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대한항공의 계산된 '70조' 승부수
- 대한항공, 보잉사 항공기 103대 추가 도입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대규모 투자 우려에도...재무구조 안정 전망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으로부터 총 103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장거리 여객기 B777-9 20대 ▲중대형 장거리 모델 B787-10 25대 ▲단거리 고효율 기재 B737-10 50대 ▲화물기 B777-8F 8대다.
이와 함께 GE에어로스페이스(GE Aerospace)사와 6억9000만달러(약 9600억원) 가량의 항공기 예비 엔진(Spare Engine) 구매 및 130억달러(18조원) 규모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재 교체를 넘어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 한·미 산업 협력, 대한항공의 재무 전략 등 다방면에 크고 작은 변화를 끼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묵직한 한방
대한항공의 신규 항공기는 2030년대 말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보잉 기단은 108대 규모인데, 신규 기재가 들어오면 175대로 늘어난다. 전체 보유 항공기 중 36% 이상이 새 기체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적 확대가 아니라 항공기 평균 연령을 낮추고, 연료 효율과 운항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국제 경쟁력 확보다. B777-9와 B787-10은 연비 성능과 운항 거리에서 강점을 갖춘 기종으로,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미주·유럽 등 장거리 시장에서 운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거리와 중단거리는 B737-10으로 대응해 노선별 맞춤형 운용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B777-8F 화물기 투입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항공 화물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 등은 차세대 기재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발주는 세계적 추세와 발맞추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서 우위를 굳히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요인이 됐다. 2024년 12월 아시아나 인수를 마친 대한항공은 단숨에 세계 12위권 항공사로 올라섰다. 하지만 양사 노선의 중복과 기단 편재 차이는 효율성 저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보잉 기종을, 아시아나는 에어버스 기종을 주력으로 운용해 왔다. 기종이 이원화되면 정비 체계, 부품 조달, 승무원 훈련 등에서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 이번 대규모 발주는 보잉 기종을 중심으로 기단을 정리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장거리와 단거리 운항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
보잉 중심의 기단 재편은 곧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이어진다. 정비와 부품 수급, 조종사와 승무원 훈련 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고, 중복 노선 통합 및 노선별 기종 최적화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 서비스 품질 제고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산업적·외교적 함의도 크다. 대한항공의 계약 규모는 항공기 가격만 약 362억달러(약 50조원), 엔진과 정비 계약까지 포함하면 총액이 50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한다. 단일 항공사 발주로는 역대 최대급으로, 미국 보잉사에 전례 없는 '메가 수주'를 안겼다.
보잉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미국 내 수십만 개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부품 업체, 엔진사, 정비 분야까지 파급 효과가 확산되면서 미국 항공우주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외교적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계약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되며 사실상 ‘경제 외교’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에 직접 기여하는 대규모 발주가 한국 기업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양국 간 전략적 동맹 강화의 상징적 사례로 통한다.

다만,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11%에 달한다. 총 차입금은 약 17조9000억원, 현금성 자산은 6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순차입금만 11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70조원 규모의 신규 발주를 단행한 것은 시장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발주 발표 직후 대한항공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집행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발주는 일시에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분산돼 진행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3조원 안팎에 불과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은 이번 발주를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사이클의 시작’으로 규정했다. 기존 발주를 포함한 공시상 규모는 81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집행액은 절반 수준인 4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약 11년간 연평균 3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5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비용과 배당을 감안해도 현금흐름은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부채비율이 300%를 웃도는 부담은 분명 존재하지만 단계적 집행 구조와 영업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당장 재무 구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계약을 “초대형 글로벌 항공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했다. 공시 기준 70조 원은 어디까지나 리스트 프라이스에 불과하며, 실제 도입 단가는 40~60% 할인된 25조 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항공기 103대는 약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어서, 도입이 본격화돼도 연간 CAPEX 증가 폭은 2조 원 중반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글로벌 항공사들의 기재 도입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금흐름에 무리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이번 발주는 합당한 선제적 투자”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과 치료 가능성 주목[클릭, 글로벌 제약·바이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제베원 멤버, 예능 욕심에 女 신음소리 무리수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한국인 美 특별취업비자 신설 힘받나…정부 "비자 체계 개선"(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BBB급 케이카캐피탈, 회사채 시장 데뷔전 나서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 "BTK 분해제 글로벌 기술이전 도전"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