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1등 항해사의 외로움에 ‘희망의 닻’ 내린 스타링크
- [스타링크 韓 상륙작전] ③
육지와 바다 스타링크 연결로 ‘외로움’ 해결
제도 기반 마련한 스타링크, 韓 상륙 임박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바다가 좋았다. 그래서 바다로 떠났다. 꿈꾸던 바다 위는 넓고, 깊었다. 끝없는 수평선, 바닥을 알 수 없는 해저가 이어졌다. 늘 바다를 그리던 이 청년이, 광활한 바다를 품기엔 역부족이었다. 불현듯 올라오는 감정이 매번 발목을 잡았다. 외로움이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 위는 너무나 외로웠다. 배 위 선원들은 늘 바쁘게 움직였지만, 외로움을 떨쳐내진 못했다. 그렇게 8년을 외로움과 보냈다.
바다 위 먹먹한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기술이다. 그 기술의 이름은 ‘스타링크’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 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기존의 지상 기지국이나 유선 인터넷과 달리, 수천 개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려 지구 어디서든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링크가 ‘갑판 위 삶’을 바꾸는 방법
올해로 승선 생활 8년째, 윤시은(31)씨는 지난 2023년 1등 항해사 직책를 달았다. 1등 항해사는 선장 바로 밑의 최고 직책 중 하나다. 선장의 지시를 받아 선박의 운항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관리한다. 사실상 ‘선장의 오른팔’인 셈이다. 1등 항해사가 된 그의 어깨엔, 1등 항해사를 뜻하는 세줄짜리 견장의 자리 잡았다. 기나긴 승선 생활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하루의 시작은 늘 바다와 함께한다. 이른 새벽, 조리수와 함께 먹는 라면이 신호탄이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지난밤 중 있었던 일들을 선원들에게 보고 받고, 간단한 서류 작업, 항해 경보 확인 등이 그의 주된 일이다. 배 위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만큼, 사사로운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한 배를 탔다’라는 말이 있다. 1등 항해사는 망망대해 위 선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한다.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그가 바다 위에서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 있다.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대상은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친구들이다. 배 위의 인터넷 환경은 매우 열악한 탓에, 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윤시은 1등 항해사는 “뱃사람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외로운 감정”이라며 “고강도 업무 보다, 그리운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 위는 사회화의 연결끈이 사실상 끊어진 상태인데, 지금은 일정 부분 적응해 괜찮지만, 첫 승선 생활을 돌이켜 보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그의 승선 생활은 다르다. ‘스타링크’ 도입 덕이다. 처음 회사에서 스타링크를 도입한다 했을 때, 그의 가슴은 뛰었다. 끊어진 사회와의 끈이, 다시금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육지 위 평범한 일상을, 바다 위에서 영위할 수 있다니. 처음 스타링크 도입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고 한다.
스타링크 도입과 동시에 그의 삶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먼저 메신저다. 메신저를 통해 육지에서 전송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과거 일반적인 안테나를 사용하는 배 위의 인터넷 속도는 Kbps(킬로비트) 단위가 일반적이다.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수천 비트 수준이라는 뜻이다. 문자, 간단한 이메일 정도는 가능하지만, 동영상 재생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집이나 휴대폰 LTE/5G 인터넷은 Mbps(메가비트) 단위다. 스타링크는 Mbps 단위 속도를 제공한다. 배 위 인터넷 혁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윤 1등 항해사는 “이제 배 위에선 육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며 “배 위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 보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시간으로 육지 사람들과 얼굴을 보며 소통하는 행위 자체가 뱃사람의 근복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 위에선 항해나 정비 외 상당한 문서 작업도 요한다”며 “스타링크를 통해 인공지능(AI)를 업무에 도입함으로서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배 위에서 손으로 해결하기 힘든 복잡한 장비가 고장났을 경우, 육상 업체와의 화상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여줄 수 있어 작업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박한 스타링크 韓 상륙
이렇듯 배 위의 삶을 통째로 바꾼 스타링크는 곧 우리나라에 상륙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열린 제4차 국정 핵심과제 국민 브리핑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스타링크코리아가 제출한 국경 간 공급 협정에 대한 심사 절차를 진행할 계획” 이라고 밝히면서다.
이번 발표는 국내 통신 규제 완화가 공식화되면서 스타링크의 한국 진출이 한층 현실화됐음을 의미한다. 스타링크코리아는 모기업 스페이스X와 체결한 공급 협정을 바탕으로 국내 서비스 개시를 준비 중이다. 정부 심사 통과 여부가 본격적인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을 위한 전파법 기술기준 개정을 마무리하며 스타링크 진입의 제도적 장벽을 해소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다. 국내 인터넷 보급률은 95%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가 진출하더라도 당장 기존 통신사업자들의 시장 지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해안과 도서 지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수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한국 특성상 지상 기지국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통신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스타링크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내에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항공기의 기내 통신환경이 고속 와이파이 환경으로 개선되고, 특히 장기 항해 선박의 선원들에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상통화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등 선원복지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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