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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골목, 술이 익기를 기다리는 남자를 만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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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수많은 발걸음이 바다를 향할 때, 기자는 반대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골목은 고요했고, 이내 코끝을 스친 건 익숙하면서도 낯선 누룩 향이었다. 그 향기를 좇다 마주한 공간. 전통을 품은 시간이 발효되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양조장 기다림’. 이곳의 막걸리는 누군가의 손길이 아닌 시간 속에서 익어간다. 그 중심에는 조태영 대표가 있다.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기는 단번에 달라졌다. 발효조가 숨 쉬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온도와 습도, 빛과 시간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공정이 공간을 지배했다. 이곳에서는 단 하루, 단 한 시도 허투루 지나지 않는다. 모든 막걸리는 최소 240시간, 열흘 이상 발효와 숙성을 거쳐야 병에 담길 수 있다. “발효는 기다림입니다.” 조 대표의 말이다.조 대표의 이력은 전통 양조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에서 바텐더 기술을 익히고, 프랑스 와이너리에서는 소믈리에 수업과 포도밭 실습을 병행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술이 막걸리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막걸리는 단순한 전통주가 아닙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복합 발효주이죠.” 막걸리, 우리의 술이라는 자부심조 대표는 막걸리를 와인보다는 맥주에 더 가깝다고 본다. “와인은 포도라는 단일 재료를 깊게 발효시키지만, 막걸리는 맥주처럼 누룩과 효모, 곡물이 어우러져 다층적인 발효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막걸리에는 밥을 짓고, 누룩을 섞어 당화를 거친 뒤 효모가 발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술과 과학, 그리고 기억과 습관, 손끝의 감각까지 요구되는 술이다. 그래서 그는 막걸리를 ‘한국의 에일’이라 부른다.조 대표에게 막걸리는 하나의 철학 체계다. 전통과 시간, 지역성을 담은 술. 그가 직접 빚는 막걸리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빠름이 일상이 된 시대에 그는 느림을 택했고, 그 선택이 곧 브랜드 ‘기다림’이 됐다. 그는 막걸리를 단순한 전통주가 아니라 도시의 시간과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 믿는다.그는 막걸리를 ‘시민의 술’이라 정의한다. 누룩에서 피어나는 단내, 물과 쌀이 빚어내는 발효. 귀한 의식주의 술이 아니라 삶 가까이에 늘 존재해온 술. 잔칫상과 노동의 현장, 하루의 끝과 다음 날의 시작 사이, 막걸리는 언제나 있었다. 그래서 막걸리는 지금도 한국인의 몸과 정서를 닮아 있다.전통주 가운데서도 막걸리는 가장 서민적인 술이다. 지위와 계층, 지역을 불문하고 누구나 즐기고 빚을 수 있었다. 지금도 지역마다 다른 물과 쌀, 누룩을 사용한 로컬 막걸리가 존재한다. 그 다양성은 글로벌 와인 시장의 ‘테루아’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이제 막걸리는 저렴한 술을 넘어, 개성과 철학을 담은 ‘한국의 내추럴 에일’로 재해석되고 있다.‘기다림’이라는 이름은 부산의 시화 동백꽃에서 따왔다.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동백처럼, 술도 기다림 끝에 완성된다는 뜻이다. 조 대표는 “좋은 술은 마시는 이의 다음 날까지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막걸리는 숙취보다 여운을 남긴다. 발효의 시간은 맛의 깊이를 만들고, 정직한 재료는 몸에 가벼움을 남긴다.그는 인공 감미료나 탄산을 쓰지 않는다. 대신 부산산 쌀과 깨끗한 물, 고온과 저온을 넘나드는 복합 발효로 술을 완성한다. 이 고집은 ‘기다림’을 소수 정예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글로벌 막걸리, 그 시작점“김치가 kimchi로 세계화됐듯, 막걸리도 makgeolli로 불려야 합니다. 막걸리는 한국의 김치처럼, 이름 자체로 하나의 문장이 되어야 합니다.”조 대표는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막걸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로 ‘기다림’은 미국, 일본,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북미권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원칙은 하나. 한글 라벨 그대로, 이름도 ‘makgeolli’ 그대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기다림 양조장에는 두 가지 대표 브랜드가 있다. ‘매료’와 ‘동네아들’이다. ‘매료’는 장산범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신비로움과 매혹을 담았다. 첫 향은 부드럽고 맛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병에는 장산의 실루엣과 부산 바다 파도가 그려져 있어 지역성과 상상력이 결합돼 있다. 부산시 지역특산주 제1호로도 지정됐다.‘동네아들’은 야구 스타 이대호와 협업해 만든 브랜드다. 이름처럼 친근하며, 지역 쌀과 사람, 이야기를 담는다. 조 대표는 “스타가 아니라 손맛 있는 청년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포장과 라벨에는 부산의 지역성과 청년 창업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브랜드마다 이야기를 입히는 그의 방식은 마치 로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양조장에서는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기자는 감귤 시럽과 막걸리를 섞고 로즈메리를 올려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봤다. 맛은 전통주라기보다는 크래프트 칵테일에 가까웠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였다.조 대표는 “막걸리는 재료가 아니라 플랫폼입니다”라고 말한다. 과일 시럽, 허브, 탄산수 등 다양한 재료와 어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그의 막걸리를 활용한 디저트 와인을 개발 중이다. 감성주점이나 한식 레스토랑과의 협업을 통해 막걸리 소비 지형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국내 전통주 시장, 1200억 원 규모2023년 기준 국내 전통주 시장은 약 12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 막걸리는 약 20%를 차지한다. 숙성주, 수제 막걸리, 지역 브랜드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조 대표의 제품은 대형 유통망보다는 체험 중심 판매에 강점이 있다. 편집숍, 레스토랑, 백화점 한정 판매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2024년부터 시행된 소규모 양조장 지원정책은 ‘기다림’ 같은 브랜드에 호재로 작용한다. 해외 시장에서는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막걸리 수요가 늘고 있다. 그는 이를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문화 수출’로 본다.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의 성장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섰다. 세대를 아우르는 취향 확장,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 자연주의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막걸리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다림’의 브랜드 전략은 이 흐름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술은 마시는 게 아니라 듣는 겁니다.” 자리를 떠나려는 기자에게 조 대표가 건넨 마지막 말이다. 누룩의 숨소리, 발효의 온기, 쌀이 내는 소리. 그 모든 것을 듣는 사람이 좋은 술을 만든다는 믿음. 해운대 골목에서, 조 대표는 오늘도 술의 소리를 듣고 있다.

2025.08.31 11:00

5분 소요
영양군, 30일 별빛 반딧불이 축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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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경북 영양에서 별빛과 자연이 어우러진 친환경 축제가 열린다. 영양군은 오는 30일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2025년 별빛 반딧불이 체험 축제'를 개최한다.이번 축제는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청정 자연환경과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은하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영양군은 이 축제를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행사는 29일 저녁 반딧불이 탐사 프로그램으로 시작된다. 탐방로를 따라 늦반딧불이 서식지를 살펴보고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다. 이어 본 행사인 30일에는 천문대 일원에서 저글링과 버블쇼, 밤하늘 OX 퀴즈, 친환경 소품 만들기, 재즈 콘서트 등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이 진행된다.또한 에코 체험존에서는 비누 만들기, 천연 방향제 등 원데이 클래스, 지역 소상공인 및 창작자들이 운영하는 참여형 플리마켓 등이 운영된다.오도창 영양군수는 "인공의 빛을 벗어나 별과 반딧불이가 선사하는 자연의 빛 속에서 방문객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가져가길 바란다."라며 "우리 군에서도 방문객들이 불편함 없이 자연을 즐기고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25 20:22

1분 소요
상주시, 모자 테마 체험행사 ‘오마이갓!’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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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경상감영공원에서 모자를 테마로 한 체험행사 '오마이갓!'이 23일부터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진행된다.이번 행사는 2025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을 한 달 앞두고 개최되는 행사로, 갓(笠)과 도깨비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이색적인 미션체험형 프로그램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여름철 피서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방울갓 던지기, 얼음도깨비 미션체험, 도전! RC카 갓원정대, 스피드 굴렁쇠, 보물카드 찾기, 갓 고리던지기, 종이갓 만들기, 고무줄 연 날리기 등 도깨비와 겨루는 다양한 미션체험이 운영된다.이와 함께 한복 체험, 갓 쓰고 캐리커쳐, 타투 스티커 체험, 음악 공연 등 풍성한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다. 참가자들은 게임과 미션을 통해 오마이갓 카드를 획득할 수 있으며, 모은 카드를 활용해 전통공예 상품과 달달뽑기 이벤트 등 경품에 도전할 수 있다.강영석 상주시장은 "올여름 무더위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모자를 소재로 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되었다."며, "꼭 방문하셔서 행복한 시간,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25 20:17

1분 소요
경주 전역서 펼쳐지는 '2025 세계유산축전' 내달 12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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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가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경주 전역에서 열린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세계유산축전은 공연과 학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유산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누적 관람객은 195만 명에 달한다.올해 행사는 제주·경주·순천·고창 등 4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이 가운데 경주는 단독 개최지로, 불국사·석굴암·경주역사유적지구·양동마을·옥산서원 등 국내 최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라는 상징성을 더한다.올해 주제는 '천년의 빛, 세대의 공존'이다. 불국사·석굴암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기념해 경주 남산, 월성, 대릉원, 황룡사 등 신라 유적 전역이 축제 무대가 된다. 개막식은 대릉원 동편 쪽샘지구에서 봉황대 퍼레이드와 황룡사 중문을 재현한 공연으로 문을 열며, 뮤지컬 '황룡, 다시 날다'와 드론 라이트 쇼가 화려한 서막을 장식한다.13일과 14일에는 신라팔관회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기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석굴암 명상 체험 '석굴암에서 나를 찾다', 불국사 청운교·백운교를 직접 걸어보는 '빛으로 쓰는 이야기 IN 불국사' 등 보존을 넘어선 체험형 콘텐츠도 선보인다.야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첨성대 별자리 관측 '선덕여왕의 별애별일', 양동마을 고택 야간 투어 '야별행', '분황사 음악회', 신라 향가와 처용무에 페르시아 서사를 더한 공연 '신 쿠쉬나메', 김알지 설화를 따라 걷는 스토리투어 '아, 신라의 밤이여' 등이 운영된다.특히 이번 행사는 내년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적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경주시는 세계유산을 매개로 문화외교의 폭을 넓히고, 글로벌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계유산을 품은 도시로, 불국사와 석굴암 등재 30주년에 맞춰 첫 세계유산축전이 열리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축전을 통해 찬란한 신라 유산을 오늘의 삶 속에 되살리고, 미래세대가 그 가치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21 15:39

2분 소요
경주 성동시장서 썸머 테마이벤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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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전통시장에서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달래줄 노래자랑과 야시장,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다. 경주시는 성동시장 공영주차장에서 '천년이음 성동시장 썸머 테마이벤트'를 개최한다.이 행사는 22일 오후 4시부터 10시, 23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첫날인 22일 오후 4시에는 LG헬로비전 ‘태군노래자랑(성동시장편)’이 열린다. 1등에게는 상금 100만 원이 주어지며, 현장 예심이나 이메일 접수로 참가할 수 있다행사기간 저녁에는 야시장이 운영된다. 꼼장어, 쭈꾸미삼겹살, 야끼소바, 치킨 등 다양한 먹거리와 핸드메이드 플리마켓이 운영된다.공연도 이어진다. 22일에는 엘린(오후 8시), 임수현(9시)이 공연을 펼치고, 23일에는 양준범(7시), 안녕 코스모스(8시), 송미해(9시)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경품 이벤트도 마련됐다. 입장객은 배부된 번호표로 매일 오후 7시, 8시, 9시에 열리는 즉석 경품 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 또 14∼23일 성동시장 내에서 2만 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행운의 인형뽑기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성동시장은 경주의 대표 전통시장"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통시장이 지역 경제와 관광을 잇는 무대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8.21 15:38

1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