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영업정지 외에도 다양한 제재 방안 검토”
업계 “구조 개편 등 현실적인 개선책 병행돼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잇단 인명 사고 여파로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DL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정부의 강도 높은 행정처분 가능성에 직면하면서 영업정지부터 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실제 제재 수위는 법적 공방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고속도로 공사 현장 사고는 앞으로 이의신청과 심의, 행정처분 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4~5개월 뒤 관련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사고 조사 결과 결정적인 사고 원인은 하도급사의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 임의 제거 등으로 확인됐다. 검측 책임이 있는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도 스크류잭 제거 사실을 한 달 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의 책임이 현대엔지니어링에 있다는 잠정 결론이 나면서 건설업계는 향후 처벌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달 중 사고 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해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사망자 수가 많은 중대사고이기 때문에 국토부 직권으로 제재 수위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지난 8월 19일 정부세종 청사에서 열린 사조위 브리핑에서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사고가 3건 발생했고 사망자 수가 총 6명”이라며 “특별점검과 불법 하도급 점검 결과에 따라 ▲사망 사고 ▲고의성 ▲안전관리 위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산업 재해가 이어진 포스코이앤씨도 강도 높은 제재가 예고된 상태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는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 사고,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 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 사고, 지난달 경남 의령 함양울산고속도로 공사 현장 끼임 사고, 8월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 감전 사고 등이 발생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부터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시공현장 10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하도급 등 위법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현장 붕괴 사고와 감전 사고 등으로 지난 4월과 8월에 경찰과 노동부로부터 본사 압수수색을 당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당시 사장은 이번 감전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 8월 5일 반복된 중대재해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현행법 테두리 내 건설 면허 취소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포스코이앤씨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만에 DL건설에서도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사실상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DL건설 사망 사고 이후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했다.
DL건설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 전원은 이번 사고로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8월 8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약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사고 직후 DL건설과 모기업인 DL이앤씨는 DL건설의 44개 현장은 물론, 모회사인 DL이앤씨 현장까지 120개 넘는 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긴급 점검을 벌여왔다.
잇따른 중대산업재해를 계기로 정부는 건설사에 대한 ▲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금융 패널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진석 의원이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인명 사고가 일어난 건설사에 ‘매출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발의했다.
면허 취소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사업 중단과 장기적 수주 불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설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건설안전기본법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킨 사고 건설사에 건설업 등록 말소 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면허를 재취득하더라도 수주 이력이 초기화돼 관급공사 등을 따내기 어려워진다.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민간공사와 관급사업에서의 계약 체결, 입찰 참가 등 신규 사업 관련 영업행위가 금지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산업재해만을 이유로 한 면허 취소 사례가 극히 드물어,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 사고로 영업정지 8개월, 화정동 아파트 공사 현장 외벽 붕괴 사고로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두 건설사 모두 법원에 영업정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해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본안소송이 길어지면서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거 면허가 취소된 곳은 32명이 숨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시공사 동아건설과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의 삼풍건설산업 2개 업체뿐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현행법상 건설 면허 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8월 19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건설 면허 취소를 검토하는지 묻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법률 내에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부실 시공에 따른 구조물의 손괴로 공중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지만 건설 현장의 노동자가 사망한 산업재해는 면허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해석에 무게를 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처벌 강화가 신호탄은 될 수 있지만, 하도급 구조 개편이나 안전관리 예산 확보 없이 반복 사고는 막기 어렵다”며 “현실적인 개선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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