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 ‘상하이 오토쇼’에 있는 것과 없는 것[특파원 리포트]
- 4월 23일 개막, 내외신 기자 등 관람객들로 인산인해
글로벌 브랜드부터 토종 업체까지 中 구애…신차 공개
中 공략에만 매몰 ‘한 방’ 없어, 韓 기업 부재도 아쉬워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이명철 이데일리 베이징 특파원] 언젠가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로 자리 잡은 중국의 ‘2025 상하이 오토쇼’(상하이 모터쇼)가 막을 내렸다. 자동차의 전동화라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답게 이번 전시회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벤츠·BMW·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구애가 계속됐다. 무섭게 성장한 중국 토종 업체들도 이에 맞서 신차를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일까.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 세계의 관심이 몰렸다
상하이 모터쇼가 개막한 지난 4월 23일 중국 상하이 전시회장을 찾았다. 중국에선 매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자동차 전시회를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베이징에서 전시회가 열려 올해는 상하이 차례였다. 중국의 자동차 전시회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행사다. 전통적인 4대 모터쇼인 디트로이트·제네바·파리·프랑크푸르트 행사가 주요 업체들이 총출동해 앞다퉈 신차를 공개하고 신기술을 뽐내는 자리였다.
중국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부터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전기차 전환을 추진한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판매업체가 됐고 니오·샤오펑·리오토 같은 새로운 업체들도 자리 잡았다.

중국 당국이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전기차 구매를 독려하니 시장도 성장세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신에너지차(전기차 등을 포함)는 약 1300만대로 처음 1000만대를 돌파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나 홀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업체들이 놓칠 리 없다.
4월 23일 상하이 전시회장은 일반 관람객이 방문하기 전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기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외신 기자들이 입장을 위해 등록하는 창구에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섰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는 이번 전시회에서 모두 중국 전용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중국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전시회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글로벌 브랜드 수장들이 참석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한 사실이다.
BMW 부스에서는 올리버 집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브리핑을 맡았다. 그는 “중국에서 기술 발전이 일어나고 우리는 중국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요타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제품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다면 반드시 글로벌 시장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하나 놀란 점은 중국 토종 업체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이날 전시회장에서 BYD‧리오토‧지커‧니오‧CATL 등 중국 업체들의 브리핑이 진행됐는데 글로벌 브랜드 못지않은 인파가 참석했다. BYD 같은 경우 사전 입장이 허가된 내부 좌석이 꽉 찬 것은 물론 주변에도 매체들과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사실상 이번 전시회의 주연 역할을 맡았다. BYD는 관람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날 전기차 세단인 오션 시리즈 신차 5종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BYD뿐 아니라 대부분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새로운 차종을 속속 선보였다.
상하이 모터쇼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서 업체들이 내놓은 신차는 약 100종이다. 통상 모터쇼의 경쟁력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의 모델 수로 가늠한다. 한곳에서만 100여대의 신차가 공개된다는 건 그만큼 중국 시장의 위상을 드러내는 사례다.

눈에 띄는 신차·기술 없어, 현대차는 장외 선전
아쉬운 점도 보였다. 우선 대부분 내놓은 신차들이 ‘중국용’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모델만 선보였을 뿐 전 세계에서 관심을 받는 새로운 신차를 내놓은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중국 업체들도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미사여구를 동원했지만 결국 먼저 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만 내놓을 뿐이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이 중국인만큼 중국 공략이 우선이겠지만 미국과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겠다고 자신 있게 외친 CEO를 찾을 수도 없었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신기술도 눈에 띄지 않았다. CATL은 5분 만에 배터리를 충전해 520km가량을 주행할 수 있는 충전 기술을 선보였으나 이미 지난달 BYD가 5분 충전으로 470km 주행 가능한 차세대 시스템을 선보여 김이 샜다. 화웨이, 샤오미 등 다양한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했다. 다만 중국은 최근 샤오미 전기차 SU7의 주행 중 사고로 자율주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늘 모터쇼에 참석하던 레이 쥔 샤오미 회장도 이날은 자취를 감췄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유럽·일본과 중국 본토까지 다양한 국적의 업체들이 참석한 모터쇼지만 한국 기업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전시회에 참가해 중국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신기술을 공개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외 삼성전자가 비즈니스 미팅 등에 주안점을 두고 부스를 마련한 정도다.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매년 자동차 전시회에 참가했던 현대차는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부진한 중국 시장보다 미국과 인도 등 사업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와 별개로 비슷한 시기 상하이에서 중국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여전히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면적인 대외 행사 대신 자체 행사로 중국 시장 돌파를 시도한 전략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또한 지켜볼 만한 재미있는 대목이다.
사진02: 4월 23일 중국 '2025 상하이 오토쇼'에서 관람객들이 샤오미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03: 4월 23일 중국 '2025 상하이 오토쇼'에서 관람객들이 지커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04:
사진05: 4월 23일 중국 '2025 상하이 오토쇼' BMW 전시장이 브리핑을 듣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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