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실험실 ‘흰 쥐’ 사라질까…美 FDA, 동물실험 대체 권고
- [실험동물 사라질까]①
“R&D 비용 및 치료제 가격 인하 기대”
오가노이드 기업 주목…제도 지원 필요

美 FDA “동물실험 단계적 폐기”
미국 FDA는 10일(현지시각) 몇몇 생물의약품을 평가할 때 동물실험을 다른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물실험을 대신할 방법으로는 컴퓨터 모델링과 AI 기술, 실험실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장기 칩을 제기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환자들이 투약한 약물이라면 별도의 동물실험을 요구하지 않고, 앞선 임상시험 결과를 참고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FDA가 이런 지침을 발표한 이유는 그동안 동물실험에 쓰이는 실험동물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은 교육과 시험, 연구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실험동물을 활용하는 시험이나 절차를 말한다. 흰 쥐를 비롯한 설치류와 영장류·조류·어류 등이 실험동물로 쓰인다. 문제는 실험동물로 쓰이는 설치류·영장류·조류·어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만 2022년 기준 499만마리의 실험동물이 쓰였다. 실험동물이 실험 과정에서 받는 고통 중 가장 높은 등급인 E등급 실험에 쓰인 실험동물의 비중도 매년 증가해 같은 해 50%에 육박했다.
약물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사람과 동물은 종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약물의 여러 효능이나 부작용이 사람에게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이 개발한 탈리도마이드가 대표적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60년대에 팔린 입덧방지제다. 동물실험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의 판매 이후 이 의약품을 복용한 임산부 상당수가 기형아를 출산했다.
미국에서 동물실험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미국 FDA 현대화법(Modernization Act)이 통과되며 기업은 약물의 안전성과 유호성을 심사할 때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을 활용해 자료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R&D 방법을 혁신하기 위해 신규 프로그램 Complement-ARIE(Animal Research In Experimentation)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동물실험 외 방법으로 약물과 질병의 작동 방식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다.
마틴 A. 마카리 미국 FDA 국장은 “기업들은 특정 약물이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많이 쓰였더라도 추가적인 동물실험을 수행해 왔다”라며 “이번 지침이 약물 개발과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모델링, 사람의 장기를 유사하게 구현한 모델을 활용한 실험,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약물이 쓰인 여러 자료를 활용해 환자에게 빠르게 안정적으로 안전한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R&D 비용은 물론, 치료제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동물실험 대체에 관심…현실화는 아직
미국 FDA가 약물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춰 제도를 정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기업 중에서는 기술 이전 및 미국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FDA 규제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는 기업도 많다. 실제 북미와 유럽 등 신약 개발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이미 동물시험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기 위해 제도를 손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5년 전 일찍이 실험동물보호지침을 제정·시행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기업들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규정이 현실화 하려면 이런 대체시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가 받쳐줘야 한다. 국회에도 대체시험과 관련한 법안이 여럿 발의된 상태다.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과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있다. 식약처도 지난해 세포기반시험, 미세생리시스템, 바이오프린팅 등으로 독성자료를 제출하도록 허용했다.
해당 법안들이 제정되면 대체시험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물론 대체시험을 제공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사업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가노이드를 비롯해 동물실험을 대체할 R&D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오가노이드는 폐·간·뇌 등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형태의 3차원(3D) 조직을 줄기세포로 만든 것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대체시험으로 꼽힌다. 정부는 2년 전 오가노이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도 지정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세라트젠, 티앤알바이오팹, 그래디언트 등이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2차 경선 진출…"국민께 감사"(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JTBC와 분쟁에도..‘불꽃야구’ 첫 직관 전석 매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복제폰 피해 가능성은 낮지만… SKT 유심 해킹, 전면 조사 불가피(종합2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뛰어난 운용 성과...‘30조’ 행정공제회 허장CIO 연임 성공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비만약 새 시대 열린다…저분자화합물 개발 성공, 한국선 일동유노비아 선두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