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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무역질서 기로 선 한국
흔들리는 세계 무역...

산업 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역 장벽을 쌓고 특정 품목에 높은 관세율을 매기며 세계 경제를 움츠러들게 했

2025.04.28

5분 소요
한투證, 시험대 오른 상장 전 PI 투자

증권 일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투자증권의 상장 전 자기자본(PI) 투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공모시장 둔화, 보호예수 해제 이후의 주가 흐름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투자 회수 전략의 정교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수년간 상당수의 비상장 회사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주관사 자리를 확보하고, 상장 후 단기간에 수익을 실현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2023년 상장한 마녀공장에 30억원을 투자해 약 100억원 규모의 차익을 거둬 증권사 IPO(기업공개) 하우스 투자 전략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혔다.다만 최근 상장한 일부 기업들에 대한 회수 성과는 뚜렷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상장한 인스피언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같은 해 4월 보통주 형태로 주당 7928원에 26만1872주를 인수하며 20억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4월 22일 기준 주가는 8020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같은 달 상장한 성우 역시 2023년 9월 상장 전 보통주로 12만900주를 주당 1만6585원에 인수하는 등 총 20억원을 투자했으나 4월 22일 종가 기준 주가가 취득가보다 낮은 1만4680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성우의 경우 보호예수기간이 30일로 짧아 이미 매도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024년 사업보고서상 투자 지분을 여전히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2025년 상장 종목들 역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5월 구주를 주당 2만1000원에 14만2000주 인수하며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22일 기준 종가는 약 2만7000원으로 취득 단가보다 28% 상승했지만, 보유 지분 절반은 6개월, 나머지는 1년의 보호예수가 설정돼 있다. 이에 실질적인 회수 시점은 오는 하반기 이후로 예상돼 성공적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에이유브랜즈는 4월 22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1만6000원) 대비 약 16% 하락한 1만3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신기술조합을 통해 주당 8000원에 8만7000주를 간접 인수했으나, 향후 3개월 내 유통가능 주식이 약 18% 늘어날 예정인 만큼 보호예수 해제 전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물론 수익을 안정적으로 실현한 사례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쓰리빌리언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해 주당 4030원에 49만6278주를 확보했다. 이후 절반가량인 28만2979주를 매각해 장부 기준 약 5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투자 시점과 기간을 고려할 때 비교적 무난한 회수 사례로 평가된다.한편 에이럭스의 경우 이익 실현에는 성공했지만, IPO 하우스로서의 평판 리스크가 남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3600원에 48만5000주를 인수했고, 공모가(1만6000원) 기준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상장 당일 한국투자증권의 대규모 매도로 인해 주가가 9880원으로 마감되면서 공모가 대비 38.25% 하락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장 주관사로서의 책임을 묻는 비판이 나왔다.최근 다소 변화한 시장 분위기 속에 일각에서는 주관사들의 과감한 프리 IPO 투자 전략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관된 수익 실현이 어려워진 만큼, 투자 회수 시점과 방식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공모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투자 타이밍뿐 아니라 회수 전략 전반에 걸친 세밀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또 증권사들의 프리 IPO 전략이 단기 수익 실현에 치우친다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하우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수 시점 조율 없이 상장 직후 대규모 매도 등이 반복되면 주관사로서의 평판은 물론 향후 기업 유치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여전히 프리IPO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참여자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보호예수 해제 이후에도 주가가 부진하거나 회수가 제한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과거와 같은 구조적 이점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맞다"고 분석했다.

2025.04.28 09:00

3분 소요
배민·29CM가 성공한 이유…브랜딩의 ‘핵심경험’ 덕분[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브랜딩의 시대.’ 내가 요즘 피부로 느끼는 브랜딩에 대한 표현입니다. 이는 서점만 가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서점을 방문할 시 습관적으로 경제·경영·마케팅 코너를 반드시 방문하는데요. 심심치 않게 브랜딩 관련 서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브랜딩에 관심이 쏠리는 시대가 온 것일까요? 한때 효율만을 중시하는 마케팅이 성했던 적이 있습니다.(물론 여전히 그것은 유효하며 또 한편으로 중요합니다) 이것을 통해 즉각적인 매출로 이윤을 올린 기업들도 과거 상당히 많았습니다. 무분별한 마케팅에 지쳐가는 현대인하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무분별한 마케팅에 지쳐갔습니다. 그래서 그것의 효율은 이전과 다르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라빛 소가 온다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유명 마케터 그루 세스고딘은 과거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거나 적었던 시절에는 기업이 물건을 사라고 유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압박하거나 종용하는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거의 모든 시장에서 무한한 선택지와 끝없는 대안을 손에 쥐었다. 이런 상태에서 이전처럼 일방적이고 주입식으로 '이 제품을 사라'고 강요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세상에 시끄러운 소리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귀를 막는다”라고 말이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창출입니다. 그러니 한 방향에서 막히면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것으로부터 기업들이 브랜딩에 예전보다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마다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가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 기업은 귀를 막은 소비자들의 귀를 다시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이란…‘남들과 나를 구분 짖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 브랜딩에 대해 얘기하기 전 먼저 목적구매와 가치소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행위를 칼로 무를 자르듯 똑 잘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이 행위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보는데요. 그것이 바로 목적구매와 가치소비입니다. 목적구매란 물건을 사는 행위에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날이 추워졌는데 추위로부터 내 몸을 보호할 옷이 필요해, 혹은 여름에 바다로 휴가를 가서 바다에서 놀고 싶은데 수영복이 없으니 수영복을 하나 사야할 것 같아와 같은 것이 바로 목적 구매, 즉 명확한 목적에 의해서 구매를 행위를 말합니다. 목적구매를 발생시키는 기준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가격과 퀄리티(품질)입니다. 이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짖기 위해서 쌀을 산다고 생각해 보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쌀을 살까요? 가격의 차이가 나도 더 좋은 쌀이 있다면 그것을 살 수 있을 것이고, 동일한 품종의 쌀을 사야 한다면 아마도 그 중 더 저렴한 가격의 쌀을 사겠죠. 그래서 기업들은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 또 노력합니다. 그래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술의 발전으로 퀄리티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 된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제품의 가격을 더 낮추기 시작했어요. 경쟁사가 우리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면 소비자는 그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질테니 말이죠. 물론 이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그렇게 서로 할인을 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결국 가격 경쟁을 넘어 가격 전쟁이 발생하고 모든 기업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가치 소비라는 것이 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앞서 얘기했던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다면 가치소비란 무엇일까요? 소비자가 구매하는 브랜드에 ‘가치’라는 것을 주입하여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물건뿐 아닌 그 가치를 함께 소비하는 것이죠. 편의점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시장에는 수 많은 생수 브랜드가 있습니다. 생수를 예로 드는 이유는 무색·무미·무취의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삼다수와 백산수, 아이시스의 물 맛을 구분하는 분이 계신가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물이라고 하는 제품은 목적구매의 카테고리 거의 끝 영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품마다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단지 목이 마르니 마시고 싶다는 목적에 의해서 구매하게 되는 제품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가격이 저렴한 제품, 혹은 늘 마시던 익숙한 제품을 구매합니다. 그런데 에비앙은 어떤가요? 에비앙은 일반적인 생수보다 더 비쌉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비앙을 구매하고 싶어 합니다. 왜일까요? 에비앙에는 삼다수나 백산수가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만의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언어로 그것을 얘기한다면 ‘고급스러움’, ‘부유함’과 같은 가치일 것입니다. 그렇게 에비앙은 다른 생수에 비해 가격이 높음에도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결국 기업들은 어느새 자신이 만드는 제품의 이름에 이러한 가치를 넣은 것이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는 시대에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방법임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마케터들은 이것을 만드는 것에 고민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브랜드에 이런 가치를 집어 넣는 일, 그래서 가격 경쟁의 시대에서 그것을 뛰어 넘는 방법, 이것이 브랜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가치소비로부터 브랜딩의 개념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목적구매와 가치소비와 연결시켜 볼 때 저는 브랜딩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나를 구분짖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고 말입니다. 29CM가 100일 동안 100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추천 아이템을 소개한 프로그램 ‘매일의 가이드’ / 사진:29CM 홈페이지 캡처29CM가 성공한 이유….’스토리텔링’에 성공했기 때문 그렇다면 나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우선 생각해봐야 할까요? 그것이 바로 ‘핵심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경험이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경험입니다. 보통 마케터들은 우리의 제품과 브랜드에 많은 요소들을 넣으려 합니다. 우리 제품은 이것이 좋고 저것이 좋고, 우리 브랜드는 이런 장점이 있는 브랜드이고 저런 장점이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모든 것을 전달하려 하면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중 가장 우리 브랜드의 경쟁력이 될 만한, 또는 우리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억과 경험의 정의가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 경험입니다.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느낄 수도 있고 우리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그 단 하나의 무엇을 남겨야 한다면 브랜드에 어떤 경험 요소를 만들어야 할까요? 우리는 이것을 두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능적 핵심경험과 감성적 핵심경험입니다. 기능적 핵심경험은 우리 브랜드와 제품이 경쟁사 대비 더 우수한 기능을 중심으로 나만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우리만의 강점이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강점이 경쟁사에 없는 혹은 약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고 해도 나중에 경쟁사가 쉽게 카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만의 강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당장 우리의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기능적 경험이 초반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을 현 시점에서는 남들과 나를 구분지는 우리만의 강점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편집샵 29CM가 좋은 예시입니다. 29CM는 수 많은 커머스 경쟁사들과 다른 어떤 가치를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이라는 핵심 경험입니다. 29CM가 시장에 진입할 당시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은 대부분 두가지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하나는 상품수, 또 하나는 가격이었죠. 이는 너무 당연합니다. 많은 상품들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은 이커머스의 핵심과도 같으니 말이죠. 하지만 당시 29CM는 인지도도 낮을 뿐더러 규모 역시 작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다른 경쟁사들 대비 상품의 수도 가격 경쟁력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9CM는 어떤 핵심경험으로 다른 곳과 구분할 수 있는 29CM 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고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슈퍼잼이라는 영국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프레이저 도허티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에서 시작되는데요. 당시 영국의 잼들은 대부분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건강에 그리 좋지 않은 잼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프레이저 도허티는 이때 어릴 때 잼을 만들어준 할머니를 기억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잼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과일의 당만으로 잼을 만들었었고 프레이저 도허티는 이것을 시장의 기회로 판단하죠. 그래서 할머니의 레시피를 활용한 슈퍼잼이라는 잼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는데요. 이는 점점 건강한 잼이라는 입소문이 나게 되고 결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어떤가요? 일반적으로 슈퍼잼이라고 하면 그냥 잼 브랜드의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스토리를 알고 나면 한번 이 잼을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29CM 이렇듯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가치를 이 스토리텔링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전개했죠. 타사의 온라인 페이지와 앱이 한 화면에 많은 상품을 보여주지만 29CM는 그 보다는 하나의 브랜드와 그안에 있는 이야기 혹은 우리만이 생각하는 가치를 글로 풍성하게 풀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다른 경험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딩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이 스토리텔링이 바로 29CM의 기능적 핵심경험입니다. B급 감성으로 경쟁력 갖춘 배민 기능적 핵심경험이 우리 브랜드가 가진 기능적 강점이자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감성적 핵심경험이란 우리 브랜드만이 가진 감성의 차별점을 얘기합니다. 그럼 감성적 차별점이 왜 필요할까요? 기술은 늘 상향평준화를 이룹니다. 한 브랜드에서 어떠한 기능을 강점의 우위를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고 (이것이 기능적 핵심경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진행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사람들이 반응한다면 아마 경쟁사에서도 그러한 기술을 도입할 확률이 큽니다. 그것이 해당 브랜드만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렇게 그 기능은 시장의 여러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으로 변하게 되고, 시장에서 그것은 더 이상 어떤 브랜드만의 기능으로 얘기할 수 없게 되죠. 물론 그것을 먼저 시장에 내세운 기업의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더 이상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죠. 그리고 이 기능이란 것이 개발과 연결된 기술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더더욱 쉽게 카피가 됩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감성적 핵심경험입니다. 이는 우리 브랜드만의 이미지와 개성을 만드는 일입니다. 수 많은 경쟁사들 속에서 우리만의 존재감을 기능적으로만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감성적 핵심경험은 여기서 다른 곳과 우리를 구분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가장 좋은 예가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사례입니다. 사실 배민은 앱 배달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 브랜드입니다. 전화가 아닌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다는 그 편리함에 시장은 급성장했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시장이 성장하니 다양한 브랜드들이 같은 기능의 배달앱을 내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사실 배민의 아이디어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배민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아니다보니 배민과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경쟁자들이 생기면서 배민은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 배민은 그들만의 독특한 브랜딩을 전개하는데요. 그것이 바로 B급 유머코드를 그들의 감성적 경험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배민문방구라는 것을 열고 재미있는 굿즈를 출시하죠. ‘덮어놓고 긁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라는 카드케이스부터 ‘다 때가 있다’라는 제목의 때수건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잡지에 잡지광고를 시작합니다. 기존에 보던 광고의 형식이 아닌 잡지의 성격을 겨냥한 테러(?)를 집행하죠. 예를 들어 머슬 피트니스라고 하는 운동잡지에는 ‘머슬위한 치킨인가’라는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광고를 집행하고요. 올리브라는 음식 잡지에는 ‘고기맛이 고기서 고기지’라는 카피의 광고를 내보내죠. 이러한 배민만의 B급 유머코드는 배민신춘문예라는 이벤트로 그들의 감성적 코드를 더 확장하는데요. 음식을 주제로 시를 짖게 한 것입니다.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음식을 주제로 한 웃긴 문장들이 다 여기서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배민은 다른 경쟁사들이 가지지 못한 배민만의 감성적 영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포카리스웨트의 일본 시장에서의 광고는 유독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왜 그럴까요? 포카리스웨트는 그들의 이미지를 학생들에 투영하여 청량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가지고 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포카리스웨트는 이온음료이고 시장에서는 이것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다수 존재합니다. 이온음료는 땀을 흘린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마시는 명확한 목적성 음료입니다. 대부분의 이온음료 브랜드들은 그것의 이미지를 스포츠와 많이 연결시킵니다. 게토레이나 파워에이드의 예전 광고들을 떠올려보시면 아마도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와 맞서기 위해 이들과 비슷한 이미지 전략을 펼치는 것이 보통의 생각이지만 포카리스웨트는 그들의 이미지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였습니다. 스포츠맨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젊은 학생들, 순수하고 젊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하죠. 이는 그들의 컬러인 하얀색과 푸른색의 조화와도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포카리스웨트는 이런 감성을 활용하여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고 다른 이온음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와는 상대적으로 다른 느낌으로 포카리 스웨트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 핵심경험 때문입니다. 이렇듯 핵심경험은 우리가 무엇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전개할 지를 정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고민입니다. 우리가 기능적으로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감성적으로 어떤 것을 고객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정의인 것입니다. 그래야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우리만의 모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브랜드의 핵심경험은 무엇인가요. 앞서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하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브랜드만의 핵심경험을 면밀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도 얘기했죠. 우리는 종종 브랜딩을 단지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로고를 예쁘게 만들고, 광고를 멋지게 찍고, 소셜미디어에 감도 높은 콘텐츠를 올리며 말이죠. 하지만 진짜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야 합니다.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브랜드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이렇듯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서 반드시 느껴야 할 감정과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 바로, 핵심경험입니다. 핵심경험은 단지 브랜드의 슬로건이나 USP(Unique Selling Point)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접하면서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기능적, 정서적 경험’을 의미합니다.예를 들어 볼보는 기능적으로는 자동차이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들만의 핵심경험은 ‘안전’이죠. ‘무신사’는 단순히 패션 쇼핑몰이지만, 사용자에게 ‘요즘 스타일의 감도’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이렇듯 핵심경험이 잘 정의되어 있으면 브랜딩의 모든 의사결정과 방향이 일관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서비스 뿐 아니라 콘텐츠, 디자인, 마케팅 메시지, 심지어 고객 응대까지 모든 접점에서 같은 경험을 일관되게 줄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일관성이 쌓일수록 브랜드는 점점 더 남들과 자신을 구분 지을 수 있는 명확한 인상을 갖게 됨은 물론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핵심경험을 주고 있나요? 그리고 그 경험은 경쟁사와 우리를 차별화시키고, 소비자의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을 만한 경험인가요?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브랜딩은 결국 우리 브랜드만의 ‘이름값’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남들과 나를 구분짖는 기억. 그것을 만드는 것이 결국 브랜딩이고 그것의 시작점에 핵심경험이 있습니다. 브랜딩 디렉터 전우성은….현재 브랜딩 전략 및 컨설팅 회사 시싸이드 시티의 대표다. 삼성전자, 네이버를 거쳐 29CM, 스타일쉐어, 라운즈 등에서 브랜딩 디렉터, 브래딩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핵심경험론' 등이 있다.

2025.04.28 09:00

11분 소요
“상상 속 보장을 현실로”…‘국내 1호 디지털손보’의 새로운 시도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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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우리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만약’을 다루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만약’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어요. 보험도,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국내 1호 디지털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은 전통적인 보험 문법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상의 사건들이 캐롯의 손을 거쳐 새로운 보장으로 재탄생하며, 그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기술과 생활, 그리고 보장이 결합한 상품이야말로 ‘디지털보험’의본질이라는 믿음에서다.서지원 캐롯 디지털보험상품개발팀장은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보험사들이 다루지 않거나 다루기 어려운 영역을 캐롯이 먼저 시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이자 전략”이라며 “단기 수익보다 혁신성과 사회적 반향을 우선하는 상품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대표 사례 중 하나는 캐롯이 준비 중인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펫보험이다. 반려동물 건강기기 ‘트렌드핏’을 활용해 반려견의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건강 등급에 따라 보험 요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보험사가 직접 기기를 제조·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에 부수업무신고도 완료한 상태다. 고객의 반응과 실사용 데이터를 먼저 확보한 뒤 상품화하는 전례 없는 방식이다.“표준화된 펫보험 시장에서는 단순한 보장으로는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기술을 결합한 ‘테크 연계형 보험’이 캐롯이 선택한 해법이죠.” 이 같은 실험은 캐롯이 그간 선보인 ‘이색 보험’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서 팀장은 “2021년 출시한 ‘직장인 생활건강보험’에 업계 최초로 정신질환 담보를 포함시켰다”며 우울증부터 조현병까지 보장한 해당 상품이 출시 당시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이후 유사 상품이 여러 보험사에서 등장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상과 기술 연결…“익숙함이 아닌, 차별화로 승부”이 외에도 캐롯은 학교폭력 피해 보장을 위한 ‘스쿨가드 보험’, 층간소음 피해 시 이사 비용을 지원하는 보험 등 전례 없던 보장들을 개발해 왔다. 비록 일부 상품은 수익성 문제로 중단됐지만, 서 팀장은 “시장의 반응과 브랜드의 상징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단기 성과보다 사회적 메시지와 보험의 새로운 쓰임을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디지털 채널만으로 운영되는 캐롯은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 ‘풀(Pull)형’ 구조에 놓여 있다. 이는 보험의 전통적인 ‘푸시(Push)형’ 판매 방식과 정반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탄생한 것이 ‘스마트온 해외여행보험’이다. 여행 중에만 보험을 ‘온(ON)’하고, 돌아오면 ‘오프(OFF)’하는 구조로, 배타적 사용권과 특허도 획득한 바 있다.하지만 실험적인 시도들이 반드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 팀장은 “광고 없이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을 알리는 건 쉽지 않다”며 “보험업은 고객이 존재조차 모르면 선택받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롯은 분기마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며 존재감을 확장해 왔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감지기를 활용한 주택 종합보험을 선보였고, 5월에는 운전자보험에 6개의 신규 담보를 추가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서 팀장은 “기존 보험사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우리 팀의 방향”이라고 말했다.전통 보험사와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같은 상품을 같은 가격에 판다면, 고객은 익숙한 회사를 선택합니다. 우리는 기술과 서비스, 연계된 경험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야 하죠.” 보험을 콘텐츠로 해석하는 캐롯의 접근은 마케팅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드라마 ‘이혼보험’ 제작 지원도 브랜드 노출을 넘어, 보험이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였다. 실제 상품화는 안 됐지만, 직장 내 따돌림, 감정노동 피해 등 사회 이슈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는 실무 회의에서 꾸준히 논의된 바 있다.“회의 중에 웃으며 말하곤 해요. ‘이런 것도 보험이 될 수 있을까?’ ‘고객이 이걸 보장받는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모든 실험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보험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크게 다를 수 없다. 다만 그것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 기술과 서비스, IoT와 데이터 등 ‘연결 방식’에서 디지털보험사의 차별성이 드러난다고 서 팀장은 강조한다. 이러한 실험적 접근은 설계사 채널 없이 오직 온라인으로만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이뤄진다. 서 팀장은 이를 두고 “제약이자 기회”라고 본다. “전통 보험사는 시스템이 단단한 대신, 민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작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 그것이 디지털보험사의 진짜 무기입니다.”그는 보험이 단순히 ‘의무적으로 드는 상품’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루는 건 ‘보험’이라는 이름의 상품이지만, 사실은 고객의 삶을 함께 디자인하는 일이에요. 더 자연스럽게, 더 가까이에서요.”

2025.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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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보험만으론 부족”…‘보장성보험’ 도전장, 적자탈출 발판 될까

보험

‘적자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디지털보험사들이 장기보장성보험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비대면 채널 위주로 운영됐던 영업 방식과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영유아 및 초·중학생을 겨냥한 어린이 전용 보험을 출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연령별 보장을 세분화하고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운 상품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신한EZ손해보험은 2023년 1월 운전자보험을 시작으로 장기보험에 진출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디지털 손보사 최초로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이후 건강보험과 주택화재보험 등을 선보였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올해 대표 직속 조직으로 ‘보상 서비스 본부’를 신설했다. 삼성화재서비스 출신 임규삼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해 대면 채널 기반 장기보험 확대 전략을 본격화했다.디지털보험사들의 이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움직임은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 최근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하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미니보험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반면 질병·간병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의 수익성은 높아졌다. 보험사 규모와 상관없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장기 보장성 보험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미니보험 등 혁신 상품을 내놓으며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던 디지털보험사들이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에 집중하고 있다. 통상 보험사들은 장기보장성보험을 팔아 거둬들이는 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데,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와 1년 미만이라는 단기보험 특성상 고객이 늘더라도 수익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장기보장성보험은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가입 기간이 3년 이상이란 점에서 수익성이 높다. 무엇보다 IFRS17에서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라는 수익성 지표 확보가 핵심 과제다. 장기보장성보험은 CSM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상품으로 꼽힌다.장기상품 확대·판매 채널 다각화로 눈길영업 대부분을 비대면 채널에 의존해야 하는 점 또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보험 시장은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가입보다 보험설계사(GA) 가입 권유를 통한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의 대면 채널 의존도는 각각 72.4%, 98.7%에 달한다. 은행의 경우 예·적금과 대출 등 서비스가 명확, 단순하고 금리도 언제든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증권 또한 주식, 펀드 등의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 이미 오래 전부터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을 통해 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보험은 상품의 종류가 많고, 보장되는 내용도 복잡해 설계사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가입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대면 채널 판매 비중이 높다. 디지털보험사를 막고 있는 규제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디지털보험사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되어 전체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시켜야 한다. 이는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가로막는다. 또한 온라인 상품의 신계약비를 일반상품 대비 70%로 제한하는 규제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 위주의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자, 장기상품 확대와 판매 채널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의 장기보장성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디지털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금융 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도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본 규제 강화 등으로 디지털보험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보험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며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희정 삼일PwC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디지털보험산업 현황은 외형 저성장이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되어 있어 장기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상품 특성과 보시적인 업계 문화로 디지털 성장 속도는 더딜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속도 또한 느리다”라고 꼬집었다.

2025.04.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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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질서 개편…막 내린 WTO 힘 빠진 FTA

산업 일반

글로벌 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회원국들의 자유무역이 힘을 잃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무관세 협약도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자유무역의 대표 격인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이다.FTA란 이를 체결한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무역장벽을 낮추고 서로에게 무역 특혜를 부여하는 협정을 말한다. 그동안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NAFTA)처럼 인접 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FTA가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RTA)이라 부르기도 했다.우리나라는 EU나 NAFTA에 가입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주요 나라들과 개별 협정을 맺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경제 영토를 넓혀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이 FTA를 발효한 나라는 59개국(22건), 이들 국가의 GDP는 전 세계의 GDP의 85%에 이른다. 이는 싱가포르(87%)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문제는 미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우리나라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했다. 무관세 혹은 초 저관세 협약을 맺었던 나라들과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한국 25%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또 ▲태국에는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수준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 관세 유예 조처를 하기는 했지만, 중국과는 100%가 넘는 보복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관세율 인하를 꾀하거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율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마무리되겠지만, 결국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에서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무관세‧초 저관세보다는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관세 장벽을 철폐한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미국을 필두로 보호무역주의를 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무역량이 줄어들고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을 늘리면 국내에서 생산해 내보내는 수출량이 줄어드는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개별 국가와의 FTA 비중이 높고 지역 협정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큰 타격을 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FTA는 경제통합의 심화 정도에 따라 크게 5단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1단계 자유무역협정 ▲2단계 관세동맹 ▲3단계 공동시장 ▲4단계 경제동맹 ▲5단계 완전경제통합 수준이다. 완전경제통합을 이룬 EU와 달리 우리나라의 FTA는 대부분 자유무역협정 수준의 협약을 맺고 있어 전 세계가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기댈 곳이 없는 셈이다. 美, 세계 자유무역에 균열…RCEP·CPTTP 경제 블록 주목이 때문에 무관세‧초 저관세를 바탕으로 하는 FTA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미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당시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WTO 통상 장관회의에서 ‘WTO 폐기’를 공언하면서 세계는 자유무역 체제에 균열을 확인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면서 자유무역 체제를 흔들었는데,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시 상호 관세를 내세우면서 FTA에 대못을 박은 셈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WTO는 무역분쟁 조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FTA마저 힘을 잃으면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처럼 미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도 힘을 잃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APEC은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지역 협력체다. FTA와는 달리 법적 강제력이 없는 느슨한 협력체제로 가입국들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은 미국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의 보복성 협상 가능성을 높였고 이는 APEC처럼 다자협력을 지향하는 체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APEC은 회원국 간 ‘합의와 자발적 이행’에 의존해 유지되는데 미국처럼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관세율을 정하거나 보복 조치를 가할 경우 회원국 간 신뢰가 흔들린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 경제 협정을 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의 경제 외연을 확대하고 수출 다변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CEP은 한국‧중국‧일본‧호주를 비롯해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FTA의 일종이다. 인구 규모로는 23억명, 전체 경제 규모는 세계 GDP와 교역 규모의 약 30%에 달한다.TPP에서 미국이 빠져나간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TP)을 새로 꾸렸는데, 여기에 아직 가입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RCEP을 통해 글로벌 경제 혼란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CPTTP 11개 회원국은 관세를 크게 줄이거나 없애고, 투자‧지식재산권‧노동 환경‧환경 보호까지 규정을 만들어서 서로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다자간 FTA다. 우리나라는 과거 개별 국가 간 FTA 체결 실적이 좋았고 노동‧환경 등 비관세 분야 규정에 부담을 느낀 터라 미국이 빠진 이 협정에 가입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이 대두되면서 지역별 블록화가 주목받자 CPTTP와 같은 다자간 FTA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CPTTP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다만 일각에서는 고부가가치 품목이나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 RCEP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전략 수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원국 간 규범 수준인 낮고 노동·환경이나 국영기업, 디지털 무역 등 고도화된 통상 규범이 없어 다른 FTA처럼 엄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RCEP의 주요 경제권이자 전략적 리더로 기능하면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매진하고 있지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한미 FTA는) 유지해야 한다. 그게 더 이익”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대미 수출 중에 자동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며 “우리나라와 경쟁국인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2.5%에서 시작해서 27.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우리나라(25%)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2025.04.28 06:04

5분 소요
韓·中·日 중심  자유무역에 주목…한계점도 상존

경제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대로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서 한국·중국·일본 중심의 자유무역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중일 3국 경제통상 장관들이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자유무역질서 복원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멈춰섰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다시 속도를 내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트럼프 대통령의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앞서 한중일 3국 경제통상 장관들은 지난 3월 30일 서울에 모였다. 이들은 안정적 세계 무역 질서 유지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 3국 경제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3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규칙 기반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유무역 질서 유지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3국 경제통상 장관장관들은 한중일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면서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한중일 3국이 함께하는 경제협력은 없는 상황이다. 한중 FTA만 가동되고 있다. 앞서 한중일 3국 FTA 공식 협상은 2012년 11월부터 16차례 열렸으나 나라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9년부터는 협상이 끊겼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에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한 것도 협상 중단에 영향을 끼쳤다.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일 3국은 FTA 협상 재개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실질적인 회담 재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1년이 지난 지금에야 관련 논의를 제대로 해보자는 뜻을 다시 모은 셈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계기로 경제를 중심으로 한중일 협력 구심력을 강화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한중일 3국 경제산업장관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연쇄 양자 회담 과정에서 공개된 발언을 봐도 한중일 FTA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중국으로 나타났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3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한중 상무장관 회의에서 한중일 FTA 협상의 조속한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화를 통한 역내 경제 통합을 통해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리창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시장 개방을 넘어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중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다.FTA는 국가 간 특혜 무역 협정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와 무역 장벽을 제거해 시장에 대한 배타적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협정이다. 품목에 따라 관세율이 제로로 낮아지거나, 다른 국가에 적용되는 관세율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한중일 FTA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연합(EU)을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이 FTA를 타결할 경우 2023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약 24조달러 규모의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연방 상원의원이 관세전쟁 와중에 ‘동병상련’이 된 한중일 3국의 장관들이 최근 서로 손을 맞잡은 장면을 “충격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인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하와이)은 지난 4월 4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 고강도 관세 드라이브가 미국 경제와 대외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초 수년 만에 중국과 일본,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대응으로 3국 자유무역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3국 통상장관의 악수는 “가장 충격적인 이미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이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 3월 30일 서울에서 약 5년 만에 열린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 당시 나란히 선 채 3자간 악수하는 장면을 거론한 것이다. 샤츠 의원은 한일 장관이 중국 장관과 글자 그대로 손을 맞잡은 것은 “그들(한중일)이 우리에 대항해 뭉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한중일 FTA 성사까지는 갈 길 멀어한중일 FTA가 성사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3국 모두 제조업 중심 국가라는 점이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핵심 수출 산업이 겹치기 때문에 자유 무역에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이라나라 입장에서는 그동안 여러차례 반복돼 왔던 중국과 일본에 대한 정치적 갈등이 향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오랜 기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이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확정판결한 것에 대한 보복 조처였다. 중국과는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갈등을 겪기도 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국 음악·드라마·영화 등 한국 문화 활동을 중국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제한하는 ‘한한령’을 취해왔다.다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이후 우리 정부는 한중일 FTA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중일 FTA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중일 FTA에 대해 “국제통상체제에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3국이 경제적 협력을 해야겠다는 공감대는 만들어지고 있다”며 “(협력의) 수준과 내용, 어떤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지 등은 이견이 있어 조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2025.04.28 06:03

4분 소요
GATT부터 FTA까지…자유무역은 어떻게 변화했나

정책이슈

트럼프 신정부가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며 자유무역이 ‘종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무역은 주권을 지닌 국가가 외부의 압박이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행하는 교역을 말한다. 자유무역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경제위기 살린 자유무역현대적인 형태의 자유무역은 관세무역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GATT)이 마련된 1947년을 시작으로 평가한다. 시기적으로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며 자유무역이 국제무역의 무대에 주요 선수로 등장했다. GATT는 세계 여러 국가가 관세장벽과 수출입 제한을 제거하고 국제무역과 물자 교류를 더 활발히 진행하기 위해 맺은 무역협정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1947년 결성됐으며 당시 미국을 비롯한 23개 국가가 이 무역협정에 참여했다. GATT는 협정에 참여한 국가가 받는 교역 혜택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 골자다.자유무역이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는 데는 세계대공황과 제2차세계대전도 역할을 했다. 당시 세계 여러 국가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이 중심인 사회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했다. 자유주의 진영은 사회주의 진영의 계획경제보다 자신들의 시장경제가 국민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세계대공황과 제2차세계대전으로 망가진 자국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고정환율’이라는 체계를 채택하게 된다. 이런 환율 체계를 유지하려면 자유무역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탄생한 국제기구가 GATT다.GATT 창설 이후 세계 경제는 상당한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과 영국 등이 GATT 창설과 함께 시행한 고정환율 채택, 국제통화기금(IMF) 운용 등이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GATT의 형태는 이 무역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이 크고 작은 무역장벽을 설치한 채로 다른 국가와 교류해 완전한 자유무역이 보장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GATT가 존속한 50여 년 동안 이 무역협정을 통해 8차례의 국제협상이 진행됐고, 1994년 마지막 국제협상인 우루과이 협상에서는 ▲외국 자본 개방 ▲관세 인하 ▲특허·상표 협정 ▲서비스 무역협정 등 다양한 항목이 협정 내용에 추가됐다.1995년에 자유무역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WTO)가 새롭게 출발하면서 자유무역은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간다. WTO는 GATT의 마지막 국제협상인 우루과이 협상에서 GATT를 대체하기 위해 창설을 논의한 국제기구다. 산업·무역의 세계화로 인해 무역 경쟁이 국경을 넘나들며 발생하자 새로운 국제무역환경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창설됐다. WTO는 국가 간 무역 관련 법·제도·관행을 살펴 세계 교역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GATT와 달리 ▲세계 무역 분쟁 조정 ▲관세 인하 요구 ▲반덤핑 규제 등 준사법적인 권한과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WTO는 GATT보다 국제무역 활성화와 분쟁 조정 등에서 다양한 품목을 포괄한다. 국제기구의 역할이 확대·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대상이 되는 영역까지 넓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GATT는 세계 여러 국가가 생산한 공산품에 대한 개방이 주요 관심사였다. WTO는 공산품 외 농산물, 서비스 시장도 관심 영역으로 삼는다. 쉽게 말해 GATT보다 확장된 ‘개방성’을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WTO가 공산품·농산물·서비스 등에 한정해 무역장벽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GATT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제무역에서 종종 문제가 된 정책·관행·기준까지는 통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국가·지역 중심으로…FTA 탄생이런 문제는 GATT와 WTO로 유지한 자유무역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FTA)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이끌었다. FTA는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 교역에 대해 관세와 무역장벽을 철폐해 서로 배타적인 무역 ‘특혜’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NAFTA)처럼 인접 국가나 일정한 지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RTA)이라고도 한다. FTA는 통상 관세 철폐나 인하를 뜻하지만, 형태가 더 발달하면 ▲관세 동맹 ▲공동 시장 ▲경제 동맹 ▲완전경제통합(경제주권포기)도 포괄할 수 있다.FTA는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대우를 보장하는 WTO와 달리 양자주의, 지역주의를 앞세운 특혜 무역 체제다. 비회원국에 WTO의 관세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원국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FTA는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를 비롯한 여러 경제 효과를 낳는다. 무역창출효과는 FTA 체결 이후 관세가 낮아지고 국가 간 교역과 투자가 이전보다 더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무역전환효과는 FTA 체결이 오히려 FTA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교역, 투자를 줄인다는 것이다. FTA 회원국 간에만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기 때문이다.실제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그동안 경쟁하듯 FTA를 체결해 왔다. 우리나라도 수출 기반의 경제 발전을 지향해 왔기 때문에 FTA를 긴밀히 활용하며 국제무역을 추진했다. 1999년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칠레와의 FTA 체결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인도·페루·미국·튀르키예·호주·캐나다·중국·뉴질랜드·베트남·콜롬비아·이스라엘·캄보디아·인도네시아·필리핀을 비롯해 세계 59개 국가와 FTA를 발효한 상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CPTPP) 가입은 우리나라가 계속 추진한 대외통상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2025.04.28 06:02

4분 소요
흔들리는 세계 무역...

산업 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역 장벽을 쌓고 특정 품목에 높은 관세율을 매기며 세계 경제를 움츠러들게 했다. 이후 곧바로 깜작 관세 유예를 선언하면서 예측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미국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글로벌 정세가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전망에 대해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종덕 실장은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통상 질서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관세 부과, 수출 통제로 이어지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통상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국 간 무역 자유화를 위해 관세 등 무역 제한 조치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로 빛이 바랜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를 맺고 있음에도 미국의 기본 관세 부과,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 부과 정책으로 많은 부담을 떠안은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무역 장벽을 높이거나 다른 나라와의 연대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런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세계 무역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있다. 김종덕 실장은 “많은 사람이 지금을 1930년대 시절 (대공황)과 비교하는데, 장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벌써 올해 말쯤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미국이 여기서 (중국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중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는 등 한 번 대립이 시작되면 ‘트레이드 워’(trade war) 라는 게 금방 끝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양국이 강대강 자존심 대결로 나아갈 경우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은 수위를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로 추가 34%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마찬가지로 미국에 34%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섰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50%를 더 높이자 중국도 84% 상향으로 맞불을 놓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만 125%까지 확대하고 다른 나라에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를 발표하며 맞불을 넘은 강공 정책을 취하자 미국은 저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에도 제동을 거는 등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 양분화 우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 글로벌 경제는 큰 충격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양국의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면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김종덕 실장은 “국은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이 장기화 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원자재나 부품을 활용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간접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한국 무역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4월 기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3%를, 중국은 18.7%에 달했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가 양국에 의존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데, 두 나라가 무역장벽을 높이며 갈등하면 중간에서 우리나라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종덕 실장은 “모두가 손잡고 잘 사는 상황, 자유 무역이 굉장히 번창하는 상황이 가장 좋은데, 중국이 배제되는 상황은 우리(나라)에 좋지 않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이 우방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 호의적인 정책으로 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쪽으로) 공급망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덕 실장은 “만약의 상황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의 문제이지만,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고집하기보다 우방에 혜택을 보장하고 ‘연대를 통한 공급망 형성’ 같은 전략을 추진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도 선택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배제한 공급만 다변화? 실현 가능성 낮아”세계 무역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 또는 지역 통상 협정 같은 ‘플랜B’의 일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종덕 실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김 실장은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은 갈등 해소 이후에야 본격화 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전략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그 틀 안에서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을 배제한 무역 질서가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의 연대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이런 부분의 전략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은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여전히 달러 패권을 가지고 있고 통상 수요 시장으로 큰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배제하고 세계 무역을 이야기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빼고 세계 무역을 논한다면 해당 국가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만약 미국이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러 나라들이 통상 협정을 조금 더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논의도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관세 정책을 무섭게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무역)질서나 (한중일) 3국의 연대 같은 실질적인 차원의 움직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다시 완전하게 자리 잡힌다고 가정하면 그 이후에 성장이라든지 인도나 아세안을 활용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전략을 짜 나가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이 역시 매우 가정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25.04.28 06:01

5분 소요
고전, 또 고전…출범 이래 흑자 기록 ‘0’, 디지털보험 부진 이유는

보험

출범 당시 보수적 보험시장에서 기존 틀을 뒤흔들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았던 디지털보험사들이 출범 이후 만년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보험소비 고객 경험 제공과 신시장 창출을 이룰 것이란 기대와는 다른 행보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위기 돌파를 위해 업계 자체적인 혁신과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디지털보험사는 보험상품을 직접 개발해 모바일·웹 등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보험사다. 전체 보험 계약 건수나 고객으로부터 받는 보험료의 90% 이상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플랫폼 등을 통해 모집한다. 지점이나 설계사가 없고, 텔레마케팅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점에서 디지털 보험은 경제 주력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보험 니즈를 충족시키고 이들이 익숙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제공되어 보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국내 디지털보험사들은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설립된 국내 첫 디지털생명보험사로 등장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에 이어 2019년 국내 첫 디지털손해보험사로 나타난 캐롯손해보험(캐롯)부터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디지털보험사들은 매년 수백억원대의 누적 손실을 기록 중이다. 혁신 기술과 간편한 가입 절차,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지만, 실제 보험 영업에서는 수익 모델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2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10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씨가 디지털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캐롯은 2019년 출범 당시 91억원 적자에서 출발해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 순으로 6년간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자본 건전성 가늠자인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56.24%를 기록했다. 전 분기(189.44%) 대비 32.2%포인트 하락하며 금융당국 권고치(150%)에 가까워졌다. 다만 지난해는 전년보다 98억원 가량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캐롯·하나손보 제외 디지털보험사 적자 폭 증가 이에 캐롯은 결국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나섰고, 모기업인 한화손보가 캐롯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캐롯 관계자는 “아직 합병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검토 중인 단계”라며 “만약에 확정이 되더라도 그 이후로도 당국 승인부터 해서 몇개월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캐롯을 포함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디지털보험사 5곳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185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2328억원) 대비 실적이 개선됐지만, 하나손보와 캐롯손보를 제외한 3개사의 적자폭(교보라플 16억원, 신한EZ손보 97억원, 카카오페이손보 109억원)이 모두 확대됐다. 하나손보는 대면 채널을 활성화한 덕에 적자폭을 1년 새 600억원가량 줄일 수 있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디지털보단 대면 채널에 힘주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며 “앞으로도 종합보험회사로서 대면 채널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디지털보험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상품’의 부재다. 기존 대형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설계사 조직, 다양한 보장 상품군, 대면 중심의 영업 네트워크와 달리 디지털보험사들은 단순하고 저렴한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여기에 디지털 채널 중심의 한정된 영업 방식도 고객 유입의 물리적 한계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한 목소리다.디지털보험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험시장의 디지털화를 이끌고 혁신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비대면 판매’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데다 눈에 띄는 혁신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디지털보험사들은 사실상 유상증자로 연명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올 상반기 중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2023년 카카오페이손보의 지분 100%를 보유한 카카오페이가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후 두 번째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지난해까지 모회사인 교보생명에서 7차례 유상증자로 3000억원 넘는 자금을 수혈했다. 신한EZ손보도 지난달 신한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효과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 보험사가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반 보험사들과 상품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보험소비 제공과 신시장 창출이라는 출범 취지에 맞게 디지털보험사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채널용 혁신 상품을 위한 당국의 규제 완화와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04.28 06:00

3분 소요

전문가 칼럼

한국 가요는 ‘내수용’이 아니다. K-POP 가수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는 기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국내 대중가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곡과 가사로 이뤄진 음원의 매력이 크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안무이다. 포인트 안무는 소셜미디어의 숏폼 영상에서 챌린지의 형태로 전 세계인에 의해 수없이 재연된다.대중문화를 조금이라도 접하는 이들은 K-안무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걸 쉽게 느낀다. 하지만 그런 안무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창작자인 안무가들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 잘 아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방송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미디어의 흥행으로 과거와 달리 안무가의 존재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수익이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작곡가 등의 창작자와는 달리 안무가들은 창작 이후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안무 창작에 대한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필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안무 분야 계약 실태조사 및 표준계약서 제정 연구’에 연구자로 위촉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소속의 연구진들과 함께 과업을 진행했다. 유명 안무가들을 비롯해 업계 협·단체 구성원들을 여럿 만났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편집자에게 지면을 요청했다. 이하에서는 K-POP 안무의 창작 과정과 그간의 업계 관행 및 법률적 쟁점을 소개하고자 한다.현재 위 연구결과는 보고서 형태로 정책연구관리 서비스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제정안은 나왔지만, 아직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로 표준계약서가 확정돼 고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안무,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나대형 기획사의 소속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고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기획사는 곡을 선정하고 댄스 담당 ‘퍼포먼스 디렉팅’팀에서는 대략적인 콘셉트를 구상한다. 구체적인 안무 창작을 맡길 만한 안무가를 물색하고 접촉하는 것은 기획사 퍼포먼스 디렉터의 역량 중 하나다.본격적인 안무 창작은 기획사가 안무가에게 창작 용역을 의뢰하며 시작된다. 기획사는 여러 안무가 혹은 안무팀에게 음원을 건네며 어울리는 안무 ‘시안’을 만들어 주길 요청한다. 안무가들은 분주해진다. 그들은 창작을 보조할 ‘서브 안무가’를 고용하기도 한다. 나아가 안무를 직접 시연할 ‘시안 댄서’를 섭외한다. 결과물을 영상으로 찍어 기획사에 전달해야 해서다. 가수가 여러 명의 그룹이라면 그 구성원 수에 맞는 시안 댄서를 고용해야 한다. 기획사는 통상 10일에서 2주 사이로 결과물을 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에, 안무가들은 서둘러 시안을 만들어 납품한다. 기획사의 퍼포먼스 디렉터는 위 안무 시안들을 취합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내고 수정,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실제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 역시 작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최종 안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모든 기획사가 여러 명의 안무가에게 시안 제작을 의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무가의 수만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 기획사들은 여러 결과물을 취합·선택하는 방식을 택하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다수의 중소 기획사들은 1인 안무가에게 의뢰하는 편이다. 비용 문제 때문에 단 한 명에게만 안무를 의뢰한다면, 기획사는 우선 납품받은 그 시안을 쓸지 말지부터 결정한다. 만약 시안이 마음에 쏙 든다면 별다른 수정 없이 최종 안무로 확정할 수도 있다. 손을 보아야 한다면, 별도의 퍼포먼스 디렉터가 없는 중소 기획사에서는 시안의 제작을 맡겼던 안무가에게 수정을 요청하고 다시 전달받은 수정안을 최종 안무로 확정할 것이다. 최종 안무가 확정된 후에는 ‘아티스트 트레이닝’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안무가 가수에게 전수된다. 짧으면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걸린다. 아티스트 트레이닝은 안무를 창작한 안무가에게 맡기기도 하고, 대형 기획사의 경우에는 소속 퍼포먼스 디렉터가 진행하기도 한다. 트레이닝이 끝난 후에는 뮤직비디오 촬영 및 음악방송 등을 위한 디렉팅 작업을 한다. 라이브 공연을 위해서는 뮤직비디오와는 또 다른 디테일이 요구된다. 따라서 추가적인 수정과 보완이 계속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도 안무가 또는 퍼포먼스 디렉터가 개입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된 안무와 곡은 마침내 대중에게 공개된다. ‘갈등의 씨앗’ 되는 계약서 미작성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안무 시안의 창작을 의뢰받은 안무가는 통상 10일에서 1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안무를 구상해 창작하고 시안 댄서들에게 가르쳐 영상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 일정이 촉박하기에 서면 계약서의 작성은 생략하고 구두로만 대략적인 일정과 금액을 합의하기도 한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최근 3년간 K-POP 안무 분야에서 50%는 서면 계약으로, 나머지 50%는 구두로만 창작 의뢰가 이뤄졌다.이때 짧은 용역 기간은 안무가 측의 책임이 아니다. 기획사가 급한 일정을 가져와 안무가들에게 요청하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준비해 안무가와 여유 있게 계약 조건을 의논하고 창작 기간도 넉넉히 주면 좋으련만, 시장 상황은 그런 여유가 없는 듯하다. 안무가들도 어느 정도는 팽팽한 일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촉박함을 이유로 한 계약서 미작성은 이후 갈등의 씨앗이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먼저 정확한 용역 내용과 보수 지급 시점을 정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별도의 선금 지급 없이, 안무가 완성되면 전체 금액을 받기로 약속된 상태에서 안무가가 창작에 착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안무가는 서브 안무가와 시안 댄서를 자기 돈으로 고용한다. 그리고 연습을 할 장소 역시 자기 돈으로 대여한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 시안을 완성했지만, 적시에 창작 용역비를 받기는 쉽지 않다. 기획사 입장에서 안무가의 역할은 시안을 만들어 제출한 그 시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무대 구성을 위한 디렉팅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무가는 시안을 제출하는 것까지를 용역 내용이라 생각하고, 기획사는 트레이닝과 디렉팅까지도 같은 계약의 업무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런 동상이몽을 막기 위해서는 잘 정리된 서면 계약이 필요하다.여러 명의 안무가에게 시안 창작을 의뢰했지만, 그중 선택받지 못한 시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초 1000만원에 안무 시안을 만들어 줄 것을 약속했는데, 시안을 전달받은 기획사가 위 시안이 결국 최종 안무에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50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말해 갈등을 겪은 사례가 있다. ‘시안의 창작 및 제출’만으로 완전한 대가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안의 최종 안무로의 이용’ 요건까지 완성돼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 차이가 불러온 분쟁이다.안무 시안이 최종 안무에 쓰이지 않으면 금액을 낮춰서 받거나 동작이 단 하나라도 사용되면 전액을 지급받는 합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사소한 동작이라도 최종 안무에 포함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포함된 동작이 과연 해당 계약을 통해 창작된 시안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여느 K-POP 안무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동작이라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견해가 대립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다양한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 제정 연구 과정에서 안무 창작 용역에서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안무 창작 사실, 공개해도 될까...부당한 비밀유지의무안무가가 안무 창작 사실을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원칙 없이 개별 계약 때마다 발주자(기획사)가 원하는 조건에 따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어떤 안무가는 계약서상의 비밀유지 조항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약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또 다른 안무가는 ‘해당 안무를 창작한 사실’ 자체를 일체 발설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했다.안무를 창작한 사실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은 해당 안무가의 섭외 사실 자체를 중요한 ‘영업상 비밀’로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실력 있는 안무가를 독점하고 싶어서 그에 대한 정보 자체가 경쟁사에 퍼지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안무가가 대중의 찬사를 받고 스타덤에 오르는 현재 상황에서 영업 비밀을 이유로 창작 사실 자체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무가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해 불공정하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이런 부당한 조항은 저작인격권 중 하나인 성명표시권의 행사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른바 ‘크레딧’에 올라가는 것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을 약정에 넣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잘못된 관행이다. 만약 기획사가 뛰어난 안무가를 독점하고자 특정 안무가의 창작 참여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다면, 이에 대해서는 저작인격권 행사를 포기하는 특약이 아니라 다른 조항을 통해 보상 방식 등을 별도로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밀로 하는 명확한 이유와 기간,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근래에는 오히려 홍보를 목적으로 안무가들에게 안무 시안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새로운 챌린지를 해도 좋다고 독려하는 기획사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 채널이 분산되는 것을 염려하고,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무 시안의 공개를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해당 가수보다 안무가의 춤이 더 주목을 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수 있다. 어느 쪽이 되든 사전에 안무가와 기획사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하면 된다. 저작재산권 양도 관행, ‘이용허락’ 방식으로 바뀔까사실 안무가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익 배분이다. 불명확한 업무 범위나 크레딧에서의 누락보다, 저작재산권의 포괄적 양도로 인해 추가 수익 분배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에 더 불만을 느끼고 있다. 콘서트를 하거나, 광고를 찍는 등 아이돌 가수의 신곡 발표 이후 기획사가 얻는 이익은 나날이 쌓인다. 하지만 춤이 아무리 ‘대박’이 터져도 안무가들에는 시안 창작 용역비 이상의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이는 안무 시안을 납품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저작재산권 일체가 기획사로 양도되는 관행에 따른 결과다. 실태조사에서는 K-POP 안무 창작에서 예외 없이 안무저작권이 기획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비판을 받아온 바 있는 소위 ‘매절계약’이 여전히 전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일괄적인 권리 양도 방식은 K-댄스의 빠른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긴 하다. 저작재산권자가 여러 명이 될수록 그 이용 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인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결정에 시간이 많이 들고, 자칫 일부가 반대하는 경우에는 이용 자체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요컨대 단독저작권자가 공동저작권자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K-POP 안무는 본디 이용이 까다로운 공동저작물인 것일까? K-POP 안무의 법적 성질에 대해 법 규정과 판례가 명백한 판단을 한 바는 없지만,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유관기관은 공동저작물로 보고 있다.앞서 설명한 K-POP 안무의 제작 과정을 가상의 예를 들어 다시 한번 살펴보자. 기획사 A는 안무가 B, C, D에게 안무 시안을 만들어달라 요청한다. B, C, D가 나름대로 시안을 만들어 왔지만, A회사 소속 퍼포먼스 디렉터인 E가 보기엔 B와 C만이 쓸만한 것 같다. E는 D의 시안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B와 C의 시안 중 일부분을 선택해 배열하고 자기 자신이 창작한 동작을 가미한다. 사례에서 최종 안무에 대해 저작재산권을 갖는 이는 누구일까? 바로 A, B, C이다. D의 안무는 사용되지 않았으므로 D는 권리자가 될 수 없다. E는 후반부에 창작적인 작업을 도맡았다 해도 기획사 A의 직원으로서 A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 것에 불과하므로 E의 창작 부분은 ‘업무상저작물’ 법리에 포섭돼 최종 안무에 대한 권리자는 E가 아닌 회사 A가 된다. B와 C는 저작재산권을 양도하지 않는 한 최종 안무에 포함된 자신의 부분에 대해서 권리를 갖는다.기획사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상업적 활용을 위해 안무가들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일괄적으로 양도받는 방식을 선호한다. B와 C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을 경우, A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공연, 영상 제작, 광고 삽입 등 다양한 매체에서 안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반면 안무가 B와 C의 입장에서는 저작재산권의 양도로 창작의 통제권을 상실하고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창작물의 변형, 재사용, 상업적 활용 등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가 원천 차단된다. 자신이 만든 안무의 유명세를 이용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마음대로 안무를 보일 수도 없다. 더는 권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A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떻게든 사용할 수 없다.이런 상반된 이익의 조화를 위해 유사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용허락’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선스를 받고 창작물을 이용하는 것인데, 저작권을 창작자에게 유보하면서도 기획사가 창작물을 특정 조건하에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으로 조율하는 방식이다. 표준계약서 제정안은 ‘시안’은 안무가의 단독저작물로, ‘최종 안무’는 기획사와 안무가의 공동저작물로 규율하며 상호 간에 이용을 허락하는 방식을 기초로 하고 있다.하지만 사적 자치의 원칙상, 안무 분야에서 기존의 저작재산권 양도 관행을 배제하고 이용허락 제도를 강제할 수는 없다.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기획사 및 협·단체들의 반발이 상당했다. 표준계약서는 그 사용이 강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로 이용허락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시간을 들여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창작자-산업계, 윈-윈(WIN-WIN)의 길 찾아야우리에겐 이미 창작자와 산업계의 상충되는 듯 보이는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간 역사가 있다. 과거 모든 권리를 독점하고 있던 레코드사로부터 창작자가 음악 저작권을 되찾아오고, 방송 작가와 웹툰 작가도 점차적으로 플랫폼으로부터 독립된 권리를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고 창작자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였지만, 어떠한가. 결국에는 상생법을 찾아 나가고 있다.안무 분야도 마찬가지다. 음악처럼 저작권료 징수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안무 분야에서는 안무가가 저작권을 보유해도 K-POP의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이익을 향유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다만 이용허락을 통해 기획사 등을 통한 간접적인 수익의 분배는 기대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K-댄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작자의 권리를 더는 도외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안무 분야 계약 실태조사 및 표준계약서 제정 연구’에의 참여를 의미 깊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표준계약서 제정안 역시 처음부터 이용허락의 세부 내용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 많은 부분은 안무가와 기획사가 별도로 협의할 영역으로 남겨뒀다. 표준계약서가 어떻게 확정돼 고시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계약서의 빈 공간이 K-POP 산업의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인 우리들도 함께 채워 나가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5.04.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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