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퍼지는 韓 기업 러쉬…가속하는 ‘하늘·땅’ 대이동
- [경제 대전환의 시대 K기업이 사는 길]④
‘글로벌 노선’ 네트워크 확대하는 대한항공
미국·인도 시장 개척하는 현대차그룹 까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자동차와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현지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해외 대이동’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 흐름 속에서 대한항공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각각 ‘글로벌 노선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 생산 체제 강화‘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네트워크’ 강화하는 대한항공
먼저 하늘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캐나다 웨스트젯(WestJet)에 2억2000만 달러(약 3084억)를 투자해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웨스트젯은 캐나다를 거점으로 한 캐나다 2위 항공사다. 북미 지역 내 중·단거리 네트워크가 무기다. 대한항공의 웨스트젯 지분 인수는 캐나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캐나다의 넓은 면적도 탐낼만하다. 캐나다는 세계 두번째의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 교통 의존도가 높다. 시장 규모도 크다. 지난해 캐나다 항공시장의 규모는 330억 달러로, 세계 7위다. 성장률도 괄목할 만 하다. 캐나다 항공 시장은 지난 2019년 이후 두 자리 수 성장을 거듭하며 인도 시장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델타항공도 웨스트젯 지분 15%(3.3억불)를 인수한다. 델타항공은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다. 북미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아우른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전략적 제휴 중인데, 이를 미뤄봤을 때 대한항공의 지분 10%와 델타항공의 지분 15%를 합친 웨스트젯 지분 25%가 공동 확보되는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분 투자의 목적은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네트워크 확장과 항공사 간 노선 연계 등을 통해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있다”며 “이를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바로 지분 투자”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대한항공이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해외 노선을 확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항공 산업은 노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삼각 파트너십으로 인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인도’로 향하는 韓 자동차 자존심
현대자동차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양대 거점은 미국과 인도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등 북미 시장 선점에 나선 한편, 인도에서는 생산능력과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늘리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위한 ‘투자 드라이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에 본격 돌입했다. 연간 최대 5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맞춰, 미국 내 생산 차량에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 부과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 부담을 크게 줄이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미국 내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관세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에도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첸나이 지역에 두 개의 완성차 공장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푸네 지역의 제너럴모터스 공장을 인수해 세 번째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연간 수백만 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인도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 확대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인도 타밀나두 지역에 위치한 재생에너지 발전소 지분 26% 인수 행보가 눈에 띈다. 탄소중립 경영에도 속도를 내기 위함인데, 25년간 공장 전력의 상당량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도 맞물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먼저 인도 진출 29년 만에 현지 완성차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굳혔다. 누적 판매량만 1270만 대를 돌파하며, 인도 내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수출 실적이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 370만 대 이상을 전 세계 150여 개국에 수출하며, 인도 공장을 글로벌 생산·수출 기지로 키워왔다. 인도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연결되는 ‘수출 효자’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의 인기는 현대차 인도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4월 크레타는 인도 시장에서 1만7016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7만 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계산상으로는 3분마다 1대씩 팔린 셈이다. 지난 1월에는 월간 판매량이 1만8500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는 이제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라며 “현대차가 인도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미래 시장 확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국가인 중국은 반한 감정이 끊이지 않지만, 인도는 상대적으로 그런 리스크가 적다. 그만큼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도 투자의 매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美신용등급 강등에 30년물 美국채금리 한때 5% 돌파(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김수현, 광고주 소송 본격화? "받은 소장 2건"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SKT 해킹은 국가 안보 위협의 서막”…中 해커, 美 우방국 통신망 정조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SKIET 이어 SK지오센 佛 계열사도…EOD 위기서 기사회생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배병준 현대바이오 사장 “기술수출, 국내 첫 항바이러스제 개발 이뤄낼 것”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