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하자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4월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4년 2분기(-0.2%) 이후 처음이다. 감소 폭은 2022년 4분기(-0.5%) 이후 가장 크다.

국내총생산은 한 나라의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일정 기간 생산한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모두 합한 값이다. ▲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을 더한 국내총생산은 주로 경제성장률의 지표로 사용된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3%)에 깜짝 성장한 이후 2분기(-0.2%), 3분기(0.1%), 4분기(0.1%), 올해 1분기(-0.2%)까지 계속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분기별 GDP가 4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동원 경제통계2국장은 “정치적 불확실 정도가 이전에 비해 길어지고 3월 관세정책 예고로 대외불확실성이 커지며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분기 GDP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오락·문화, 의료 등)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0.5%)와 4분기(0.2%) 잇따라 증가하면서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 국장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가계들이 가전제품, 가구 등의 내구제를 교체했다”며 “신발, 식료품 등 준내구제 가격은 상당 폭 올라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3.2%,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를 중심으로 2.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1.7%) 이후 3분기 만에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 폭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반 만에 가장 크다.

경제성장률을 이끌었던 수출도 둔화했다. 1분기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1.1%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8%에서 큰 폭으로 감소 전환했다. 전 분기에 0.1% 증가했던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를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감소 폭은 수출과 수입 모두 2022년 4분기(각각 –4.1%, -2.5%) 이후 가장 크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실질 GDP 성장률(-0.2%)을 하회했다. 전 분기 성장률 0.7%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감소 폭은 실질 GDP 성장률 0.2%의 두 배다. 국내총소득이란 국가 내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의 합이다. 모든 임금과 이익, 세금의 합계에서 정부보조금을 빼 구한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CNBC와 만나 한국 경제의 핵심 키워드를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한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며 “한국은 본질적으로 수출 중심 경제이기 때문에 이번 무역 긴장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역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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