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쌓이는 노후 주택과 빈집]②
지방 부동산 리뉴얼, 사업성↓·수요 부족
30년 넘은 노후주택, 부산·대구 70% 넘어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지방 주택이 수도권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전체 주택의 58%가량이 지은 지 30년을 넘긴 노후 주택인 가운데 부산과 대구에서는 이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전국 건축물 관련 최신 자료인 국토교통부의 ‘2023년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용 승인 이후 30년 이상이 지난 주거용 건축물 비율은 2023년 기준으로 52.0%였다. 이는 아파트 1개 동, 단독주택 1개 동 등 동 수를 기준으로 집계한 것으로, 주거용 건축물의 절반 이상이 지은 지 30년을 넘겼다는 뜻이다.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 가파르게 늘어
수도권에서는 이 비율이 43.3%, 지방은 55.2%로 지방의 노후 주택 비율이 더 높았다. 17개 시도별로 노후 주택 비율을 따져보면 부산이 68.7%로 가장 높았다. 부산 내 주거용 건축물은 23만6696동이며, 이 가운데 16만2633동이 30년을 넘겼다. 부산 다음으로는 대구(65.2%), 전남(63.1%), 대전(62.2%)이 뒤를 이었다.
서울의 노후 주거용 건축물 비율은 57.5%였다. 17개 시도 중 노후 주거용 건축물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33.2%)였다. 인천은 47.2%다. 연면적으로 시군구별 노후 주택 비율을 따져보면 경북 울릉이 61.4%로 가장 높았고, 경북 의성(60.6%), 전남 신안(58.6%), 전남 진도(57.5%), 전남 보성(54.6%) 순이었다. 반대로 이 비율이 가장 낮아 ‘새 주택’이 많은 곳은 경기 김포(2.6%), 용인 기흥(3.3%), 용인 수지(3.6%), 화성(3.8%) 등이었다. 오래된 도시는 새로 집을 짓는 일이 적고, 여기에 재건축이나 재개발까지 하지 않으면 노후 주택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인구가 늘어나는 신도시일수록 새로 짓는 아파트가 많아 노후 주택 비율이 그만큼 적은 것이다.
노후주택 증가는 통계청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택의 약 25.8%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16.3%에서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노후주택 비중이 20%를 넘긴 것은 2021년부터다.
시도별로는 전남(41.4%) 비중이 가장 컸고, 비교적 최근에 개발을 시작한 세종(7.2%)이 가장 낮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노후주택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은 13개다. 노후주택이 국지적 현상이 아닌 전국적 문제로 확대됐다는 방증이다. 노후주택의 누적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6년 당시 노후주택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5.1%였으나 2023년에는 12.3%까지 확대됐다.
노후주택은 구조적 안전성 저하는 물론 주차공간 부족, 단열 미비 등 현재의 주거 수요와 생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국민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1990년 이전에 건축된 이들 주택은 당시의 설계기준과 현재의 안전·편의 기준 사이에도 상당한 괴리가 존재해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민간 건설업계는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하희 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이나 주민 동의 확보 등 사업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대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과 같은 대안적 정비모델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함께 사업성 평가 컨설팅과 같은 행정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의 최신 자료에서도 노후주택은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다. 전국 공동주택 5채 중 1채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정부의 ‘공동 주택관리 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최근 전국에 30년을 초과하는 노후 주택이 22%(260만6823가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공동 주택이란 100가구 이상으로 구성돼 관리비 공개 의무가 있는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을 의미한다.
전국 노후 주택 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18%(219만4122가구)에서 약 6개월 만에 4%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 대전이 35%로 노후 주택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서울(29%), 전남(27%), 전북(26%), 인천·울산(각 25%) 등의 순이었다. 대전은 지난 1991∼1994년 준공 물량이 몰렸던 서구 둔산동과 월평동 중심으로 노후화가 뚜렷했다. 서울은 ▲노원구 상계·중계동 ▲양천구 신정동 ▲강서구 가양동 ▲도봉구 창동 등의 노후 주택 비중이 높았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하기 시작한 정부
부동산R114는 2026∼2027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15∼2024년의 연평균 물량(36만 가구)을 밑도는 가운데 2027년에는 노후 아파트가 전국에 약 8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멸실되는 주택 수를 고려하더라도 노후 주택 비중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노후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인구 유출 등으로 도시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도 커진다”면서 “지방 등 개발 여건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정책 차등화, 사업성 보완을 위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6월 4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동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아파트 구조안전성과 주거환경 등을 평가하는 안전진단을 받아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지 못하면 정비구역 지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평균 13년이 소요되던 재건축 사업 기간이 약 3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전진단 1년, 추진위 구성부터 조합 설립까지 소요되던 2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은 신속통합기획까지 적용하면 최대 5~6년 단축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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