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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장 긴 라면레스토서 함께 일해요"
여행 영천시,  박물관 해설사 양성과정 운영
영덕군, 오십천 일대서 황금은어축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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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품으로 올리던 '은어'가 여름축제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영덕군은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영덕읍 오십천 둔치에서 '2025 영덕황금은어축제'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영덕 은어는 아가미 뒤 황금빛 문양이 뚜렷하고 수박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비린내 없이 담백한 맛으로 사랑받으며,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됐다. 은어가 서식하는 오십천은 매년 전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낚시객이 찾을 만큼 청정 자연이 보존된 곳이다. 올해 축제는 "다시 온 황금은어, 다시 ON 영덕"을 주제로, 초대형 산불 이후 처음 열리는 축제다. 영덕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산불로 침체한 지역 분위기를 되살리고, 피해 주민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가장 인기 있는 황금은어 반두잡이 체험은 축제 기간 총 8회에 걸쳐 운영된다. 어린이들도 손쉽게 은어를 잡으며 특별한 여름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별도의 체험장을 마련해 7회 무료로 진행된다. 또, 지역민이 선호하는 트로트 무대가 케이블 방송사와 연계한 콘서트로 진행된다.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물놀이 체험장도 다채롭게 구성된다. 물 시소, 워터슬라이드, 에어바운스 등 다양한 놀이기구와 미취학 아동을 위한 전용 물미끄럼틀을 설치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영덕군은 대형 그늘막, 산업용 선풍기, 포그 분무기, 얼음 비치대를 설치해 쾌적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김광열 영덕군수는 "이번 황금은어축제가 산불 피해로 상처받은 군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많은 분이 영덕을 찾아 은어의 참맛과 여름의 열정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7.14 17:10

2분 소요
포항의 밤, 낭만을 품다… 여름철 야간관광상품 본격 운영

여행

빛과 철 그리고 낭만, 포항 여름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포항시는 올해 상반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야간관광상품을 본격 운영한다.이번 야간관광상품은 지역 여행사가 직접 기획 운영하는 1박 이상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포항의 야경 명소에 다양한 체험 요소를 더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밤의 매력을 선보인다.주요 코스에는 영일대해수욕장과 국내 최초 해상 누각이 어우러진 해변 야경과 포스코 야경,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가 포함됐다. 여기에 야경 감상과 요트·문보트 체험, 버스킹 공연 참여, 선상 낚시, 지역 맛집 탐방 등 다채로운 활동이 더해졌다.현재 ㈜우리여행사의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포항에서의 하룻밤!', ㈜투어홀릭의 '제대로 먹고 즐기는 포항 야경투어', 제일여행사의 '생동감 있는 포항의 야경, 그리고 맛집 탐방', ㈜문화이야기의 퐝퐝상상 추억 만들기, ㈜삼일여행의 '빛과 음악이 머무는 포항의 밤'이 운영 중이다.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의 밤은 철강 산업의 불빛과 해양의 낭만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며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포항의 다양한 야간 관광 콘텐츠를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7.14 17:08

1분 소요
“올여름 피서는 포항으로” 송도 등 해수욕장 8곳, 12일 일제 개장

여행

포항시는 오는 12일, 지역 해수욕장 8곳을 일제히 개장하고 본격적인 여름 해양관광 시즌에 들어간다. 운영기간은 오는 8월 24일까지 44일간이다.올해 가장 주목받는 곳은 송도해수욕장이다. 18년 만에 문을 여는 송도는 복원된 백사장과 정비된 환경을 바탕으로 도심형 바다 휴양지로 다시 태어났다. 뛰어난 해양 경관과 함께 다양한 체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도심 속 대표 해수욕장인 영일대해수욕장은 뛰어난 접근성과 야경으로 매년 많은 피서객이 찾는 명소다. 해상누각과 해양레저시설, 샌드아트 조형물 등이 어우러진 관광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칠포·월포해수욕장은 서핑과 캠핑이 어우러진 체험형 해변으로 젊은층과 가족 단위 피서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용한 피서를 원하는 이들에겐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진 화진해수욕장이 안성맞춤이다.구룡포해수욕장은 항구마을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구룡포시장과 근대문화역사거리 등과 연계한 미식 및 역사투어가 가능해 체류형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오징어잡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색다른 바다 체험을 즐길 수 있다.도구·신창해수욕장은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로 손꼽힌다. 한편, 12일 송도해수욕장에서는 바다시청 준공식이 열린다. 다른 해수욕장에서도 개장식과 함께, 수신제와 어룡제 등 전통 해양의례가 진행된다.손정호 해양수산국장은 "올해는 송도해수욕장이 18년 만에 재개장하는 뜻깊은 해다. 안전과 편의에 철저히 대비한 만큼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포항에서 잊지 못할 여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7.13 14:39

1분 소요
경북 영양 자작나무숲, 국유림 명품 숲으로 성장

여행

경북 영양군 수비면 깊숙한 산자락. 영양군청에서 차로 40여 분, 깊은 산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면 시간과 자연이 함께 빚어낸 치유의 공간이 있다. 바로 영양 자작나무숲이다.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전기차로 숲 입구에 다다르면,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광경이 펼쳐진다. 여름이면 백색의 나무 기둥과 짙은 녹음이 대비를 이루며, 이국적인 풍경을 만든다.이 숲은 1993년, 약 30ha 면적에 식재된 30cm 남짓한 자작나무 묘목에서 시작됐다. 이후 외부 간섭없이 자연 그대로 성장해 현재는 '국유림 명품 숲'으로 지정되며 지역의 대표 산림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영양군은 최근 자작나무숲의 관광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진입도로와 주차장 정비, 친환경 전기차 운영 등 기반시설을 보완했다. 숲속 산책길은 경사가 완만해 가족 단위나 고령층도 부담 없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자작나무 숲은 영양군 관광지 중에서도 숨겨져 있는 보석같은 곳이다. 지역수요맞춤지원 사업과 자작나무 권역 활성화 업무협약 등을 통해 경북을 대표하는 산림휴양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7.13 14:38

1분 소요
경주로 더나는 감성 가득 여름여행 “바닷가 골목길을 걷다보면 전해지는 위로”

여행

천년고도 경주의 바다가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감성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감포항과 양남읍 일대는 독특한 감성의 등대와 옛 정취가 살아 있는 골목,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 등이 어우러져, 휴식과 감동을 선사하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경주 동해안, 등대 명소로 재조명감포항 북쪽 척사항 방파제에는 소박한 어촌의 정취를 간직한 소항으로, 독특한 외관의 등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주의 상징인 성덕대왕신종 형상의 모형 종이 붉은 등대에 매달려 있다. 어촌 특유의 정취와 잔잔한 파도 소리가 더해지며 여행자에게 고요한 감성을 전한다.경주 동해안 남쪽, 양남주상절리군의 시작점인 읍천항 등대 소공원은 여유로운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흰색과 빨간색 등대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 포토존과 파고라, 지압 산책길이 조성돼 있어 더위를 식히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감포항 남방파제 끝자락에도 눈길을 끄는 등대가 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의 형태를 음각으로 형상화한 등대가 바다와 함께 만드는 장면이 한 폭의 풍경화를 닮았다. 인근에는 태풍 복구를 계기로 조성된 용오름 광장이 있어 목교와 징검다리, 산책로를 따라 여름 한낮의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해국길과 1925감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골목감포항 인근 해국길은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옛 어촌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이다. 낡은 담벼락 위에 그려진 보랏빛 해국 벽화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듯 따스하게 펼쳐지며, 사진을 남기기에 좋은 풍경을 선사한다.이곳에는 최근 주목받는 계단 포토존이 있다. 보랏빛 꽃 그림이 내려앉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감포항의 푸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계단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조립식가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해국길에서 도보 1분 거리에는 '1925감포'가 있다. 이곳은 100년의 시간을 품은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카페다. 외형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내부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양문화 전시 콘텐츠도 풍성소나무가 있는 언덕 끝을 뜻하는 송대말에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형상화한 등대와 빛체험전시관이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는 해양문화 콘텐츠를 빛으로 표현한 색다른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아래쪽 바닷가에는 일제강점기 수족관으로 사용됐던 석조 구조물이 남아 있어 스노클링 명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향후 해양수산부 2025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다이버사이트 등 해양 액티비티 거점으로도 거듭날 예정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유니크한 경관과 깊은 이야기를 간직한 동해안 명소들을 중심으로, 무더운 여름에도 경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휴식과 감동을 선사하겠다"며 "7월, 경주로의 여름 여행에 많은 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7.13 14:38

2분 소요
불확실성의 시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방법 [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누구도 믿지 마라.’태국이 정치인의 통화 내역의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패통탄 친나왓(Paetongtan Shinawatra) 태국 총리가 자국 군 간부를 험담하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취임 10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통화 상대이면서 음성 파일 유출 당사자는 다름 아닌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한 뒤 2023년 퇴임한 훈 센(73) 전 캄보디아 총리다.패통탄 총리는 6월 15일 통화에서 지난 5월 28일 발생한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과 관련하여 태국군 지휘관을 반대편이라고 지칭하면서 비판했다. 또한 그 사령관이 국경 문제에 대해 ‘반정부적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훈센 전 총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만 해라. 내가 처리하겠다”라고도 한 내용의 전체 녹음파일을 훈센 전 총리가 6월 18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그 이후 태국의 수도인 방콕에서는 대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7월 1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태국 총리에 대해 직무 정지 명령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 직전의 당일 아침, 태국 국왕이 새 내각 구성안을 승인했는데 여기에 패통탄 총리는 스스로 문화부 장관 겸직으로 이름을 올려 문화부 장관 자격으로 내각에 참가해 여전히 국정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태국 총리로 인한 정치 불안, 경제성장률 2% 아래로 태국 연립정부 제2당이 상기 통화 유출 이후 연정 탈퇴를 발표했지만 간신히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다. 패통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9%까지 떨어졌고, 군부의 쿠데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정치적 불확실로 인하여 태국은 주요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최초 36%의 상호 관세를 통보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2.5%의 경제성장률로 동남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태국은 올해에는 2% 이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은 현재 폐쇄됐고, 이로 인해 두 나라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태국에서 육로로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이 도로를 통해 태국은 상대적으로 싼 원자재를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부터 가져오고 이를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수출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막혀 버린 것이다. 만약 다시 국경이 열리지 않는다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통화의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패통탄 총리는 통화에서 훈센 전 총리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보면 공적 대화라기 보다는 사적 통화에 가까운 것이다. 패통탄의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을 때 훈센은 2009년 탁신을 캄보디아 경제고문으로 임명하며 도피처를 제공하는 등 두 가문은 약 30년간 친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센은 게다가 지난 6월 27일 TV 연설에서 ‘주변국, 특히 캄보디아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 총리가 태국에 나타나기 바란다’라고 말했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의 딸 때문에 탁신과의 30년 우정이 깨졌다’라는 글까지 남기며 사실상 두 가문이 결별했음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 전·현직 대통령의 갈등 불거져 두 가문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대부분 5월 28일 태국 북동부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인해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한 것을 원인으로 삼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탁신 가문을 계속 비판하고 있는 훈센과는 달리 패통탄 총리는 ‘훈센과의 통화는 사적 대화였으며, 공개 되어선 안 되는 내용’이라면서 ‘(훈센에게)충성을 맹세한 것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전략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패통탄의 말을 빌리자면 믿었던 삼촌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지금 표면화되진 않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도 조용히 두 가문의 결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0%의 지지율을 가지고 정치 왕조 구축을 꿈꾸던 조코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치적 경쟁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대통령과 손잡고 2024년 대선에서 선거법까지 바꿔가며 큰아들인 기브란을 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초 인도네시아 퇴역 장성들이 기브란 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탄핵 이유는 기브란 부통령이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부정이 있었고, 과거 그가 소셜미디어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을 비하한 의혹이 있다는 점, 국정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전·현직 대통령 간 권력 다툼이 시작되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지난해 선거 당시 프라보워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부통령이 관장할 것이라고 두 가문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까지 실제 그러한 모습도 보였으나 대통령 취임 이후 부통령에 대한 소식은 거의 언론에 나오지 않고 있다. 아들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 정치 왕조를 이어가려던 조코위 전 대통령의 꿈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권력은 비정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는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사례로 충분할 듯하다.

2025.07.13 10:00

4분 소요
“의대 쏠림은 기우”…첨단·계약학과 내신 합격선 ‘되레 상승’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되면서, 이공계 우수 학생들이 의대·치대 등 의료계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첨단학과·반도체학과 등 이공계 전공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주요 대기업들도 대학과 취업 연계형 계약학과를 잇따라 신설하며 인재 확보에 나섰다.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효과를 보였다. 실제 주요 대학의 첨단 및 계약학과 내신 합격선은 오히려 상승하거나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의대 쏠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취업 연계 학과들의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은 셈이다.의대 쏠림 우려에도...취업 연계 학과 ‘굳건’서울대학교는 2024학년도부터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했다. 고려대학교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한 반도체공학과, 현대자동차와 연계한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삼성전자와 연계한 차세대통신학과를 운영 중이다. 연세대학교 역시 LG디스플레이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삼성전자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각각 계약학과 형태로 개설했다.이들 학과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내신 합격점수는 전년도보다 대부분 상승했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의 경우, 수시 일반전형 합격자 내신 평균은 2.65등급에서 2.01등급으로, 지역균형전형은 1.29등급에서 1.26등급으로 높아졌다. 전체 수시 내신 합격점수 평균은 2024학년도 1.97등급에서 2025학년도 1.64등급으로 올랐다.고려대의 경우 반도체공학과,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차세대통신학과의 평균 합격선은 3.08등급에서 3.00등급으로 소폭 상승했다. 해당 학과들은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며, 계열적합전형과 학업우수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합격생 중 상당수가 과학고 출신이어서, 내신 3~4등급대 합격 사례도 다수 나타난다.연세대의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도 내신 평균 합격선이 2.04등급(2024학년도)에서 1.80등급(2025학년도)으로 상승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첨단 및 대기업 계약학과 전체 평균 내신 합격점수는 2.59등급에서 2.42등급으로 0.17등급 높아졌다. 의대 정원 확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학의 이공계 첨단학과가 내신 기준에서 밀리지 않은 셈이다.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성균관대학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과학인재전형에서 4.66등급에서 4.60등급으로, 탐구형전형에서는 4.06등급에서 3.96등급으로 합격선이 소폭 상승했다. 다만 같은 계약계열인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과학인재전형에서 4.83등급에서 4.98등급으로, 탐구형전형은 2.81등급에서 3.52등급으로 하락했으나, 해당 학과 역시 과학고 학생들이 다수 합격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변동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서강대학교와 한양대학교는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서강대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한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내신 합격선이 4.24등급에서 4.45등급으로 하락했으며,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도 1.84등급에서 2.15등급으로 낮아졌다. 이들 대학의 경우, 일부 전형에서 의대 정원 확대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LG유플러스와 연계한 숭실대학교 정보보호학과(SSU미래인재전형)는 2025학년도 내신 합격선이 2.49등급으로, 전년도 2.47등급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평균 합격선은 3.27등급에서 3.37등급으로 소폭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연계한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의 반도체학과 평균 합격선은 2.78등급에서 2.85등급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현대자동차와 계약한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평균 내신 2.98등급으로, 전년도 3.16등급보다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와 연계한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2.48등급에서 2.04등급으로 합격선이 높아졌다. LG유플러스와 연계한 숭실대 정보보호학과는 전년도와 유사한 2.49등급을 기록했다.2025학년도 대기업 계약학과의 내신 합격선은 삼성전자 3.37등급, SK하이닉스 2.85등급, 현대자동차 2.98등급, LG디스플레이 2.04등급, LG유플러스 2.49등급으로 나타났다. 대학별, 전형별 등급 차이는 존재하지만, 과학고·영재학교·자사고 출신의 합격생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단순 내신 등급만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합격선 추이가 주는 ‘시사점’2024학년도와 비교한 합격선 추이 자체는 시사점이 있다.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학생들이 첨단학과에 꾸준히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고 등 이공계 특화 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해당 학과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일각에서 제기된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2025학년도 주요 첨단학과의 합격 결과는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산업과의 연계성, 취업 연계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학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된 시점에서도 합격선이 유지되거나 상승한 점은, 해당 학과들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힌다.

2025.07.13 09:20

3분 소요
‘부동산 신화는 왜 반복되는가’…새정부가 진짜 바꿔야 할 것은?[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야 할까요?” 얼마 전 한 지인이 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6·27 대출 규제 발표 직후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정권이 바뀌었잖아요.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르던데, 이번에도 그런 거 아닌가요?”사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도, 낯선 것도 아니다. 정권과 집값 사이에 마치 공식이라도 있는 듯한 믿음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 믿음은 단순한 경제 해석을 넘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믿음은 정부 정책의 반복된 실패, 시장 참여자들의 학습된 경험,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긴장감이 맞물리며 형성된 신화에 가깝다. 부동산 신화는 단지 과거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선택을 좌우하고 내일의 방향을 제약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신화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우리의 선택을, 우리의 삶을 제어하고 있다. 이제 일반 국민, 정부, 그리고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신화’의 실체를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불패와 정권 프레임, 대중이 만든 신화가장 널리 퍼진 믿음은 ‘부동산 불패’다. 2000년대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일시적 조정을 제외하면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7년 6월 6억40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2년 6월엔 13억원을 넘겼다. 그 후 정권이 바뀌고 금리상승등 변화도 있었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랐다. 그것도 다른 지역보다 많이. 사람들의 뇌리속엔 “결국엔 오르더라”는 학습효과가 남을 수밖에 없다. 산업화시대 이러한 경험을 두세번 해보았던 어르신들이 “그래도 집은 사놔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놔도 시장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그러자 대중 사이에서는 정책보다는 흐름, 흐름보다는 ‘경험’이 더 신뢰받게 됐다다. 이런 신념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또 하나는 ‘정권 프레임’이다. 정부가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는 믿음은 사실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한쪽 정권은 규제를 풀고, 다른 정권은 세금과 대출을 조인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정권 교체는 투자 타이밍의 신호처럼 작용하게 됐다. 실제로 2025년 들어 2030세대의 주택 매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번에도 정권이 바뀌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믿음은 결국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조바심을 부추긴다.규제와 공급의 착각, 정부가 믿는 신화부동산 신화는 국민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나름의 신화를 품고 있다. 바로 정책만 잘 쓰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과 전셋값 모두 잡지 못한 채 정책 신뢰를 잃었다. 그 부작용은 커졌고, 이는 정권 교체의 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반대로 공급 확대를 앞세운 보수 정권도 ‘공급만 늘리면 된다’는 단선적인 접근에 머물렀다. 실제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숫자만 채운 공급은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공급정책이 투기자본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가격을 자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그마저도 목표한 공급조차 채우지 못했다.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수록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규제를 강화하면 풍선효과가, 수요를 억누르면 튀어오르는 반작용이 반복됐고, 시장은 점차 정부를 믿지 않게 됐다. 아니 이제는 정부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정책이 발표되면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신호가 되고 규제지역 지정은 오히려 ‘여기가 다음 투자처’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이런 의심을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결국 이득을 챙겼다. 반면 정부만 믿고 내집마련 시기를 늦추거나, 저축을 결정했던 사람들은 이제 서울에서의 내집 마련은 영영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6.27 대책이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대출규제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반응을 효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시장은 잠시 멈춰 한발 물러선 것일수도 있다. 왜냐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과 시장은 ‘의심’한다. 결국 정부가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무기력한 반복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신호를 보내야 한다.집이 신분이 된 사회,구조가 만든 신화마지막으로 살펴볼 신화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믿음이다. 바로 ‘집이 곧 신분’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어디 사느냐”가 “누구인가”를 규정하고, 부모의 주거지가 자녀의 미래를 좌우하는 현실. 이 신화는 단지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지금의 계층 구조와 연결돼 있다.2022년 국토부 장관은 “집이 신분이 되는 주거신분제를 타파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부동산 자산 규모에 따라 사람들을 ‘황족’이나 ‘노비’로 부르는 농담이 회자됐고, 무주택자를 지칭하는 ‘벼락거지’라는 말은 어느덧 일상의 언어가 됐다.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주거를 둘러싸고 얼마나 날카로운 심리적 위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특히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된 지금, 집 한 채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계층 상승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가 됐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부동산에 대한 집착과 시장의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부동산을 둘러싼 신화는 정부의 정책 실패, 국민의 반복된 경험, 사회 구조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복합물이다. 국민은 ‘불패’를 믿고, 정부는 ‘통제’를 꿈꾸며, 사회는 ‘신분’을 걸어버린다. 이 믿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해왔고, 그 결과는 오늘날의 혼란이다.이제 이재명 정부가 바람직한 주택 부동산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정책을 과신하지도, 확신하지도 말고,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신화는 무너져도 그 자리에 남는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 필요한 것은 정책으로 시장을 휘두르는 힘이 아니라, 시장이 정책을 믿을 수 있는 신뢰다. 부동산 신화를 멈추는 일, 거기서부터 시장의 회복은 시작된다.

2025.07.13 09:00

4분 소요
키워드로 예측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 [스페셜리스트뷰]

유통

‘명품’이라 불리며 개인의 기호품으로 군림하던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안착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몇몇 브랜드가 매출에서 글로벌 톱 5위 안에 들 정도로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중요한 국가가 되었다. 글로벌 제품 출시 이전에 제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위치도 공고히 하고 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지난 30여 년간 성장세를 지속하던 럭셔리 브랜드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은 요즘,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는 어떻게 진행될지 몇 가지 요소로 예측해본다. 진정한 ‘명품’만이 살아남는다“요즘 럭셔리 브랜드 시장이요? 어렵죠.” 최근에 만난 모 럭셔리 브랜드 지사장의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럭셔리 브랜드의 경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지표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어렵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럭셔리 브랜드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은 최근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초고가의 제품은 여전히 잘 팔리고,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대의 럭셔리 브랜드는 판매가 부진한 현상은 꽤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초고가의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의 하나는 그것을 구입할 수 있는 대상이 경제적인 상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초고소득층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물건을 구입한다. 두 번째로 요즘 럭셔리 브랜드 중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하는 품목이 하이 주얼리라는 것도 한몫한다. 대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이 한 나라에 진출할 때는 일종의 패턴이 생긴다. 진입 초기에는 가방이나 신발 같은 가죽 액세서리, 이후에는 옷, 가구, 자동차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 그리고 하이엔드 시계와 하이 주얼리로 이어진다. 이는 가격이 낮은 순서가 아닌 품목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쉬운 순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적합하다. 일상에서 가깝게 사용할 수 있는 품목부터 개인적이고 특별한 취향으로 옮겨간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이 주얼리와 하이엔드 시계의 매출, 특히 하이 주얼리의 매출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당시 중국 럭셔리 브랜드 시장이 완전히 봉쇄된 상황에서, 중국으로 갈 예정이었던 몇몇 하이 주얼리 제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판매 신장의 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이 주얼리는 각 제품당 한 피스씩밖에 만들지 않는다. 즉 다른 나라의 VIP가 구입을 해버리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부쩍 높아진 국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 것도 매출 상승의 한 요인이었던 셈이다. 최근에 톱 주얼리 브랜드가 우리나라 VIP를 대상으로 하이 주얼리 행사를 개최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패션 전문 미디어 BOF와 매킨지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문가들은 2025년에 하이 주얼리의 성장 가능성을 4~6%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여타 품목의 성장세보다 높은 신장률을 예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30년 간의 럭셔리 브랜드를 경험한 고객들이 진짜 좋은 제품을 선별하는 ‘안목’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온 제품이라면 무조건 구입하던 시대도 있었고, 근사한 브랜드 네임에 아낌없이 투자하던 때도 있었지만 시장이 확대된 만큼 소비자도 성숙해졌다. 에르메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까르띠에, 티파니,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부셰론, 프라다, 로로 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몽클레르 등 매출이 좋다고 알려진 브랜드는 유명하고 가격이 높아서가 아니라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이같은 상황은 고급 화장품이라고 하면 으레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을 연상하던 몇 년 전과 달리, 전반적인 국내 화장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많은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 매출이 전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소비자의 눈이 한층 예리해진 것이다. 심지어 국내 화장품은 가성비도 갖추고 있으니 럭셔리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곤란한 시기이다.우리는 흔히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명품(名品)이라 부른다. 럭셔리 브랜드가 명품이라고 불리게 된 연유는 명확하지 않다.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럭셔리 브랜드를 하나의 용어로 정리하려는 과정에서 품질이 고급스럽고, 가격이 비싸며, 만듦새가 특별한 제품을 가리키는 적당한 단어로 선택되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럭셔리 브랜드를 명품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범용화된 명칭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는 진짜 ‘명품’이라고 불릴만한 제품력과 디자인 그리고 견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의 양극화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 필요해!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고민은 “온라인에서 우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격에 맞느냐’는 것이었다. 디지털 플랫폼은 여전히 ‘대중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고 위풍당당하게 오픈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중 지금까지 유지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들이 겪은 오류의 하나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단지 ‘제품’으로만 취급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디지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에도 럭셔리 브랜드의 ‘톤앤매너’(tone & manner)를 입히는데 더 공을 들였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각 럭셔리 브랜드도 자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않음으로써 희소성을 강조하고, 웹사이트 환경에서도 브랜드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풍기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가 소위 ‘럭셔리 브랜드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서울, 강남, 백화점이나 부티크에서만 구입할 수 있던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판매를 전국구로 확장시킨 것은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그럼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의 청담동에는 굴지의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달아 오픈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비전을 총 망라하여 보여주는 곳이다. 일찌감치 자리잡은 루이비통 메종 서울,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까르띠에 메종 청담, 하우스 오브 디올에 이어 몇 년 전엔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이 문을 열었고, 작년에는 오데마 피게 플래그십 스토어, 올 5월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종 1755 서울이 오픈했다. 각 플래그십 스토어는 파리나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넘어서는 위용을 자랑할 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예술적인 특징을 가미한 것이 주목할 만 하다. 2026년에는 티파니가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4년 여의 기간과 5억 달러(약 6850억원)를 들여 레노베이션 후 2023년 개장한 뉴욕의 티파니 더 랜드마크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중요성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인 곳이다. 브랜드의 심장으로서 또한 뉴욕의 명소로서 활약하는 티파니 더 랜드마크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하나다. 당장의 캐시카우 역할 보다는 럭셔리 브랜드 고객이 원하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는 한번의 클릭만으로는 도저히 충족되기 어려운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시간을 절약하여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온라인 쇼핑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오프라인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정성스러운 서비스와 환대, 제품을 고르는 시간과 과정을 놓칠 수 없는 법. 각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보다 VIP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예술 작품을 둘러보고 가끔은 식사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넓게 마련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객단가’를 넘어서는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경험의 제공이라는 목적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의 결합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구입은 더욱 정교해지고 편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이 편리해질수록 ‘화면 안에서는 누릴 수 없는 품격있는 특별한 순간’을 제공하기 위한 오프라인 장소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은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이기 때문이다. 취향이 트렌드인 시대,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약진흔히 의식주라고 말한다. 사람이 일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의 순서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외모를 다듬었으면 먹는데 좀 더 집중하고 그 이후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다. 럭셔리 브랜드의 진출 품목이 가방, 옷에서 음식, 가구, 조명 등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루이비통, 디올,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에르메스 등의 브랜드는 오래 전부터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펜디 역시 1987년부터 라이선스를 통해 가구를 소개해왔고, 2021년부터는 자사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종종 만나는 에르메스와 디올의 찻잔은 단지 주력 품목이 아니었을 뿐 오래 전부터 일상에 자리해왔다. 가구, 그릇, 커트러리, 타월, 에어팟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리빙 아이템을 늘려가는 것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옷이나 액세서리로만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도 있을 것이고, 품목이 늘어남으로 인한 판매 증진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또 하나 다종다양한 제품과 가격대를 통해 자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넓히는 요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특히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매년 4월이면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패션 브랜드의 부스를 만나볼 수 있다. 일찌감치 박람회에 참가해왔던 펜디와 에르메스, 루이비통 외에도 돌체앤가바나, 로로 피아나, 프라다, 미우미우 등의 독특한 부스에는 패션 DNA가 가미된 리빙 제품을 보려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샹들리에로 유명한 바카라, 이탈리아의 유명 부엌 시스템인 보피, 생활 가전 다이슨 등의 국내 매출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다이슨은 새로운 청소기 펜슬백 플러피콘의 첫 론칭 장소로 서울을 택했을 정도로 ‘한국 소비자의 피드백’에 진심이다. 리빙 전문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 할 것 없이 ‘라이프스타일이야말로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진정한 척도다’라는 암묵적인 정의에 몰입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 대표 제품으로서 기억되기보다는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되고 싶은 바램과 취향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흥미는 날로 높아질 것이다. 필자는 1993년부터 2023년까지 프리미엄 패션·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명품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제45회 한국잡지언론상 기자 부문을 수상했고, 럭셔리 브랜드를 주제로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 브랜드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디엘(DL)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5.07.13 08:50

7분 소요
‘주가조작=패가망신’,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사건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분산된 조사·심리 기능을 합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이달 말 출범할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7월 30일을 목표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을 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주가조작에 대한 엄단 의지를 보인 것과 관련해 실행안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금감원 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대응단은 금융위 4명(강제조사반), 금감원 18명(일반조사반), 거래소 12명(신속심리반) 등 34명으로 구성되고 향후 50명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인데요, 불공정거래 전력이 있는 사례, 대주주 등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사례, SNS·허위보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합동대응반의 주된 업무 분야가 될 전망입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되고, 시장감시시스템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는 등 개선됩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허위공시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도 철저히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주가조작 근절 행보에 업체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주식투자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중 하나인 네이버 종목토론방이 최근 전격 개편을 단행해 반드시 닉네임을 설정하고 개인별로 글을 쓴 기록이 모두 공개되도록 했습니다. 종목토론방에서는 각종 허위 정보 유포와 주가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불공정거래의 오명을 벗겠다는 것입니다.그동안 정부는 주가조작에 대한 엄단을 얘기해 왔지만 실제로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주가조작은 은밀성과 복잡성 등으로 인해 실체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고, 적발돼도 과징금이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면서 심각한 범법 행위라는 인식이 낮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들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이번에는 달라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했듯 ‘주가조작=패가망신’이라는 극히 상식적인 원리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돼야 합니다.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건희 여사가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했는데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며 면죄부를 줬다고 국민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9명이 기소돼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를 확정받았는데요, 특히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 역할을 한 손모씨도 법원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습니다. 특검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를 비롯해 김 여사 연루 의혹이 있는 다른 주가조작 사건들도 수사하고 있는데요,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 한국 증시에서 주가조작범은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2025.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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