업계의 두 거인 농심과 삼양이 있다.이 두 라면 제국의 60년 대결은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닌, 한국 식품 산업의 진화와 혁신의 역사다. 각각 40%와 77%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이 두 브랜드는 이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우뚝 섰다. 전쟁 이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긴급식량에서 시작해, 이제는 한국 식문화의 첨병이 된 두 라면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 속에 K푸드의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라면 名가 삼양과 농심의 탄생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한 것은 삼양식품의 창업자 전중윤 회장이었다. 일본 묘조식품(明星食品)의 회장을 집요하게 설득해 한국시장에 도입된 '삼양라면'은 국물과 면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혁신적인 식품이었다. 무료로 기술을 받고, 로열티도 없었던 파격적 계약 덕에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인 10원에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 커피 한잔이 35원, 담배한갑이 25원, 자장면이 25원이었던 시절이었다. 삼양라면은 한국인의 허기를 달래주는 '국민 식품'이 되었다.1971년, 롯데공업(후의 농심)이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의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라면 시장을 노렸다. 롯데공업은 초기에 '롯데라면'을 출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삼양라면은 시장점유율 70%를 넘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열세를 면치 못하던 롯데공업은 라면 사업을 삼양에 매각하는 것까지 고려할 정도였다.전세를 뒤집은 건 1982년,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춘호 회장이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안성탕면'과 '너구리'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삼양이 닭육수를 고집할 때 농심은 쇠고기 육수로 차별화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게임체인저였다. 적절한 매운맛은 한국인의 혀를 사로잡았고,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농심 쪽으로 기울어 갔다. 승승장구하던 농심과 달리, 삼양에겐 재앙이 닥쳤다. 1989년,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소기름(牛脂)을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쟁사의 고발로 추정되는 이 사건은 삼양을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10년 가까운 법정 싸움 끝에 우지가 건강에 무해하다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시장점유율은 10%대로 추락했다. '가짜뉴스'의 원조 격인 이 사건으로 한 기업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라면시장에는 이때부터 농심의 독주 체제가 이어진다.파산 위기에 몰린 삼양은 2012년, 승부수를 던진다. 당시 불닭, 매운갈비 등 매운맛 열풍이 만들어진 것에 주목하며 만든 것이 극한의 매운맛을 강조한 '불닭볶음면'이었다.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외에서 '불닭 도전'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판매 금지 조치(너무 매워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의 정부 리콜 조치)가 역설적으로 '핫 챌린지'라는 전 세계적 현상을 만들어냈다. 금지된 맛에 대한 호기심이 글로벌 마케팅의 엔진이 된 것이다. 삼양은 이때부터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다.삼양의 글로벌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은 국내 생산이지만 현지 니즈를 철저히 반영한 현지화 전략에 있다. 미주는 화이트 소스로, 중동은 할랄 인증으로, 유럽은 저나트륨 제품으로 현지 입맛을 공략했다. 2024년, 해외 매출 비중 77%, 그중 89.7%가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하며 단일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했다. 급기야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이 농심을 제치며, "라면=농심"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 왔다.농심의 글로벌 전략은 1994년 LA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에 이어 2022년 미국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을 개시하면서 꾸준히 시장을 넓혀갔다. 중국에서도 상하이에 이어 청도, 심양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현지화를 꾸준히 하며 현지 유통장악력을 앞세워 시장을 서서히 안정적으로 확장해 왔다.두 브랜드의 성공 DNA농심과 삼양의 경쟁은 상반된 전략의 성공사례다. 농심은 신라면을 필두로 정통의 맛을 지키며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현지생산의 글로벌 인프라로 안정적 성장을 추구했다. 반면 삼양은 불닭이라는 파격적 제품 하나로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국내생산을 통해 K푸드라는 브랜드 정체성, 안정적 품질을 추구하며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으로 빠르게 시장을 침투했다. 농심이 '정통성'과 '안정성'으로 승부했다면, 삼양은 '혁신'과 '소비자 주도형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재창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두 기업 모두 K푸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품질의 일관성을 지켰다는 점이다. 경쟁브랜드인 일본과 인도네시아 제품 대비 고품질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이유다.배고픔을 달래던 구황식품에서 시작해 한류의 첨병이 된 라면의 여정은 K푸드 세계화의 교과서다. 농심과 삼양의 60년 경쟁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다툼이 아닌,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독창적 문화 코드를 창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이 세계의 식문화를 바꾸고 있다. 맵고 뜨거운 한 그릇의 라면이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이 역설적 성공 스토리 속에서, K푸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2025.04.12 10:00

4분 소요
한국기업, 동남아시아 할랄 시장을 주목하라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전문가 칼럼

할랄(Halal). 우리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요즘 그 시장의 거대함과 젊은 층 사이에 인식변화로 인하여 점점 익숙해지고도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분야일 것 같다. 할랄이란 단어는 아랍어로 허용된(permissible)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슬람 법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식음료와 관련된 할랄의 개념은 패션, 화장품 및 제약·금융·관광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럼 전 세계 할랄 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할랄 산업 중요 분야는 식음료…2030년 7300조원 규모로 성장우선 할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식음료는 2023년 2조 달러 (3000조 원) 규모가 되며, 2030년 5조달러 (7300조원)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행·보험·투자를 아우르는 이슬람 금융은 2022년 4조달러(5800조원)에서 2026년 6조달러(8800조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패션은 2024년 4261억달러(621조원)에서 2030년 5714억 달러(834조원)으로 성장 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 여행자들의 독특한 수요를 충족하는 여행의 경우 2024년 2600억달러(3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랄 시장 전체는 2030년까지 연 5%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할랄 시장의 성장 원인은 전세계 무슬림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청년층의 구매 잠재력 및 ESG 기조 확산에 있다. 비 무슬림 소비자 중 위생,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천연 및 유기농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소비층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이 주요축이다. 각 나라는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할랄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제조, 인증, 수출을 통해 성장의 한 축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최대 이슬람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약 2억8000만 인구 중 2억3000만명이 무슬림으로 할랄시장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23년 인도네시아 할랄시장 규모는 2790억달러(407조원)이었는데 2030년까지 연 14.2% 성장하여 8070억달러(1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할랄시장 성장배경에는 할랄인증 의무화에 있다.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할랄 라벨 및 비할랄 정보 부착 의무(로고표기)를 유예기간을 거쳐 식음료 제품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 할랄 의무화를 적용하고자 했다. 다만 2026년 10월 17일까지 인도네시아 영세·중소기업 및 수입제품에 대해 인증의무를 유예하였다. 현재대로 간다면 한국 기업이 식음료·화장품·약품·의류 등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2026년 10월 17일까지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중산층 소득의 증가와 함께 음식료품에 있어서도 고단백, 기능성 식품 등 점차 프리미엄 시장이 넓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포괄적인 할랄 생태계와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으며 할랄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꾸준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에서 발행한 할랄 인증은 47개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할랄 산업이 말레이시아 GDP의 11%를 차지함과 동시에 말레이시아를 할랄 허브로 키우겠다는 할랄 산업 마스터 계획 2030 (HIPM 2030)을 2023년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할랄 산업 투자 진흥을 위한 국가 공인 산업단지(Halal Park) 운영과 더불어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할랄인증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고 한다. 할랄인증 신청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소비자가 인증서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할랄인증서 검증 시스템 도입하는 등 할랄인증 과정을 투명하고 간편하게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 중심지로 세계 최대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5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할랄 제품은 이슬람 국가 뿐만 아니라 중국·미국·한국·일본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농심·CJ제일제당·삼양식품 등 할랄 시장에 적극 진출 전체 인구의 10%가 무슬림인 태국도 할랄 식품 생산과 관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태국에서 할랄 식품 수출액은 2023년 10조원에 달한다. 태국에는 의외로 술을 팔지 않는 등 무슬림을 위한 호텔이 많으며 필자도 태국 출장시 몇 번 자본 기억이 있다.한국의 기업들 특히 식품 기업들은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이다. 농심, CJ 제일제당, 삼양식품, 동원 F&B, SPC, 교촌치킨 등이 신 시장개척을 위하여 이미 할랄 시장에 뛰어 들었고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유통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가 말레이시아에 처음 수출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의 관세 등으로 인해 촉발될 향후 무역전쟁에서 새로운 시장의 개척은 매우 중요하다. 할랄은 K 문화가 전세계에서 인기가 있는 가운데 우리의 미래 산업이 되고 경우에 따라 이슬람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할랄을 종교적 관점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접근을 하고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임과 함께 관련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할랄 산업 진출을 위해 동남아시아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2025.04.12 09:00

4분 소요
코로나 팬데믹 선언 5년, 中 ‘우한’을 다시 찾다[특파원 리포트]

차이나 포커스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중국 중남부 지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武漢), 최근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자율 주행 산업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만났던 기사들은 대부분 질문에 성의껏 대답하며 친절하게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각났다.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지 한참 됐는데,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라고 묻자 쓸쓸하게 웃더니 “네 뭐 그렇죠…”라며 말끝을 흐린다.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5년, 강산이 절반 정도 변할 만큼 길다면 긴 시간인데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화창한 날씨, 벚꽃 흐드러졌지만…마스크는 아직지난 3월 하순 찾은 우한은 봄철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에서는 ‘코로나 발원지’라는 낙인이 찍혔으나 원래 우한은 벚꽃으로 유명한 도시다. 우한은 마치 우리나라의 춘천처럼 긴 강과 호수들이 어우러진 수변 도시다. 이중 하나의 호수인 둥후(東湖)에는 수많은 벚꽃 나무가 있는데 봄만 되면 장관을 연출한다. 고작 호수 하나일 뿐인데 들어가는 입장료만 60위안(약 1만2000원)이다. 평일 오후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둥후는 벚꽃 경치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붐볐다. 우한은 젊은이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우한은 인구가 1300만명대로 중국 8위 수준의 대도시다. 이중 10% 가량이 대학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우한대(이곳 캠퍼스 역시 벚꽃으로 아주 유명하다), 이공계 명문인 화중과기대를 비롯해 우한이공대, 화중사범대, 중난재경정법대 등 80개 이상 대학교가 우한에 밀집했다.화창하고 온난한 날씨, 도로나 관광지에서 몰려다니는 젊은 대학생들까지, 지금 우한에서 코로나19 발원지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올해 초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새로운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듯했다.하지만 우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우한으로 출장을 갈 계획이라는 이야기에 지인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 나온 곳 무서워 어떻게 가나”라는 반응이었다. 우한에서 일하고 있는 한 한국인 주재원 역시 “예전에는 우한을 아무도 몰랐는데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됐다”라고 푸념하듯 말했다.겉으로는 활기가 넘쳐 보이지만 우한 시민들에게 코로나의 흔적은 남아 있다. 어색하게 말을 흐린 택시 기사도 그랬고 벚꽃을 즐기러 온 인파 중 마스크를 쓴 관람객들의 모습이 그랬다. 아직도 우한의 지하철을 타면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아무래도 은연중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방어 인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국제사회에서는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라고 지목하며 비판하고 있지만 우한 사람들은 약간 다른 생각이다. 한국인 주재원은 “우한 사람들은 ‘우리가 희생해서 적극 방역에 동참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우한은 코로나19 발생 후 도시를 폐쇄하는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했는데 이게 우한 시민들의 희생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날아오는 비난을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진핑 ‘영웅의 도시’ 치켜세워, 경제 규모 지속 성장코로나19를 일선에서 맞선 것에 대한 공로일까. 팬데믹이 지난 후 우한은 중국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3월 우한을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약 2년 3개월만인 2022년 6월 이곳을 다시 찾아 ‘영웅의 도시’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우한은 현재 중국 자율주행 분야에서 선도 도시로 꼽힌다. 우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9월 처음 국가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험 시범구를 만들고 관련 사업을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2022년 8월에는 안전요원이 없는 완전 무인 택시가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때까지 자율 주행은 택시 등에서 일부 상용화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조수석에 사람이 타서 전반적인 상황을 통제하곤 했다. 그런데 우한에서 최초로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택시가 다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를 타고 도시 중심부와 공항 고속도로를 오갈 수 있는 서비스도 처음으로 시작했다.자율 주행 사업에 적극 참여한 기술기업 바이두는 현재 이곳에서 1000여대의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다. 우한에서 자율 주행 차량을 찾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우한은 중서부 지역에선 충칭·청두와 함께 국가 인공지능(AI) 혁신 선도 도시로 지정됐다. 우한대·화중과기대 등에서 AI 관련 학과를 신설해 교육 기반을 확장하는 것이 내용이다. 2021년엔 서비스업 확대 개방 종합시범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중부 지역 주요 도시의 마스터플랜(2021~2035년)에 대한 중국 국무원의 설명을 보면 우한은 가장 중요한 도시로 지목했다. 중부 지역의 중심 도시이자 경제·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지로서 허브 기능과 경제 중심 기능을 갖춘 유일한 도시라는 평가다. 우한의 국내총생산(GDP)는 2023년(2조17억위안) 처음 2조위안을 돌파했고 지난해 2조11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5.2% 성장했다. 지난해 중국 전체 성장률(5.0%)을 웃도는 수준이다.우한은 최근 직할시로 승격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에서 직할시는 성과 동격인 일급 행정구역이다. 현재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4곳뿐이다. 중국의 다섯 번째 직할시 후보는 우한을 비롯해 난징·시안·쑤저우 등 다양하지만 코로나19를 견딘 우한의 성장세를 주목할 만하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딛고 성장한 우한의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오로지 수도인 서울에 모든 인프라가 집약된 우리나라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인구·영토와 내수 규모 등에서 중국이 한국을 웃돌고 있지만 우리 또한 적절한 지역 특성화 계획을 통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5.04.12 06:01

4분 소요
경제 위기 부른 정치의 실패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습니다. 온 국민이 넉 달, 123일간 계엄과 탄핵심판의 스트레스를 받다가 내란범 탄핵으로 웃음을 되찾긴 했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파탄 날 지경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이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를 받은 것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내수가 더욱 위축됐고, 결국 4분기 역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1분기에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환경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최악입니다. 대미 수출 시 상호관세 25%와 주력 품목인 자동차·철강 25%에 더해 반도체 관세 부과도 예고돼 있는데요, 이대로라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하나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대미 수출이 종전보다 13% 이상 감소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비상이 걸린 각국은 미국과 협상에 나서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25%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대해 90일 유예하고 맞춤형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는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주둔 등 안보를 묶어 ‘패키지 협상’을 하겠다고 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관세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강력한 리더십 부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난 수준의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정치의 실패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정치 실패의 원인을 짚었는데요, 국회가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해야 하는 데 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양측의 잘못을 질책하면서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해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역사상 두 번째인 대통령 파면은 어느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결과를 온 국민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인데요, 오는 6월 3일 치러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복합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지도자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겠습니다. 그것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2025.04.12 06:00

2분 소요
홈플러스 사태, 또 다른 피해자...'세일앤리스백' 투자자들 [김기동의 이슈&로(LAW)]

전문가 칼럼

지난달 4일 홈플러스가 돌연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400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부도가 나면서 피해가 현실화됐다. 최근 ABSTB를 발행하고 판매한 증권사들이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이를 숨겼다면서 홈플러스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로 야기된 피해와 법적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뇌관은 홈플러스의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으로 인한 법적 문제다. 홈플러스는 점포를 세일앤리스백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장기간 보장해 주고 매각 대금을 크게 높였다. 8% 내외 임대료를 20년 이상 보장해 준 곳도 있다. 자산운용사 등은 고액 임대료 보장을 믿고 대출과 투자를 받아 점포를 인수했다. 공모펀드나 부동산 리츠를 통해 많은 소액투자자들도 이곳에 투자했다. MBK의 무리한 차입경영...이자만 영업익 6배최근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점포 중 차임이 과다한 곳에 대해서는 “계약해지권을 활용한 후,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해 ‘회생담보권’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높은 임대료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통상 부동산 임차료는 공익채권이나 일반 회생채권이 된다. 이와 달리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임대한 투자자들을 소유자가 아닌,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로 보겠다는 뜻이다. 장기간 높은 임대료를 보장해준다는 홈플러스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투자한 임대인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작금의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은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기업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MBK는 2015년 총 7조2000억원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가 직접 투입한 자금은 약 3조 원 수준이고, 나머지는 차입 및 기존 부채 승계 방식으로 조달됐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구조는 SPC를 활용한 복잡한 LBO 구조로 설계됐는데, 최종적으로 홈플러스가 모든 부채를 떠안는 구조다.인수 직후, MBK는 알짜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차입금 부담을 줄여나갔다. 2024년까지 홈플러스 28개 점포 및 물류창고 매각을 통해 4조1149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이중 세일앤리스백 매장은 총 15개이다. 지난해 5월에는 자가 매장 62개를 담보로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1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기존 금융부채를 상환했다. 더 이상 홈플러스에는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만한 자산이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MBK는 홈플러스 주식을 완전하게 취득했지만, 홈플러스의 차입금은 급증했다. 인수 전인 2015년 1조6178억원이었던 차입금이 2024년 11월 말 5조462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상환전환우선주(9786억원)를 포함하면 6조3277억원에 달한다.그 결과 홈플러스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이자비용으로만 약 2조9329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해당 기간 발생한 영업이익의 6배가 넘는다.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고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인수금융 상환과 MBK 투자자들의 투자금 상환 등에 사용됐다. 사기죄 성립 소지...검찰 나서야반면,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중단됐다. 이는 홈플러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회생 신청 직전 홈플러스가 보유한 현금이 고작 1100억원에 불과했고, 그중 800억~900억원이 직전 달에 ABSTB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라는 사실도 보도됐다. 기업어음(CP) 신용등급 역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5년 8월 가장 높은 ‘A1’이었으나 MBK의 인수 직후 ‘A2+’로 떨어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어 올해 2월에는‘A3-’까지 고꾸라졌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2월 27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을 통보받았고 그 이후 회생신청을 결정했다는 MBK와 홈플러스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사모펀드의 엑시트(exit) 전략으로 회생신청이 이뤄졌다고 보는 시장의 시각이 훨씬 설득력 있다.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블라인드펀드 3호의 LP(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이미 다른 투자 건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MBK도 GP(사모펀드 운용사)로서 1조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작년 홈플러스 일부 사업 부문을 분할하여 매각하려는 시도도 실패했다. 그런 상황에서 피인수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면, 사모펀드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법원의 손을 빌어 채무를 동결하거나 조정한 후, 출구전략을 찾는 것이 MBK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손쉬운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진지한 자구노력 없이 기업회생을 선택한 사모펀드의 경영자가 사재를 출연하면서까지 피해회복에 나서 주길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수사를 통하여 사안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이 피해자를 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장기간 고액 임대료 보장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우선 급한 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높은 가격에 점포를 매각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소지가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서는 검찰밖에 없다. 검찰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5.04.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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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경영’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인사 전략[대신경제연구소 ESG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우리가 당면한 인구 문제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가 됐다. 작년 5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열 곳 가운데 일곱 곳(68.3%)은 이대로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유지되면 조만간 인력 부족, 내수기반 붕괴와 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업 또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실시한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기업 중 자산규모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점에 그쳤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 해당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기업들의 공통점은 법정 출산휴가 기간이나 육아휴직 기간을 초과해 보장하는 등 법적 의무를 넘어선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다수 기업의 인구경영 행보는 ‘법적 의무사항 준수’에서 그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육아지원제도·유연근무제도 공개 의무…“규제 아닌 기회”기업들의 육아지원 정책과 관련해 올해부터 추가되는 제도가 있다. 기존의 육아지원 3법인 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에 더해, 2024년 말 사업연도부터 상장기업은 사업보고서에 육아지원제도와 유연근무제도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서식이 추가됐다.이를 통해 표준화된 양식과 기준을 적용해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새로운 기업 평판과 유무형 자산 생성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육아휴직 사용률이나 유연근무 활용률이 높은 기업은 인재들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들 지표가 ESG투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정부는 재정부담이 큰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당근책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을 채용할 경우 지원금을 전년 대비 상향하고, 유연근무 장려금 지원요건은 완화하며 일·생활 균형 인프라 투자비 지원은 늘리는 등 올해 들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 직원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경영’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인구정책의 성공은 정부·기업·교육계·국민 인식 개선 등 사회 전반의 협력과 합의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는 가능하다. 과거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기업들의 생산성 저하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돼 있다. 기업의 인구경영 정책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앞서 소개한 한미연의 인구경영 평가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13개 산업 중 가장 우수한 산업은 ‘정보통신업’이다. IT·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특성상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직이 활발해 복지정책 수준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보도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출산 장려금 1억원 지원 정책 발표는 이러한 산업 특성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육아 장려에 소요되는 비용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가족친화적 기업 이미지 구축을 통해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 보육시설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 잠재적 고객을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인구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구경영을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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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등 공공영역 채용 비리, 해답은 국가채용원이다 [이근면의 시사라떼]

전문가 칼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눈총이 따갑다. 그동안 국민의 견제와 감시는 대통령실, 국회, 검찰, 언론 등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권력기관에 집중되어 왔다. 선관위가 이토록 성토의 대상이 되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지난 2월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 감사 결과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경력경쟁채용 관련 규정 위반이 총 878건에 달한다. 매년 90건 가까운 채용절차 규정 위반이 빈번히 이루어져 온 것이다. 전현직 사무총장 등 고위직들은 공공연히 자녀를 선관위에 낙하산으로 들여보냈다.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문책과 책임은 멀리 있고 남의 눈물은 흘리게 하고 특권을 누렸다는 당사자들은 오늘도 건재하다. 그야말로 종합적 불공정과 부정의 백화점을 보여주었다. 꽁꽁 얼어붙은 채용 시장의 한파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대못을 박는 공적 테러이다. 공공적 신뢰와 공정성에 대한 희망을 부숴 트리는 공적 횡포이다. 그동안 대거 공공기관에서 있었던 채용 비리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수년 전에도 TOP 뉴스가 되었던 강원랜드 청탁 채용 사건, 국정원 채용비리, KT 부정 채용 사건 등의 불공정 논란이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었지만 시스템이 보완되어 청년의 피눈물을 닦아 주어 공정한 공공 채용이 이루어지겠거니 하는 기대는 또 한 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일반 공공기관을 넘어 헌법 기관까지 무차별적인 부정이 상시적인 관행으로 구조화, 고질화되고 마치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서슴없이 공언하는 지경에 이르니 과연 무엇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가 혼란스러운 현실이다. 청년 취업자,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 낳은 사태쌍팔년도식 채용 비리는 선관위의 권위와 신뢰를 한순간에 잠식한 최악의 참사다. 그동안 논란이 된 채용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었고 전반적인 부정과 불공정성이 공공 채용 영역에 똬리를 단단히 틀고 있는 것이란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야말로 공적 기능의 공정성이 철저히 무너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채용에 목매는 청년 취업자에게 낙망과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원망을 낳았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려면 공공 채용의 가장 큰 실책인 불공정, 불투명한 채용절차부터 손봐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떳떳한 채용절차를 통과해 누가 봐도 그 일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줘야 일의 결과물인 공적 활동도 공신력이 생기는 법이다.선관위의 일탈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은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그중 문제의 핵심인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채용 절차의 투명성, 공정성,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제에 공공기관 인사채용 업무를 전담하는 가칭 국가채용원을 만들고 국가채용원으로 하여금 인력 충원 전반을 맡겨보자. 업무 역량과 공적 마인드를 동시에 갖춘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독립기관이 있다면 고위직이 사전에 채용정보를 빼내거나, 심사위원에 측근을 배치하고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비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그동안 있었던 국민적 신뢰도 회복할 수 있는. 2023년 12월 31일 기준 행정부 소속 공무원은 114만 명에 이르고 응시생만 해도 매년 6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47만명 공공기관까지 망라하여 채용을 전담하는 국가채용원이 채용 업무를 맡아 외압을 차단하고 실력 있는 지원자를 찾아내는 데는 추락한 공공성을 회복하고 양질의 인재를 획득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공공기관의 직원들도 부당한 압력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전문적 역량을 갖춘 외부기관인 국가채용원에서 뽑아주는 실력 있는 지원자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전문성·공정성·효율성·객관성 등 모든 면에서 응시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 외교, 국방, 경제 산업 지도가 바뀌어 가는 격변기이다. 이에 수반된 세계적 인재 쟁탈 전쟁에서 공공영역의 인재를 우선 확보하는 대안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응시생은 대입 예비고사 응시생보다 많고 훨씬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절차적 투명성, 공공적 신뢰성은 전문적 기능과 역할이 담보할 수 있다. 공적 영역의 채용 기관과 절차 수준의 낙후성도 바로잡아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하고 공적 기관 활동의 정당성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국가채용원에 인력·예산 보장해야공무원 (신입, 경력, 고위직 등)과 정부 투자기관 등의 공공기관의 채용 절차 관련 일체를 담당하는 인재 선발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게 될 국가채용원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만 보장해 준다면 실제 전문화, 집중화의 효용은 오히려 국민 세금을 아끼게 될 것이다. 그동안 각 기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제각기 비전문적으로 해 왔던 채용절차를 갈아엎고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결합한 최신 과학적 채용절차를 통해 준비된 공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고 인재를 확보하여 공무원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조직의 성패와 성장은 사람에 달린 것이고 핵심 인재는 미래를 약하는 법이다.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채용 업무는 조직의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할 엄중한 일이다. 공무원 채용 실패는 국가 운영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채용과정보다 더욱 신중하고 전문적으로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고도의 공정성과 공공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담 국가채용원을 만들어 일을 맡기면 공공 영역은 자연히 본업인 공공 관리를 더 잘하는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뀌어 국가 발전에 획기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인재가 일 잘하는 공직사회⌟ 결국 대한민국의 내일을 담보하는 일이다.

2025.04.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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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롤러코스터’ 탄다”…조증과 울증 사이 ‘양극성 장애’ [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과하면 문제가 된다. 기분이라고 다르지 않다. 일상을 살아갈 때는 기분이 ‘적당히 나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해야 편하다. 감정 기복은 통상 잔잔한 희로애락을 느끼는 수준이면 삶의 자극으로 충분하다. 만약 감정 상태가 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생긴다면 자신도 주변인도 힘들어진다.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양극성 장애는 기분 장애의 일종이다. 과거에 조울증(Manic-Depressive Illness)으로 불렸다. 조증(Mania) 삽화와 울증(Depression) 삽화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삽화는 정상적이지 않은 기분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조증은 흥미·즐거움·자신감 등이 정상보다 지나친 상태다. 조증이 나타나면 말이 많아지다 못해 횡설수설하거나, 행동이 부산스러워진다. 또 무모해지거나 옷차림이 화려해지고 과소비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경조증(Hypomania)이라고 칭한다. 가벼운 조증이라는 뜻이다.반면 흥미·즐거움·자신감 등이 정상보다 부족한 상태는 울증이라고 한다. 울증 삽화는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과 비슷하다. 울증이 나타나면 일상 전반에서 의욕을 잃어버리고 과거에 늘 해왔던 일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다. 사고 속도가 느려지거나, 기억력·이해력·판단력 등이 감퇴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양극성 장애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조증·울증 삽화 간 상대 빈도, 증상의 세기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조증 삽화가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양극성 장애를 분류한다. 조증이 울증과 번갈아 나타나면 I형, 경조증이 울증과 번갈아 나타나면 II형이다. 하지만 I형과 II형을 나누는 것만으로 양극성 장애를 구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실제 삽화 특징, 장기적인 경과의 특성 등에 따라 세분 양상을 나누기도 한다. 먼저 주기에 따라 양극성 장애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특정 계절에 유독 조증·울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계절성 양상이다. 40대 A씨는 이런 이유로 봄을 두려워했다. A씨는 “땅이 녹을 때쯤 문제가 생긴다”라며 걱정을 털어놨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 기분이 들떴기 때문이다. A씨는 봄이면 말을 멈출 수가 없어 쉴 틈 없이 계속 이야기를 떠벌리고, 고양감에 자신이 마치 초능력자가 된 듯 착각하기도 하는 증세가 나타났다.A씨는 이 시기 과소비하거나 일을 과하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동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일을 벌이고 씀씀이를 키우면서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 일을 하니 몸에 피로가 쌓여 힘들었다. A씨는 봄만 되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A씨는 “매년 봄이면 지인들과 마찰이 생겨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며 “봄이 지나면 빈 지갑과 사라진 친구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한 걸까’라는 자괴감이 든다”라고 토로했다.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울증 사이의 순환 주기가 매우 빠른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급속순환형(Rapid Cycling Type) 양극성 장애라고 한다. 20대 B씨가 그랬다. B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라고 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시끄러운 장소에서 공부해도 몰입이 잘 되는데, 기분이 나쁠 때는 매사에 짜증이 나고 작은 일로도 눈물이 난다는 설명이었다. 감정 기복 탓에 매일 연인과 다투고, 다툼 탓에 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악순환도 발생했다.양극성 장애, 다른 질환과 혼동 주의양극성 장애는 경과와 증상이 어떤지와 별개로 진단할 때 다른 질병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 10명 중 6명은 조증 삽화로, 3~4명은 울증 삽화로 양극성 장애 증상이 시작된다. 환자의 첫 삽화가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어 적절하게 치료받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울증 삽화로 시작한 환자는 이후 조증 삽화가 나타나면 그때부터 양극성 장애 치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양극성 장애 II형으로 경조증 삽화가 먼저 나타났다면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통상 조증 삽화가 울증 삽화보다 주변 사람이 포착하기 쉽다는 점도 치료를 어렵게 한다. 양극성 장애 환자가 가족이라면, 가족들은 울증보다 조증 증상을 힘들어한다. 실제 조증 삽화가 발생한 이후 가족에 의해 병원을 찾는 양극성 장애 환자가 많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통상 우울 증상을 더 고통스러워한다. 문제는 울증 삽화가 나타난 환자는 무기력증으로 인해 병원을 스스로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양극성 장애가 있는 이들의 평생 유병률은 1~2% 수준이다. 발병 시기는 대체로 20대 초반이다. 병의 기전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거나 부족한 경우 양극성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리튬을 비롯해 약물 치료에 쓰이는 기분조절약물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병들이 으레 그렇듯 스트레스도 양극성 장애를 촉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B씨의 경우 취업 준비 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가 양극성 장애 증상을 키웠다.양극성 장애의 재발을 막으려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잦아들었다고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약물 치료를 받는 동시에 환자 자신도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증상이 재발했을 때 환자보다 주변 사람이 문제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A씨의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배우자의 역할이 컸다. A씨가 평소와 같지 않음을 포착한 사람도 A씨가 병원을 찾게 한 사람도 그의 배우자였다. B씨도 연인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이어갔다. 환자가 치료를 꾸준히 받는 데 주변 사람이 도움이 된 것이다. B씨는 “병원에 가기 귀찮을 때마다 연인이 자신을 병원으로 이끈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2025.04.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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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키워드는 ‘친환경’…입장권 판매 여전히 저조 [E-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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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이달 13일 오사카 유메시마 인공섬에서 개막, 10월 13일까지 184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5년 주기로 열리는 엑스포가 일본에서 열리는 건 1970년 오사카, 2010년 아이치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제박람회협회(BIE) 공인 36번째 ‘등록 박람회’인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로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2회)를 제치고 미국(7회), 벨기에(6회), 프랑스(5회)의 뒤를 잇는 세계 4위 엑스포 최다 개최 국가에 등극했다.55년 만에 오사카에서 열리는 이번 엑스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명’과 ‘친환경’이다. 주제인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디자인’은 인류의 미래 번영을 이끄는 동력인 ‘생명’ 본연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엑스포의 꽃’ 국가 전시관 메인 콘셉트는 ‘친환경’ 일본국제박람회협회와 BIE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175년 국제 박람회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사카시 서쪽 끝 매립 인공섬에 들어선 여의도 면적 절반 크기(1.55㎢)의 엑스포장은 ‘친환경’ 콘셉트에 따라 조성됐다. 엑스포장 내부에 110여 개 파빌리온(전시관) 역시 설계부터 시공,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줄이기’(reduce)와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이른바 ‘3R’ 원칙과 기준에 맞췄다.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상징하는 대표 목조 구조물 ‘그랜드 링’(Grand Ring)도 ‘친환경’이 메인 콘셉트다. 일본산 삼나무와 편백나무, 유럽산 적삼나무를 이용해 면적 6만㎡ 부지에 건립한 그랜드 링은 수평 보와 수직 기둥을 홈을 파 연결하는 일본 전통 건축기법(누키)을 따랐다. 엑스포의 하이라이트 구역인 ‘시그니처’와 ‘해외’ 전시관을 둘러싸고 있는 그랜드 링은 지름 615m, 둘레 2㎞, 최대 높이 20m 규모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등재됐다.‘엑스포의 꽃’인 국가별 전시관 간 친환경 경쟁도 치열하다. 전시관을 붉은 구체 형태로 디자인한 싱가포르를 비롯해 포르투갈, 영국, 독일 등은 전체 전시관에 쓰인 자재를 엑스포 이후에도 재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호주는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 당시 경기장 건립에 사용한 건축자재를 재사용, 재활용해 국가 전시관을 건립했다. 테마관 중 하나인 여성관(우먼스 파빌리온) 건립에는 직전 대회인 2020 두바이 엑스포 당시 일본 국가관에 쓰였던 자재와 소재가 사용됐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중국 등은 국가 전시관 시공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외부 인테리어에 삼나무, 대나무 등 천연 목재를 사용했다. 기업 전시관을 운영하는 일본 전자회사 파나소닉은 중고 가전제품에서 회수한 강철과 구리, 유리로 기업 전시관을 꾸몄다. 각각 크기가 다른 구체 5개 연결구조의 스위스 전시관은 자체 개발한 ‘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라는 플라오로 타입의 플라스틱 필름 형태의 멤브레인 소재를 사용했다. 스위스는 전체 무게가 다른 전시관의 100분의 1 수준인 약 450㎏에 불과한 초경량 전시관으로 탄소 배출량을 다른 전시관 대비 20~30%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전시관 건립에 쓰인 자재의 재활용 계획도 각양각색이다. 스위스 전시관의 주재료인 플라스틱 필름 형태의 자재는 엑스포 이후 가구를 만드는 소재로 사용될 예정이다. 덴마크와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북유럽 5개국이 공동 운영하는 노르딕 전시관에 설치한 쌀 종이 스크린 등 기자재는 철거 후 호텔과 기차역, 학교, 도서관 등에 보급해 재사용할 계획이다. 입장권 판매 사전 판매 목표치 60% 수준 그쳐일본 민간 연구소 아사아태평양연구소(APIR)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로 인한 직간접 경제적 효과가 2조 7500억엔(약 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엑스포장 조성(2350억엔)과 행사 운영(1160억엔)에 들어간 3510억엔(약 3조 5000억원)의 8배에 가까운 규모다. 일본 민간 연구소 레소나리서치는 최근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일본 내 소비를 최대 1조엔(약 10조원)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예상 방문객 2820만 명 가운데 외국인을 12%가 조금 넘는 약 350만 명으로 예상한 레소나리서치는 이들이 행사장 밖에서 교통, 숙박 등에 쓰는 비용이 전체의 약 30%인 2930억엔(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엑스포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입장권 판매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전시관 예약 추첨 신청이 시작된 1월 중순 이후부터 한 달 전인 3월 중 입장권 판매량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3월 말 기준 입장권 판매는 851만 장에 그쳤다. 사전 판매 목표치 1400만 장의 60%를 조금 웃도는 규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최근 학교를 대상으로 약 150만 장을 팔아 겨우 1000만 장 판매고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전체 방문객 목표치 2820만 명 가운데 약 80%인 2300여 만 명에게 유료 입장권을 팔아 전체 개최비용의 약 30%인 1000억엔(약 1조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레소나리서치는 “오사카는 지난해 호텔 객실 점유율이 평균 76%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서 도쿄 다음으로 여행 수요가 높은 곳”이라며 “엑스포 기간 부족한 숙박시설로 호텔비가 폭등해 일정을 당일치기로 바꾸거나 아예 방문 자체를 포기할 경우 경제 효과는 예상치에 한참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입장권 구매 방법‘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입장권은 크게 3종(일일권·다중입장패스·특별 할인권)으로 나뉜다. 금액은 입장권 종류에 따라 성인 기준 3500엔부터 3만엔이다. 하루 1회 입장이 가능한 일일권은 전체 엑스포 기간 중 아무때나 사용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개막권(4월 13~26일)과 전기권(~7월 18일까지), 평일권(오전 11시 이후 입장)과 야간권(오후 5시 이후) 중 고를 수 있다. 입장권은 엑스포 공식 홈페이지와 입장권 구매 사이트 또는 국내 공식 판매처인 ‘놀유니버스 인터파크투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개막권과 전기권 포함 일일권은 3만 4672원, 원하는 날짜에 여러 번 입장이 가능한 다중 입장 패스 중 사용기간이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인 ‘여름 패스’는 11만 1270원, 개막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연간(통상기간) 패스는 28만 1114원에 판매 중이다.

2025.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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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잘 살겠다는 트럼프발 관세전쟁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최근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전 세계를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투하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등을 고려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는데요, 한국에는 25%를 부과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10%씩 총 2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월에는 우방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3월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각각 밝힌 이후 실제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야말로 트럼프발 ‘관세 쓰나미’가 전 세계에 몰아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 미국이 적성국뿐 아니라 우방국들로부터 무역에서 갈취를 당해 자국 제조업이 무너지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예외 없이 모든 국가에 관세의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와 관련해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국은 관세 쓰나미를 조금이라도 피해 보려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외 없다’는 방침에 보복관세를 대응 카드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보복조치 패키지를 마무리 중이며 협상 결렬 시 우리 이익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도 관세 폭탄에 비상인데요,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와 철강 산업은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3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25% 관세 적용으로 영업이익이 34%나 빠질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북미 판매 비중이 80%가 넘는 GM 한국사업장의 경우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견·중소 기업도 예외는 아닌데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10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3%가 관세 리스트의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정부도 미국과 협상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일이 있을 겁니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결국 글로벌 관세전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럴 경우 세계 경제가 1조4000억 달러(약 2060조원)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관세전쟁을 벌인 미국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입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더 들어가고,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하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높아져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게 큰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외교·안보 분야 석학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 혼자만 덕을 보고 다른 나라는 손해 본다? 이미 1930년대 소위 ‘Beggar Thy Neighbor Policy’(근린궁핍화정책)라고 해서 이웃 국가를 가난하게 만들면서 나만 잘 살겠다라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됐다”고 지적했습니다.

2025.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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