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배달 플랫폼들이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특히 업계 1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배달의민족(배민)의 행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배민은 단기간에 업계 2위 자리까지 오른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 브랜드 단독 입점, 제휴처 확대 등 다각도의 방어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가 2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례 없는 독점 계약 추진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배민 온리’(배민 Only·오직 배민) 협약을 맺기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 중이다.
‘배민 온리’는 중개수수료 우대 혜택과 공동 프로모션 등의 내용이 담긴 우아한형제들과 교촌에프앤비 간 독점 계약이다. 이 계약의 핵심은 쿠팡이츠 미입점 시 중개수수료 우대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에 입점한 점주는 매출에 따라 2.0∼7.8%의 중개수수료를 낸다. 우아한형제들과 교촌에프앤비가 구체적인 우대 중개수수료율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고 우대수수료율을 ‘제로’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은 중개수수료 인하뿐 아니라 자사 부담으로 교촌치킨 할인 행사를 하는 등 점주의 매출 확대와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도 계획 중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의 협약이 불발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알려진 협약식 일정이 미뤄지면서다. 양사 간 전략적 협약식은 지난달 말께 이뤄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양사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논의 중이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배민이 제시한 협약 조건에 가맹점주 90% 이상이 동의했다”면서도 “현재 협약 추진을 내부 검토 중으로 체결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배달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추이. [자료 와이즈앱·리테일] 쿠팡이츠 맹추격 부담 느낀 배민
우아한형제들과 교촌에프앤비가 추진 중인 협약은 배민이 뒤를 바짝 쫓는 쿠팡이츠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아한형제들 측에서 교촌에프앤비에 이번 협약을 제안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른 쿠팡이츠가 배달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14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69만명) 대비 약 33%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배민의 MAU는 2171만명에서 2212만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때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던 배민의 점유율은 무료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에 의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부터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MAU를 비교하면 여전히 둘의 격차는 크다. 다만 최근 배민의 행보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배민은 지난 5월 CJ ENM과 손잡고 유료 구독 상품인 ‘배민클럽’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쿠팡이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쿠팡이츠와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모두 제공하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앞서 배민은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서비스 출시 일주일 만에 ‘알뜰배달’을 무료로 전환하기도 했다. 작년 9월에는 쿠팡 와우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도 선보였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수도권 및 주요 지방 도시에서 최소 주문 금액 없이 배달 주문할 수 있는 ‘한 그릇’ 카테고리 운영을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한 그릇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배민과 경쟁하는 쿠팡이츠는 기존에 해왔던 100% 자체 배달 서비스의 품질을 지속해서 높여갈 계획이다. 배달 라이더의 이동 경로와 도착 예상 시간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배달 속도가 빠른 강점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에는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연장했다. 쿠팡이츠는 지난 5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5.5%의 중개 이용료로 부담을 줄이는 절약형 요금제도 내놓으며 상생 요금제(2~7.8% 중개 수수료)와 선택이 가능하게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업계 1위인 배민이 쿠팡이츠의 성장세에 위협을 느껴 ‘독점 계약’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거라고 본다”며 “이번 협약이 체결된다면 배달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인 쿠팡이츠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맞불을 놓는다면 배달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위반 우려가 있지만 배민이 이 부분도 고려해 전략을 세웠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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