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택 하나증권 ECM 본부장 “IPO, 사업성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통제’”
- [IPO 본부장 대전]⑤
사전에 꼼꼼한 내부통제 정비로 심사 승인율 높여
스팩 합병 상장 업계 1위…대기업 IPO 강화 목표

기업금융(IB) 시장에서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저마다의 강점과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 중인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기업공개(IPO) 관련 조직을 확대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IPO 본부장 대전(大戰)’에서는 격전지로 떠오른 IB 시장의 최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증권사 IPO 본부장들을 만나 전장(戰場)의 한복판을 들여다본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IPO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부통제’입니다.
”권승택 하나증권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전 준비 단계서부터 내부통제 정비를 하고, 좀 더 좋은 기업들을 시장에 진입시켜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게 저희 미션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업성이 아무리 좋아도 내부통제 이슈가 많으면 사실, 상장을 해도 문제다”라며 “대표이사의 마인드가 엉망이거나, 자본시장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거나, 상장 이후에 소액 주주들에 대해서 무관심하면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투자를 외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 단계에서부터 내부통제 이슈가 많으면 심사가 통과되기 어렵다”며 “주관사에서 ▲내부통제 정비 ▲대표이사의 마인드 세팅 ▲회사의 지배 구조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서로 소통해 나가면 심사 통과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전에 내부통제 정비를 잘해서 한국거래소 심사 승인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IPO 진행 과정에서 하나증권이 가진 강점으로 꼽힌다. 권 본부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거래소 심사 승인율이 한 70~80% 정도였다”며 “10개의 기업이 거래소에 심사를 청구하면 2~3곳은 심사에 탈락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조금 더 심사 기조가 강화되면서 심사 승인율이 거의 70% 밑으로 떨어진 경우도 있다”며 “반면 하나증권은 평균적으로 심사 승인율이 85~90% 정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즉, 10개의 기업이 심사 신고를 하면 1곳 정도만 탈락하는 셈이다.
권 본부장은 지난 1995년 하나증권의 전신인 보람증권에 입사한 후 10여년간 관리 파트에서 역량을 쌓았다. 이후 올해로 20년째 하나증권 ECM 분야에 몸담아 온 베테랑이다.
권 본부장이 처음 IPO 업무를 맡을 당시만 해도 하나증권은 1년에 한 건 정도의 딜을 완수하는 데 그쳤다. 이후 하나증권이 조금씩 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앞서 2012년도에 일본 기업 국내 상장에 이어 2013년도에 ‘애니팡’으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 업체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한 게 업계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하나그린스팩이 선데이토즈와 합병한 뒤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권 본부장은 “그때부터 ‘하나증권이 스팩 합병을 잘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스팩 합병 상장을 하려고 하는 회사들이 저희 쪽하고 많이 컨택을 했었다”며 “지금도 스팩 합병 상장으로는 하나증권이 업계 1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본부장은 스팩 합병 상장 업계 1위 타이틀을 넘어 하나증권의 새로운 도전을 그리고 있다. 그는 “중장기적인 목표로 대기업 IPO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러한 일환으로 하나은행 영업점과 부서와의 컬래버(협업)에 좀 더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전준비‧전문성‧협업 강화…“올해 보수적 시장 접근”

이에 더해 외부 전문 인력도 계속 영입할 계획이다. 그는 “이직 등 다양한 이유로 하나증권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증권업계 IPO 인력 이동이 있었다”며 “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정도로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인력 영입 노력은 실제 기술 평가 등 IPO 진행 과정에서 고객사들에 호평을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일례로 2023년 면역항암제 개발기업인 지아이이노베이션 상장 당시 하나증권은 NH투자증권과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권 본부장은 “당시 바이오 전공을 한 기술 평가 기관 출신 인력이 기술 평가를 세 번이나 연속으로 잘 받을 수 있게 할 정도로 대형사보다는 그 부분에 있어 회사의 신뢰를 많이 얻은 사례가 있다”며 “기술 평가 위원들의 관점 등에 대해서 잘 이해를 하고 있다 보니 기술 평가를 진행하는 기업들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역량 등을 바탕으로 하나증권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어로 꼽힌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APR) 등의 대형 IPO 공동 주관사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딜을 완수했다. 하나증권은 APR의 경우 자기자본(PI) 투자에도 참여, 20억원을 투자해 150억원의 투자 수익을 올리는 성과도 얻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남았다. 권 본부장은 “스팩 합병 상장은 매년 3건씩 잘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이 계속 빠지면서 저희가 발기인으로 출자한 지분에 대한 평가손실이 계속 발생했다”며 “APR이나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많은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 손실 금액이 좀 더 커서 실적이 조금 아쉬웠다”고 짚었다.
이에 권 본부장은 최근 정치·경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스팩 합병 상장이 됐든, 공모 상장이 됐든 ‘기업가치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게 올해 가장 고민해야 될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이 하락할 거라는 우려 때문에 공모 상장을 하게 되면 기관 투자가들도 수요예측에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을 할 것”이라며 “또 스팩 합병 상장에서는 재작년처럼 상대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해서 수익가치를 공격적으로 잡아주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은 좀 지양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권 본부장은 올해 하나증권이 진행하는 주요 IPO 딜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나증권은 진행 중인 7~9개 정도의 주요기업이 올해 하반기께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중에서도 2곳의 상장을 의미 있는 딜로 꼽았다. 권 본부장은 “1개 회사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데 올해 이익이 한 100억원 정도 날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 12월쯤 상장 예정으로 의미 있는 상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네슬레 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신약 개발회사 세레신에 일부 투자업무도 들어갔다”며 “하반기에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딜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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