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들이 입점업주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신규 상생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0일 넘게 마라톤 협상을 벌이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지난 정권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압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기구 참여 약 3주 만에 깜짝 발표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7월 중순까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과 입점업주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해당 기간 우아한형제들과 입점업주단체들은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 중간합의문에 대한 세부 사항을 조율한다. 앞서 지난 19일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주단체들은 사회적 대화 기구 중간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배달앱 중간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1만원 주문 이하 중개 수수료 전액 면제 및 배달료 일부 지원 ▲1만~1만5000원 주문 이하 중개 수수료 차등 지원 등이다. 중간합의문 발표 당일까지 배달료와 중개 수수료에 대한 차등 방식 등은 일절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강조하고 있어 배달앱 운영사들도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간합의문은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한 지 약 3주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진행된 상생협의체에서는 대화 개시 후 3개월이 넘도록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주단체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아한형제들보다 앞서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한 쿠팡이츠의 경우 이미 입접업주에 대한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면제 등 상생안을 시행 중이다. 또 1만5000원 이하 주문에 대한 중개 수수료 면제 또는 감면 정책을 일부 지역(부산)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 등이 참여 중인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는 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가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22대 국회에서 16개의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안을 발의했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합의가 됐다는 것이 우선 놀랍다”며 “다만 뭔가 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협의 중간에 중간합의문을 내고 또 논의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뭔가 보여주기식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성급한 중간합의 발표...찬반 엇갈려

이번 중간합의문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상생안을 내놓은 당사자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입점업주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의 1만5000원 이하 주문 비중은 30% 수준이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중간 합의안으로 입점업체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만들게 됐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액 주문에 대한 지원으로 소비자에게는 편리함과 혜택을, 업주에게는 주문수 확대와 부담 완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문 금액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는 입점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총수수료율이 가장 큰 구간이다. 공플협에 따르면 주문 금액 1만원 기준으로 입점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총수수료율(중개 수수료·배달료·결제 수수료)은 37~49% 수준이다.

물론 입점업주들은 실질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외식업 중 1만원 이하 메뉴를 찾기 어려워서다. 특히 족발이나 아구찜 등은 비교적 고가 메뉴의 경우 사실상 1만원 이하 중개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서울 양천구에서 족발집을 운영 중인 한모씨는 “족발은 아무리 싸도 기본 3만원 이상이다”라며 “1만원 이하 수수료 혜택을 받으려면 쟁반국수만 2그릇을 팔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점업주들은 수익성, 수수료 부담 등을 이유로 1만원 이하의 주문을 선호하지 않았다. 현재 배민앱에서 1만원 이하 주문이 가능한 식당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배민이 1인 가구를 겨냥해 선보인 한그릇 서비스에서도 1만원 이하보다 이상인 상품이 훨씬 많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중간합의안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쉽다”며 “프랜차이즈 기준으로 보면 1만원 이하 주문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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