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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금보다 국채?…안전자산, 여기로 눈 돌려볼까” [송현주의 재.밌.돈]

증권 일반

투자의 방식은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형화된 재테크 공식을 벗어나, 이제는 각자의 목적과 속도에 맞춘 자산 운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재.밌.돈’은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굴릴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금 ‘재밌게 돈 굴리는 법’을 함께 탐색해봅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50대 A씨는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2%대 중반으로 내려앉자, 이달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 청약에 5000만원을 배정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B씨도“자녀 학자금 마련용으로 5년물을 나눠 담았다”고 했고,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C씨는 “달러 예금 대신 10년물을 택했다. 복리에 분리과세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이런 사례들이 강남 3구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안전자산의 무게추가 국채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대신, 정부 보증이 뒷받침된 ‘개인투자용 국채’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 3구 중장년층의 참여율이 높고, 금리 인하 국면에도 수익률이 역주행하면서 “안전자산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올해 상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5%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반대로 움직였다. 5년물은 3월 출시 이후 연 3.217%를 유지했고, 10년물은 3.65%에서 3.947%로, 20년물은 4.48%에서 4.945%까지 상승했다. 특히 20년물은 만기 보유 시 은행 예금 대비 두 배 가까운 총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이 상품은 고정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복리로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소득은 분리과세로 절세 효과도 있고, 매매수수료도 없다. 발행 13개월 차부터 중도환매가 가능해 유동성도 확보된다.개인투자용 국채는 누가 주로 담고 있을까. 발행액 기준 수도권 비중이 60%를 넘고, 그 중에서도 강남·서초·송파 3구가 매월 청약 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한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고소득층의 장기 자산 운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연령별로는 40~60대가 85%를 차지하고, 그 가운데 50대가 43%로 가장 많다. ▲은퇴 준비 ▲자녀 학자금 ▲결혼자금 등 중장기 목적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핵심이다. "변동성 낮고 복리 구조 뚜렷"지난해 첫 발행 이후 국채 제도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3월 도입된 5년물은 비교적 짧은 만기로 접근성을 높였고, 청약 한도는 2억원으로 확대돼 고액 투자자까지 흡수했다. 지금까지 31종목, 약 1조4500억원이 발행됐으며 매월 발행액은 천억원 이상을 유지한다.8월 발행분의 만기 보유 수익률은 ▲5년물 16.05% ▲10년물 39.47% ▲20년물 98.9%다. 특히 10·20년물에는 역대 최대 가산금리가 붙어 복리 효과까지 반영하면 20년물은 사실상 99% 수익률에 달한다.달러와 금은 여전히 ‘위기 때 찾는 자산’이지만, 수익은 가격 변동과 환율에 좌우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변동성이 낮고 복리 구조가 뚜렷하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 중도 매도하면 손실 위험이 있고, 유통·환매 제약도 존재한다. 결국 만기까지 여유 있게 들고 갈 자금에 적합하다.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와 금이 여전히 상징적 안전자산이지만,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개인투자용 국채가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만 중도 매도 시 손실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여유 자금으로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특히 적합하다”고 말했다.

2025.08.24 07:00

3분 소요
웰컴금융 '해킹 공격'...내 웰컴저축은행 계좌는 괜찮나

상호금융

최근 발생한 예스24와 SGI서울보증 해킹공격에 이어 웰컴금융그룹도 랜섬웨어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웰컴저축은행은 다른 계열사와 서버를 분리해둔 상태여서 안전하다는 입장이다.19일 보안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금융그룹 계열사인 대부업체 웰릭스에프앤아이대부는 최근 해외 해커 조직으로부터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고객 정보 유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웰컴금융그룹은 8월 초 공격 사실을 알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에 피해 신고를 했으며 금융당국에도 공격 사실을 알렸다.추가로 해당 대부업체 외 다른 계열사에도 해킹 피해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한 러시아계 해커 조직은 다크웹을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힌 상태다.이들은 "웰컴금융그룹 모든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며 "여기에는 고객 이름, 생년월일, 자택·사무실 주소, 계좌, 이메일 등 수많은 정보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웰컴금융그룹은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는 데 매우 무책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해커 조직은 확보한 내부 자료가 1.024테라바이트(TB) 규모로 파일 개수가 132만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이 중 실제 내부 문서로 보이는 일부 자료들도 '샘플'로 게시했다.그러나 웰컴금융그룹은 해당 문서들이 고객 정보가 아니라 회의 자료나 품의 서류 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웰컴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대부업체가 공격받았고 내부 정보가 일부 유출된 것은 확인이 된다"며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또 핵심 계열사이자 여수신 업무를 하는 웰컴저축은행에는 피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다른 계열사와 서버를 분리해둔 상태라 은행 고객 정보나 여수신 정보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2025.08.19 16:08

2분 소요
민생회복쿠폰, 어디에 썼나 봤더니...2030은 ‘외식’, 40대 이상은 ‘생필품’

증권 일반

정부가 지원한 ‘민생회복쿠폰’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30대는 외식·카페 등 외부 소비에, 40대 이상은 생필품·식료품 구매에 가장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18일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국 만 20~69세 금융소비자 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민생회복소비쿠폰 이용 행태에 대한 분석’을 조사한 결과 연령대별로 지출이 많았던 항목은 ▲20·30대 문화·여가·취미활동, 미용 40·50대는 생필품, 교육비·학워비 60대 생필품, 건강·의료 였다. 또 20~69세 응답자의 83.1%가 금융기관을 통해 소비쿠폰을 수령했으며 이 중 76.7%는 신용·체크카드를 선택했다. 써본 경험이 있고 즉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분석됐다.금융기관별로는 KB국민카드(17.7%), 삼성카드(13.9%), 신한카드(12.3%) 순으로 높았다. 이는 소비자의 카드 거래 패턴이 반영된 결과다. 단 신한카드는 카드보유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이 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는 모두 5% 미만으로 나타났다. 지역사랑상품권 수령은 13.3%, 선불카드 이용률은 3.5%에 그쳤다.또 소비쿠폰을 금융사에서 받은 이유는 평소 쓰는 카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81.6%), 기존카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어서(59.2%)가 많았다. 온·오프 결제(33.0%), 카드 실적 채우기(27.6%) 목적도 있지만 지역사랑 상품권 앱 사용이 귀찮아서(25.9%)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 연령대에서 많이 쓴 항목은 외식(30.4%)과 생필품(30.2%)로 나타났다. 한편,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에게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2025.08.18 18:01

2분 소요
실적 희비 엇갈린 대형 손보사, 손해율 악화에도 투자이익이 ‘방패’

보험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자동차·일반보험 손해율이 상승하고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대형 산불 등 굵직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보험영업 수익성이 흔들렸다. 장기보험 부문도 의료이용 정상화와 일부 담보 손해율 악화가 겹치며 전반적인 보험손익을 짓눌렀다. 다만 채권평가익, 배당수익, 부동산 매각 등 자산운용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일부 손보사는 순이익 하락 폭을 최소화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투자영업이 보험영업 부진을 가려주는 ‘방패’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화재는 2분기 순이익이 8426억원으로 전년 동기(8062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손익이 307억원으로 79.5% 급감했지만, 부동산 매각과 채권 운용 성과로 투자이익이 1조5052억원(5.6%↑)을 기록했다. 상반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은 1조245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144억원) 대비 5.1% 감소했다.메리츠화재는 2분기 순이익이 52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이는 분기 최대치를 경신한 수치다. 보험손익은 0.6% 감소했으나 투자손익이 6048억원(4.0%↑)으로 실적을 견인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9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반기 기준 1조원에 근접했다. 현대해상은 2분기 순이익이 2480억원으로 30.4% 줄었다. 자동차보험 손익이 약 10억원에 그치는 등 전 부문에서 보험손익이 부진했지만, 채권평가·매매 이익이 늘며 투자손익 1290억원(35%↑)으로 방어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45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5.9% 감소했다. 다만 전년 1회성 이익(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 환입) 2744억 제외시 전년동기 대비 19.3% 줄어든 수준이다.지난달 이미 실적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은 상반기 순이익이 5581억원으로 전년 동기(5720억원) 대비 2.3% 감소했다.DB손해보험은 빅5 가운데 실적 발표가 가장 늦다. 증권가 예상치는 2분기 순이익 4563억원으로 전년 동기(5407억원) 대비 15.6% 감소가 유력하다. 일반·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손해율 악화의 배경으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누적, 부품 가격·정비 공임비 인상, 경상 환자 증가 등이 지목된다. 여기에 9000억원 규모 손실이 추정되는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와 대형 산불 등 일회성 사고가 겹치며 실적에 추가 부담을 줬다. 금호타이어 건과 관련해 업계는 DB손보 약 400억원, 현대해상 200억원, 삼성화재 100억원, 메리츠화재 50억원 수준의 손실 반영을 예상한다.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자동차보험 요율·특약 조정 효과의 반영 시점 ▲장기보험 언더라이팅 강화에 따른 예실차 개선 ▲태풍·집중호우 등 재해 리스크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평가익 둔화 가능성 등이 꼽힌다. 또 자본여력과 CSM 총량이 큰 대형사가 변동성 완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재부각된다. 다만 3분기 태풍·집중호우 피해 가능성과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채권평가익 축소 가능성은 리스크로 꼽힌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 자동차, 일반보험 등 전 부문에서 손익 악화가 관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보험업계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코로나로 운행량이 줄며 3년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지난해부터 적자 흐름으로 돌아서 업계가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보험료는 줄어든 상황에서 경상 환자 증가와 정비 공임비 상승으로 손해액이 늘어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최근 대형사고와 재해가 잇따르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 만큼, 하반기에는 요율 조정뿐 아니라 담보 구조 손질, 언더라이팅 강화 등 전방위적인 리스크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금리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투자이익 방어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과 신사업 발굴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08.13 18:24

3분 소요
외국인 노동자 300만 시대...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만들다 [이코노 인터뷰]

증권 일반

“외국인 노동자가 돈을 맡길 플랫폼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정답은 환율 비교, 대출, 송금, 커뮤니티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올인원 플랫폼’에 있습니다.”외국인 근로자 300만 시대. 여전히 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틈을 파고든 스타트업이 ‘클링커즈’다. 핀테크 업계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서성권 대표는 “국경 너머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을 위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서 대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금융사 시스템 개발 ▲인터넷 뱅킹 ▲카드사 연동 등 기업간거래(B2B) 솔루션 중심의 핀테크 사업을 해왔다. 첫 번째 창업 법인인 ‘코드에프’를 통해 마이데이터 기반 데이터 중개 플랫폼을 운영했고, 이를 금융회사에 매각한 뒤 2023년 9월 피벗을 단행했다. 새로운 기회는 외국인 근로자 시장에 있었다. 서 대표는 “당시는 정부가 필리핀 가사 노동자를 데려오고 이민청 설립이 논의되던 시점이었다”며 “이주노동자 시장은 한국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지만 홍콩·싱가포르에서는 5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테스트베드를 돌려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홍콩·싱가포르서 ‘현지 검증’ 시작…3개월 만에 9000명 유입클링커즈는 먼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웹 기반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의존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병원, 식료품점 등 현지 정보 가이드를 제공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광고 없이도 매달 3000명 이상이 자연 유입됐다. 타깃은 필리핀·미얀마·라오스·인도네시아 출신의 가사 노동자였다. 이후 2024년 9월 한국 서비스도 정식 출시됐다. 가사 노동자가 중심인 홍콩·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공장·농장 중심의 단기 체류 외국인 근로자 약 100만명이 주요 타깃이었다. 서비스 범위도 비자 행정·송금·결제·대출 등으로 확장됐다. 클링커즈는 현재 대출 중개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OK저축은행·전북은행 등과 제휴해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을 중개하며, 수수료 기반 수익모델을 확보했다. 서 대표는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는 대부분 오프라인 중심”이라며 “온라인 중개는 사실상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이 하루 20억원 이상을 외국인 대출로 실행할 정도로 관련 시장도 커졌다. 전북은행은 올해만 5000억원의 외국인 대출을 목표로 한다. 반면 시중은행은 고금리 논란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전용 상품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이용자 수 5만, 올해 매출 60억 전망…글로벌 확장도클링커즈의 현재 MAU(월간활성이용자 수)는 5만명 수준. 올해 목표 매출은 60억원이며, 내년 200억원을 내다본다. 이 중 65%가 해외 매출이다.서 대표는 “한국의 송금 시장은 연 20조원 규모지만, 이미 포화 상태”라며 “글로벌로 확장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까지 6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대만 등 동남아 확장과 함께 아프리카·중동 대상 정부 협력(B2G) 사업도 전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클링커즈는 올 하반기 송금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출·보험·결제 등도 순차 확대된다. 보험은 GA(보험대리점)와의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결제는 선불카드 형태의 ‘코나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이뤄진다. 현재 80개국 언어를 번역기 기반으로 지원 중이며, 커뮤니티 활성화와 정보 플랫폼 역할도 동시에 강화 중이다.서 대표는 “은행이 외국인을 위한 전용 앱을 운영하는 데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지속 운영 가능한 플랫폼이 오히려 포용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B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유니콘클럽’에도 선정됐지만, 전략적 투자(SI)는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특정 지주에 투자를 받으면 중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정책은 종종 정책 변화로 좌초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필리핀 가사 노동자 수입 사업도 샌드박스 제도 아래 추진됐다가 정부의 추가 검토로 멈췄다. 서 대표는 “이런 불확실성이 스타트업엔 가장 큰 리스크”라며 “포용금융을 정책 일관성 속에서 지속 가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마지막으로 “금융서비스는 단순한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와 권리에서 소외된 이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일”이라며 “외국인을 위한 실질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08.11 08:00

3분 소요
“하나 사면 10배?”…주식·코인 말고도 돈 불리는 ‘이것’ 뭐길래 [송현주의 재.밌.돈]

증권 일반

투자의 방식은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형화된 재테크 공식을 벗어나, 이제는 각자의 목적과 속도에 맞춘 자산 운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재.밌.돈’은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굴릴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금 ‘재밌게 돈 굴리는 법’을 함께 탐색해봅니다.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재밌게 돈을 굴리는’ 방식이 새로운 재테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주식이나 가상자산이 아닌, 한정판 굿즈나 명품을 구입한 뒤 가격을 높여 되파는 ‘리셀테크’(희소성 있는 물건을 확보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가 대표적이다. 최근 중고마켓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높은 거래량을 기록한 품목은 봉제 캐릭터 인형 라부부, 명품 브랜드 협업 키링, 스타벅스 서머레디백 등이다.업계에 따르면 이들 상품은 발매 즉시 완판되며, 리셀 시장에서는 정가의 수 배 이상 프리미엄이 붙는다. 최근 가장 인기 아이템인 라부부 인형은 봉제 캐릭터 상품으로, 정가는 약 2만5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출시되자마자 희소성과 팬덤을 기반으로 거래가가 급등했다. 해외 직구 대행 플랫폼과 SNS 기반 리셀 거래에서는 최고 50만~60만원선의 실거래 사례도 포착됐다. MZ의 새로운 투자법...소액으로 불리는 ‘리셀템’이 뜬다라부부는 뾰족한 귀와 9개의 톱니 이빨을 가진 요정으로, 홍콩 아티스트 카싱룽의 그림책 속 캐릭터다. 2019년 팝마트와 협업해 인형으로 제작되면서, 세계적인 가수 블랙핑크 리사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SNS에서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라부부의 인기를 견인한 핵심 요인으로는 독특한 판매 방식이 꼽힌다. 팝마트는 라부부를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한다. 소비자는 포장을 뜯기 전까지 어떤 모델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BBC는 이를 “수집가에게 일종의 도박”이라 표현하며, 랜덤 박스 방식이 MZ세대의 수집 욕구와 맞물려 열풍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인형 뿐 아닌 키링 하나에도 리셀가가 붙는 시대다. 라부부 키링은 처음 2만원선에서 출시됐지만, 현재 리셀가 최대 130만원으로 폭등하며 5133% 상승을 기록했다. 또 다른 협업 모델인 ‘프로나운스 날개 인형’도 발매가 대비 918% 상승했다. 구매자들은 SNS 후기나 오픈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시세 정보를 공유하며, 발매 전부터 매물 확보 경쟁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 국내 캐릭터 ‘모남희’는 지드래곤(G-DRAGON)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데희’ 에디션이 지난해 12월 출시 직후 품절되며 리셀 시장에서 정가 대비 최대 10배 웃돈이 붙었다. 수만원대였던 정가가 리셀가로 수십만 원까지 치솟으며, MZ세대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축구 스타 손흥민의 브랜드 ‘NOS7’과 협업한 ‘쏜희’ 키링 역시 마찬가지다. 한정 수량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팬심과 희소성이 더해져 리셀가가 정가의 5~6배 수준까지 급등했다. 일부 거래 커뮤니티에서는 3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키링 하나가 ‘굿즈’를 넘어 일종의 ‘투자자산’으로 취급되는 현상이다.이 외에도 스타벅스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에 진행하는 스타벅스 ‘e-프리퀀시’ 증정품 이벤트는 해마다 치열한 예약전쟁을 벌여야 한다. 인기 품목들은 빠른 시일 내에 품절되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원하는 증정품을 사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굿즈를 사기도 한다. 이번 여름에 스타벅스가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와 손잡고 선보인 ‘스타벅스 라코스테 멀티플백’ 가방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6만∼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주요 플랫폼의 리셀 관련 거래액은 2024년 기준 연간 5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4 리셀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20~30대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에 달하며, 리셀 거래의 약 절반(47%)은 패션·굿즈 분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투자금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부분의 굿즈가 2만~5만 원 수준의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희소성이 보장되는 품목의 경우 발매 직후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속도도 빠르다.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선 “평균 3일 이내 거래 완료” 후기가 다수 올라오며, 구매 즉시 리셀 플랫폼이나 중고마켓에 등록해 수익을 노리는 ‘즉시 전매’ 전략도 퍼지고 있다.리셀의 방식도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히 되팔기 목적이 아닌, '사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물건을 구매하면서 희귀 아이템을 ‘득템’하는 순간의 만족감을 경험하고, 시간이 지나 효용이 떨어지면 다시 판매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구매와 판매를 일종의 놀이처럼 여기는 셈이다.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물건 종류도 워낙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소유’보다는 ‘향유’에 초점을 맞춘다.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물건을 잠시 경험하고, 다시 시장에 내놓는 방식으로 한정판 키링이나 피규어 같은 수집품을 소비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셀은 실패 리스크는 낮은 편이지만, 성공할 경우 수익률은 꽤 높다”며 “이런 구조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재밌게 돈 굴리기’ 흐름과 맞물려 리셀 시장이 소액 분산형 투자처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25.08.10 08:00

4분 소요
동네 의원·약국서도 ‘실손보험금 청구’ 가능해진다

보험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10월 25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및 약국 9만6000곳에서 확대 시행한다.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인 ‘실손 24’ 참여 및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고 7일 밝혔다.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지난해 10월 25일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1단계)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했다. 올해 10월 25일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 및 약국(2단계)까지 대상이 확대한다.지난 5일 기준 총 6757개 요양기관(병원 1045개·보건소 3564개·의원 861개·약국 1287개)이 참여하고 있으며 1단계 참여율은 59.1%정도다. 2단계 시행 대상인 의원·약국 중에도 선제적인 참여를 독려 중인데 아직 참여율은 2.2%에 불과하다.보험업계와 유관기관 등은 청구 전산화 참여 요양기관 및 전자의무기록처리(EMR) 업체에 서버비와 시스템 개발비, 인센티브 성격의 확산비, 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한다.금융당국은 실손24 활성화를 위해 참여 병원을 소비자가 손쉽게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 플랫폼(네이버지도, 카카오맵)에서 참여 병원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한다.아울러 실손24 미참여 요양기관에 대해 소비자가 참여를 요청하는 기능을 신설하는 등 시스템 기능을 개선해왔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함께’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구전산화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물론 참여하는 병원도 실손24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용자의 89%가 청구전산화가 기존 보험금 청구방식(보험사 앱, 팩스 등)보다 더 편리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94%는 향후에도 실손24를 계속 이용할 것이며 87%는 요양기관들의 진료과목 등이 유사하다면 청구전산화가 가능한 병원을 우선 이용하겠다고 답했다.청구전산화가 좋은 이유로는 응답자의 86%가 종이 서류(진료비계산서 등) 발급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답했고, 50%는 서류 발급을 위한 병원 재방문 등 시간적 비용이 감소하는 점을 꼽았다.청구전산화에 참여한 병원도 67%가 청구서류 발급 행정부담이 줄었고 79%는 내원 환자 서비스 만족도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2025.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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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즌 ‘트래블 카드’ 경쟁...‘하나’ 선두 굳히기, ‘신한’ 약진

카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트래블 카드’ 시장이 카드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 환전 우대 등의 혜택이 부각되면서 트래블 특화 체크카드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특히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브랜드를 앞세워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신한·KB국민·우리 등 주요 카드사들도 후발주자로 적극 뛰어들며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트래블로그’로 1위 수성…누적 가입자 800만명 돌파카드업계에 따르면 시장 선두주자인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여행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트래블로그 카드의 누적 환전액은 4조5243억원, 누적 가입자는 8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즉 2023년 1월 출시 이후 29개월 연속 해외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트래블로그는 해외 이용 시 결제 수수료, 환전 수수료, ATM 인출 수수료까지 모두 면제되는 것이 강점이다. 고객은 전용 앱에서 실시간으로 외화 환전 및 관리가 가능해, 기존의 ‘출국 전 환전’ 문화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 뒤이어 추격...KB·우리카드 등도 참전후발주자인 신한카드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협업해 2023년 출시한 ‘신한 SOL트래블 체크카드’는 출시 14개월 만인 지난 7월 말 기준 계좌 수가 약 230만장, 매출 누적액은 3조369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만 신규 개설 계좌가 7만좌 증가했다.신한카드는 ‘고급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해외 결제 수수료와 ATM 인출 수수료를 면제하는 기본 구조에 더해,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의 부가 서비스를 강화해 고소득층과 잦은 여행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또한 자사 통합 금융앱인 ‘신한 SOL’을 중심으로 환전, 카드 결제, 자산관리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양사는 타깃 고객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하나카드는 여행과 워킹홀리데이 등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실속형·자기주도형 소비자에 맞춘 설계를 지향한다. 반면 신한카드는 출장이 잦은 직장인, 여행 중에도 금융 서비스를 폭넓게 이용하려는 프리미엄 고객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이 외에도 KB국민카드가 ‘와이즈(WISE) 트래블 체크카드’를 리뉴얼하며 환율 우대율을 80%까지 확대했고, 우리카드도 전용 환전 앱과 연계된 여행자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 등을 추가하며 차별화에 나섰다.카드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카드 수익모델이 단기적으로는 낮지만, 장기 고객 유치와 브랜드 충성도 강화 측면에서 중요한 접점”이라며 “여름 성수기 동안은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처럼 트래블 카드 시장의 급성장은 해외여행에 적극적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패턴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신용카드 중심의 해외 결제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체크카드 기반의 실시간 외화 환전·관리 기능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번 여름휴가 성수기 이후에도 ‘연중 여행 시즌’ 흐름에 맞춰 트래블 카드 서비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추석 연휴(9월)와 겨울 방학 시즌(12월~1월)을 타깃으로, 라운지 혜택 확대, 여행사 연계 이벤트, 해외 체류 맞춤형 보장 서비스 등도 잇따라 준비 중이다.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실시간 환율 확인, 앱 기반 자산 관리, 결제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기존의 혜택 위주 마케팅보다, 사용자 경험 중심의 설계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2025.08.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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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고령화 가속…연금 시스템 전면 재설계 시급” [스페셜리스트뷰]

증권 일반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가 경탄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단순히 근면성이나 투지와 같은 내재적 요인뿐만 아니라, 후발주자(Late Mover)로서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학습하고,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하며 발전시켜 나간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한국이 선발주자(First Mover)로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구고령화(Aging Population)다.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7%에 도달하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에 도달하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에 도달하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부른다. 주요 선진국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뒤 초고령사회에 도달하기까지 100여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일본은 이 기간을 36년으로 단축했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됐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2024년 12월 24일 기준으로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늙어버렸다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앞으로 25년 후인 2050년에는 노인인구의 비중이 40%를 상회하고, 2070년에는 두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된다. 이러한 예상조차도 상당히 긍정적인 가정에 기반한 것이다. 한국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는 기대수명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이 동시에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전 세계가 인구고령화에서 만큼은 한국을 선발주자로 지목하고,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고, 그 결과 성공하는지 또는 실패하는지를 학습 중이다. 이미 해외 연구자 및 언론은 “한국은 중세 유럽의 흑사병 때보다 빠른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멸종하는 민족이 될 것이다”라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보험료로 연금 못 막는 시대 온다…국민연금, 수정적립방식의 한계”인구고령화는 경제·사회를 구성하는 면면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대상은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과 같은 사회보험이다. 사회보험의 재정방식은 크게 부과방식(Pay-As-You-Go)과 적립방식(Funded System)으로 구분되는데, 사회보험 중에서도 건강보험제도는 대부분 부과방식이지만, 연금제도는 둘 중 하나의 재정방식을 채택하거나 두 재정방식을 혼용하기도 한다. 연금제도에서 부과방식은 현재 경제활동인구(젊은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나 세금으로 현재의 연금수급자(은퇴 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개별 계정에 적립하여 운용하고, 은퇴 시점에 본인이 적립한 금액과 운용수익을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부과방식은 노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의 재정을 젊은 사람이 부담하고, 적립방식은 본인이 젊었을 때 축적한 돈을 노인이 되어 연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의 재정방식은 수정적립방식(Partial Funding System)이다. 연금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당장 모든 필요한 기금을 완전하게 적립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래의 연금지급을 위해 일정 수준의 적립금을 쌓게 되는데, 이때는 수입(보험료)이 지출(연금)보다 많기 때문에 기금이 불어난다. 이후 시간이 지나 수급자가 늘어나고 인구고령화가 심화하면, 거둬들이는 보험료만으로는 당해 연도의 연금 지급액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급기야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어 그 해에 거둔 보험료로 그 해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된다. 국민연금기금은 1213조원으로 일본(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노르웨이(Norwegian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연기금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증가해 2040년에는 17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국민이 수십 년 동안 누적·성장시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기금이 2040년에 최고점을 찍지만, 불과 15년 만에 완벽히 사라진다니 인구고령화의 공포감이 실감된다. 국민연금개혁이 추진 중이지만, 고갈시점을 몇 년 늦출뿐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다고 연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닐 테지만, 기금이 고갈된 뒤에는 젊은 세대가 지급해야 할 보험료만 소득의 35%가 넘게 된다. 소득세와 건강보험료까지 지급하고 나면 과연 월급 중 절반, 아니 30%라도 손에 쥘 수 있을까? 내가 근로하면서 적립한 돈을 자신이 늙어서 연금으로 받는 적립방식은 인구고령화 하에서도 재정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주요국은 공적연금의 한계를 인정하고 적립방식의 사적연금을 활성화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사적연금의 규모가 GDP와 같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는 한국은 무슨 배짱인지 오히려 국민연금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이 아닌 적립방식으로 전환하든가, 아니면 현 국민연금의 재정방식을 유지하되 그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사적연금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정부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노후준비에 대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본인의 은퇴 기간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하다. 한국인은 생각보다 빨리 은퇴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오래 생존한다. 1960년생의 기대수명은 당시 52.4세였으나, 1960년대생은 현재 65세로 대부분 생존해 있다. 1980년생의 기대수명은 당시 65.8세였는데, 현재 45세인 1980년생들이 과연 65.8세에 사망할까? 그동안 한국인은 2년마다 수명이 예상보다 1년씩 증가할 정도로 오래 생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류는 돈으로 생명을 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둘째, 연금의 중요성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지옥이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생존하게 되는 것을 장수리스크(longevity risk)라고 한다. 75세에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자산을 준비했는데 85세까지 생존하면 지옥 같은 10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장수리스크를 해결하는 최고의 도구가 연금이다. 연금은 언제일지 모르는 사망시점까지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제공하기 때문에 경제주체가 가장 꺼리는 불확실성과 소비단절을 해결해준다.셋째, 공적연금을 맹신하면 안 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67만원이다. 물론,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국민연금액을 받겠지만, 국민연금만으로 행복한 노후생활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정이 갈수록 취약해지기 때문에 반복적인 개혁이 진행될 것이다. 인구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에서 경험했듯이 사회보험의 개혁은 사회보험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더 많은 연금을 줄 수 있다는 사탕발림이 달콤하게 들리겠지만, 한국의 인구고령화를 고려하면 우리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혹여 시도하더라도 추후에 더 혹독한 부담을 피할 수 없다.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보험료가 35%가 넘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주면 된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주장하는 사기꾼들이 득세하고 있지만, 국민이 보험료 대신 세금을 더 내면 무엇이 달라질까?넷째, 반드시 사적연금을 활용해 별도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적연금에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주택연금이 있다. 이들 연금은 사적연금으로 분류만 될 뿐 가입조건이 있고, 세제 혜택이 적용되며, 해지에 페널티가 부여되는 등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특히, 한국인은 자산 중 75%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연금이 중요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인구성장기에 경험했던 부동산 불패신화가 인구쇠퇴기에도 지속될 것이라 믿으면 안 된다. 현재 노년기에 접어들었으나 부동산 중심으로 자산이 축적되어 있다면 주택연금을 고려하라는 의미이지, 노후자산을 부동산으로 축적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다섯째, 노후준비를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준비하되, 반드시 시간선호(Time Preference)를 극복해야 한다. 시간선호는 ‘경제주체가 미래의 소비보다 현재의 소비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항상 정답을 알고 있지만, 바로 이 시간선호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다. 즉, 누구든 젊었을 때 돈을 아껴 투자하고, 근로활동을 못하는 노년기에 연금으로 전환해 편안한 노후생활을 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인간은 돈이 있으면 나중에 연금으로 소비하지 않고 지금 소비해버린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다. 연금에 가입하더라도 중도에 해지한다. 만기까지 유지했더라도, 적립금을 연금으로 전환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아서 조기에 소진해 버린다. 공적연금만 믿다간 장수리스크에 무너진다그러므로, 시간선호를 이겨내고 개인형퇴직연금(퇴직연금의 한 종류인 IRP)이나 연금저축(개인연금의 한 종류)에 가입하되, 빨리 가입할수록 복리의 마법을 크게 누릴 수 있다. 정부는 IRP와 연금저축을 합산해 납부금의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10~15%)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입 순간부터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입 동안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도 없고, 수령할 때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 연간 900만원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75만원을 납부하면 되고, 이렇게 35년 동안 연 10%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은퇴할 때 정확히 25억5000만원의 노후자금이 마련된다. 이 전략은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 권하는 ‘시간과 복리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연간 수익률이 10%가 아니라 절반인 5%에 불과해도 최소한 8억원의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축적된 25억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둘 중 하나다. 첫째, 배당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이 투자는 위험하다며 저축을 권유한다. 한 나라의 이자율(금리)은 경제성장률과 연동되어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에 불과하고, 불과 5년 뒤에는 1%대로 내려앉게 된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 때문이다. 저성장은 저금리를 초래하기 때문에 저축으로는 인플레이션조차 헤지(hedge)하기 어렵다. 투자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투자하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 둘째,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 배당투자는 배당으로 매달 생활하면서 원금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때 인간의 시간선호가 계획을 망친다. 내 손아귀에 목돈이 있으면 쓰고 싶어지고, 돈 쓸 일이 생겨난다. 종신연금은 내 은퇴자금을 보험회사가 운용하고 내가 언제 사망하든지 죽을 때까지 매달 연금을 지급해주는 상품이면서 중도에 해지할 수 없어서 인간의 나약한 심리(시간선호)를 강제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문제는 시간선호를 이겨내는 경제주체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달 75만원이 아닌 50만원만 납부해도 은퇴자금은 17억원이 되는데, 이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현실에서는 누구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더 많은 국민이 사적연금을 활용하도록 혜택을 확대하되, 가입 후에는 은퇴 전까지 적립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은퇴 시에는 적립금을 배당 투자하더라도 일부는 종신연금으로 수령하도록 해야 한다. 또 무능력한 금융기관을 연금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투자보다 저축이 위험한 세상인데, 한국은 여전히 투자가 더 위험한 세상이다. 정부가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2~3%에 불과한 수익률 개선이 우선이다. 국민이 시간선호를 이겨낼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지만, 필요에 따라 규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비교적 늦게 노후자산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개인연금의 한 종류인 연금보험이다. 그런데 한국은 연금보험을 저축성 보험과 동일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가입이 활성화되기 어렵고,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기도 어렵다. 종신연금은 소비자가 가입을 원해도 보험회사가 판매하기를 꺼릴 정도다. 가입자가 생각보다 오래 생존하면서 오히려 보험회사가 장수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톤틴연금(Tontine Pension)이 활용될 수 있다. 톤틴연금은 사망한 사람의 몫을 생존한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의 연금이기 때문에 가입자와 보험회사 모두 장수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톤틴연금의 개발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는 교수로서 사적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예상치 못한 프레임이 씌워지기도 한다. 필자는 사학연금(공적연금)을 받게 되는데, 그 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보다 많다. 그럼에도 현재의 소비를 참고 매달 악착같이 IRP와 개인연금에 100만원을 납부한다. 이렇게 시간선호를 이겨내며 사적연금에 납부하는 이유는 사학연금도 국민연금과 같은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미 선배들보다 더 많이 내고 있고 덜 받는 개혁을 경험했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학연금도 부과방식이기 때문에 조만간 기금이 고갈될 것이고, 다른 나라들처럼 반복적인 개혁을 통해 내가 받을 연금액은 더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만간 기금이 고갈될 공적연금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본인 계좌에서 매년 10%씩 눈덩이처럼 몸집을 키우고 있는 사적연금을 믿어야 할까.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서 경제학 박사학위(2008년)를 취득했다. 이후 보험연구원 고령화실 실장, OECD 보험 및 사적연금위원회 정부대표단 등을 거쳐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한국연금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여러 정부 기관과 기업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5.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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