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가뜩이나 어려운데” 한숨만...극에 달한 배달앱 불신
- 시장 성장과 정반대로 신뢰도는 하락
불만 쌓인 자영업자...“배달앱 못 믿어”

배달앱, 동반자에서 공공의 적으로
배달앱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 배달통, 배달의민족(배민) 등이 전단지 기반의 오프라인 배달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앱을 통한 주문 중개를 시작하며 국내 배달 시장에 새 바람이 불었다. 당시 자영업자들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배달앱을 바라봤다.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을 통해 매출 증대를 경험한 것은 사실이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정보시스템 및 데이터분석학과 교수가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앱 이용 음식점의 연간 매출은 미이용 음식점 대비 7067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과 자영업자의 공생 관계가 이어지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서비스(배달)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36조9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자영업자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신뢰도 하락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갈등이다. 정부 주도하에 지난해부터 수수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고, 차등 수수료 등의 상생안이 도출되기도 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도 배달 수수료 갈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업계 1위 배민과 2위 쿠팡이츠가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와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다.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배민과 입지를 다지려는 공공앱 땡겨요의 행보가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배민이 지적받는 부분은 올해 들어 실시한 포장 수수료 부과와 한그릇 서비스 도입, 현재 추진 중인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운영사)와의 독점 계약 등이다. 가게 수익성 강화 등이 기대된다는 배민 측과 달리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민만 돈 버는 구조”라는 얘기가 나온다.
배민, 쿠팡이츠 등에 입점해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한 가맹점주는 “중개수수료, 배달비, 결제수수료,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주문금액의 40% 이상은 앱으로 넘어간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최근 드러난 배민과 교촌에프앤비와의 전략적 협업 추진 소식은 배달앱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배민은 교촌에프앤비 측에 쿠팡이츠 미입점 시 우대 혜택 제공이라는 전례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교촌에프앤비 측에 따르면 본계약 체결 전 진행 중인 설명회에서 일부 가맹점주가 배민과의 협업에 동의했다.
양사 간 협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가맹점주들도 존재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협약 기간도 짧다고 들었고, 이게 끝나면 배달앱이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모른다”며 “또 쿠팡이츠에서 더 좋은 조건을 주고 오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교촌치킨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솔직히 배달 얘기 지겹다. 주문 들어오면 치킨 한마리 팔아도 6000~7000원 정도 돈을 가져간다”며 “본사에서 점주들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런데 배민보다 쿠팡이츠 주문이 더 많으면 혜택 못 받는 것 아니냐.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의 배달앱에 대한 불만은 배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자영업자들의 지지를 받던 공공 배달앱 땡겨요도 뭇매를 맞고 있다. 자체배달 서비스인 땡배달의 시범 도입 계획을 밝혀서다.
을지로위원회와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 중인 공플협은 “땡배달 서비스 도입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땡배달은 민간 배달앱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자체배달 시스템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자영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이는 상생을 추구해 온 땡겨요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배달앱을 향한 불신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사례가 자칫 전체 배달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와 라이더, 기업, 소비자 등 4개의 축이 굳건해야 배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최근 배달앱이 악마화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일부 사례가 전체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설탕세 도입 속속...국내도 찬성여론 높아[클릭, 글로벌 제약·바이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태민 "日 지진 발언 경솔"…뭐라 했길래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올영·다이소·파바도 되네?”…‘최대 55만원’ 소비쿠폰 사용처는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산한 회사채 시장… 7년물 발행하는 HD현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거품 꺼지는 바이오]①사면초가 바이오벤처, 자금 고갈에 속속 매물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