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제1회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 성료…“위기 상황 속 새로운 이정표 제시”
-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기조 연설
세계가 인정한 반도체 설계 기술력, 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강연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우려했던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게 올리며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도 위기 상황을 마주한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혼돈 속에서 우리 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다시 비상할 방법을 고민하며 ‘2025 인사이트 포럼’을 기획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2025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의 주제는 ‘대전환 시대, K기업 성공의 길을 찾다’다.
이코노미스트는 5월 21일 FKI타워 그랜드볼룸에서 제1회 ‘2025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EIF2025)을 개최했다.
곽혜은 이데일리엠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대전환’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있다”며 “기술의 변화, 공급망의 재편, 인공지능의 확산 등 지금 한국 기업들은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경쟁력은 지식과 통찰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학습과 성찰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이 단순히 정보 교환의 자리를 넘어, 새로운 배움이 시작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경제 석학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과 토종 AI의 자부심을 지키는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이근 학회장은 경제발전론·기업조직론·경제추격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남긴 석학으로 평가받는 학자다. 2014년에는 비서구권 학자 최초로 ‘슘페터상(Schumpeter Prize)’을 받았다. 이 학회장은 EIF2025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격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탄핵 등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진 국내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위기 극복 후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거시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 학회장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 양극 체제에서 미국·중국·유럽의 3극 체제로의 변화를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근 학회장은 미국발 관세전쟁을 통해 미국이 유럽을 적으로 돌렸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이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유럽이 오히려 미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미국과 중국 양극 체제에서 미국·중국·유럽의 3극 체제로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이근 학회장은 3극체제 속 미중갈등 구도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이를 전제로 전략을 수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연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생산 시장 재배치 최적화가 향후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극 체제와 관세 구조를 고려한 글로벌 생산과 시장의 재배치가 필요하다”며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유럽 등의 대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 학회장은 대담의 좌장을 맡은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의 ‘정부 개입과 시장주의 결합 중요한 시기에 실용적인 전략’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국은 그동안 정부의 역할이 큰 상황에서 성장했고, 요즘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정부 역할 커지기 시작했다”며 “생산단계 시작부터 정부의 대응이 굉장히 중요해진 상황이다. 그냥 있으면 게임이 안 된다. 중국 물량 공세 속에 기업들만의 방어만으는 너무 힘든 상황이고 게임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규제 완화만으로 이 상황 타개 어렵다. 정부가 대응 관세나 환경 규제를 통해서 막지 않으면 한국이 공들여 개발한 친환경적인 제품들이 시장 경제 무너지게 된다. 정부가 새로운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경훈 원장은 초대 LG AI연구원 원장으로 전 세계적인 AI 돌풍속에서 토종 기술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인물이다. LG AI연구원은 LG그룹이 AI 원천기술 확보와 난제 해결을 위해 2020년 만든 AI 전담조직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오픈소스 AI 모델 ‘엑사원 3.0’을 공개하면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뒤처지지 않는 성과를 입증했다. 배 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Agentic AI, 새로운 AI 혁명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배경훈 원장은 에이전틱 AI 시대를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중국 딥시크는 현재 스마트폰, 자동차, 석유화학 등 자국 업체에서 적용을 시작했다”며 “우리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AI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가령 이노텍에서는 검사 자동화, 공정 품질 예측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엔솔에서는 수요예측에 적용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앞서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엑사원’(EXAONE) 3.5는 최근 스탠포드대학교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작성한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서 국내 유일 주목할만한 AI 모델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배경훈 원장은 “출범 후 독자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엑사원을 통해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전문가 AI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엑사원의 차별점은 전문 문서의 멀티모달 정보이해, 기업 문서 기반 학습 데이터 생성, 현실적 제약까지 고려한 고급 추론 등”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급 추론과 관련해 “이론적 계산뿐만 아니라 현실적 제약 모두 고려해 답변한다”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최근 국내 첫 추론형 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하기도 했다. 추론형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이 높은 답을 내놓는 생성형 AI와 달리 스스로 정보를 조합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한층 고도화된 AI로 평가받는다. 특히 엑사원 딥-32B의 매개변수는 320억개로 딥시크 R1(6710억 개)의 5%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중국 모델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배경훈 원장은 “AI 투자는 늦었지만 에이전틱 AI는 선도해야 한다”며 “추론 강화 및 적용을 통해 산업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전략적 AI 투자와 관련해 배 원장은 “AI 개발에 있어서 많은 투자 비용이 첫 번째 문제다. 민간 투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지원을 위한 고민을 해야하고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다 잘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산업 분야, 콘텐츠 등이 있다. 이를 잘 설정해서 그 분야에서는 1등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며 “AI도 인재 키우듯 키워야 하고, 집중 투자해서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진행된 오후 첫번째 세션에서는 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전략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퓨리오사 AI는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국내외 AI시장에서 핵심주자로 손꼽힌다.
이날 ‘AI 시대, 생존을 넘어 글로벌 리더의 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발표에서 백 대표는 한국 AI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상세히 짚었다. 아울러 그는 특히 국내 AI 반도체 인재들의 기술적 역량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AI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산업인 것은 맞지만, 혁신은 늘 스타트업에서 나왔다”며 “엔비디아와 퀄컴, AMD 등도 모두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 AI 컴퓨팅 영역에서의 파괴적 혁신은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오픈AI나 딥시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AI 반도체는 매우 정직한 산업이다. 오롯이 제품 경쟁력으로 정면승부해야 하는데, 퓨리오사는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퓨리오사는 여러 인재들이 전략적으로 모여 글로벌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인재들의 역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이준표 SBVA 대표와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K-기업의 글로벌 성공을 위한 혁신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준표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중퇴했는데 재학중 에빅사를 창업해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에 매각했고, 다시 2007년 엔써즈를 창업해 미국 기업에 매각한 연쇄 창업자다. 현재 SBVA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 SBVA는 2000년 설립된 투자회사로 누적 운용 자산이 2조5000억원을 웃돈다. 3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당근·아이지에이웍스·루닛·네이버Z 등 굵직한 국내 유망 기업을 발굴하기도 했다.
임정욱 혁신실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인물이다. IT 업계를 취재하던 기자 출신으로 인터넷기업 임원·글로벌 기업 대표·스타트업의 지원자에서 VC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현재 한국의 스타트업과 VC 정책을 총괄하는 공무원으로 세계를 누비며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임 실장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려면 ‘단일성’(homogeneous·호모지니어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세번째 세션에서는 김숙진 CJ제일제당 한국마케팅본부장, 이재용 파인드 어스 이사가 ‘혼돈의 시대를 헤쳐 나갈 성공 노하우’에 대해서 강연했다. 이어진 네번째 세션에서는 ‘K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전략’을 주제로 박재빈 뷰티셀렉션 대표·용태순 와드 대표·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가 나서 강연을 진행했다. 좌장은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가 맡았다.
이번 인사이트 포럼과 관련해 청중들은 밀도 깊은 포럼 내용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약 440명의 청중이 자리를 가득 채웠으며,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행사 내내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 노윤서씨는 “현재 취업준비생인 입장에서 강연을 들었는데,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강연을 가장 인상깊게 들었다”며 “향후 수많은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범준 토큰증권협의회 회장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AI, 토큰화 등에서 가장 권위있는 연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며 “덕분에 너무나 좋은 인사이트를 실제로 얻었고, 실제 사업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에 대한 그런 방향성을 좀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포럼 제목인 인사이트포럼 답게 사람들이 관심이 많고 뜨거운 주제에 대해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을 많이 준비한 것 같다”며 “트럼프 2.0 시대 전략이라든가 AI라든가. 혹은 규제 관련 내용들 같은 내용들이 좋았고, 연사 분들이 충실하게 강연을 채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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