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백종원 브랜드’가 다시 살아남을 방법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 국내 식음료 산업의 신화 ‘백종원 브랜드’의 위기
브랜드 재정립 및 지속가능 여부 다시 살필 시간

또 그는 자신이 만든 조미료·된장·햄 등 제품 속 이미지에 셰프복을 입고 등장하며 사람들을 푸근하게 했다. 망해가던 뒷골목의 식당은 그의 마법의 손으로 다시 우뚝 섰고, 그가 손을 들어준 흑백의 요리사들은 우리나라 요식업계의 새로운 별이 됐다. 지난 2월에는 주식시장에 자신의 회사를 상장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국내 식음료 산업의 ‘미다스의 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이야기다.
그러던 그가 상장 이후 연일 터지는 악재 속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돼지고기 함량 미달 ‘빽햄’ ▲감귤 맥주 재료 함량 미달 ▲농지법 위반 ▲‘덮죽’ 광고에 ‘국내산 다시마, 새우, 멸치 사용’이라 표기했으나 실제로는 ‘베트남산 양식 새우’가 사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역축제에서 농약용 분무기에 사과주스를 담아 살포한 영상이 공개돼 식품위생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냉동탑차로 운반해야 할 생 돼지고기를 일반 용달차로 옮긴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백종원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회사 측의 ‘시스템 오류’ 해명과 변명만 반복되고 있다.
2월에 시작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거의 매일 새로운 폭로와 고발이 이어지며 브랜드의 위기로 확장되고 있다.
백종원 신화를 만든 미디어들도 등을 돌릴 태세다.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후속편이 촬영되고 있는 ‘흑백요리사2’, 티브이엔(tvN)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3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문화방송(MBC)도 백종원이 출연한 예능 ‘남극의 셰프’ 방영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종원이라는 스타의 등장
백종원 대표는 영동시장 골목에서 1994년 대패삼겹살 개발과 함께 ‘원조쌈밥집’ ‘한신포차’ 런칭 이후로 대한민국 외식업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노력을 해 온 주인공이다. 이후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빽다방’ 등 대중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외식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며 식품사업의 귀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진짜 ‘백종원 신화’는 TV에서 시작됐다.
‘마이리틀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골목식당’에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법으로 국민 요리사가 됐다. 요리를 어렵게 생각하던 대중에게 ‘이렇게 간단해?’라는 놀라움을 선사했고, 미디어는 그를 ‘국민 요리사’, ‘골목식당의 구세주’로 신화화했다.
백종원 대표는 단순한 셰프가 아닌 ‘맛과 정직함의 상징’이 됐다. 그가 강조하는 ‘냉동 음식은 쓰지 않는다’ "국내산 재료를 고집한다’ ‘정성과 신선함이 맛의 비결’ 등의 가치는 신뢰로 이어져 ‘백종원’이라는 브랜드의 핵심이 됐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붙은 제품이라면 이 가치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처럼 백종원 브랜드의 핵심은 ‘정직함’, ‘신선함’, ‘서민적 대중성’이었다. 그러나 브랜드가 확장되면서 이 가치들이 희석되기 시작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은 모든 제품에 붙지만, 정작 그 제품들이 백종원의 가치관과 철학을 실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 결국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셀럽 브랜드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그 셀럽 자신이다. 개인이 브랜드의 에센스가 되는 순간, 브랜드 전체가 그 개인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백종원 브랜드의 폭발적 확장이 그가 직접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는 점이다.
‘백종원의 빽햄’에서 돼지고기 함량이 미달된 것을 백종원 본인이 직접 체크했다고 믿는 소비자는 없다. 하지만 패키지에 붙은 ‘백종원’이라는 이름에 소비자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신화를 투영한다. 최근 발생한 원산지 표시 위반 등의 논란에 대해 백종원 본인은 침묵하고 회사가 내놓은 사과의 핵심이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신뢰는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다.

브랜드 위기, 세 가지 해결 방안
그렇다면 위기의 브랜드를 어떻게 살려내야 할까. 필자는 세 가지의 방식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이념의 재정립이다.
백종원 브랜드는 단순한 미디어 인지도를 넘어 확고한 브랜드 철학과 이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마사 스튜어트’의 사례는 백종원의 브랜드 위기와 유사하다. 그는 ‘살림의 여왕’으로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가 주식 내부거래로 수형 생활까지 하고 나왔다. 당연히 그의 이름을 건 브랜드는 위기에 처했다. 다만 그는 출소 이후 소통을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였고 다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백종원 대표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브랜드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닌, ‘정직하고 신선한 재료', ‘친근함’ 그것이 만드는 ‘신뢰’와 같은 가치를 재확인하고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지난 6일,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백종원 대표는 논란에 대한 직접 사과와 함께 방송출연 중단을 서면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향후 어떤 조치와 실천이 뒤따를지 소비자들은 지켜볼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종업원에 대한 내부 브랜딩이다. 고객 접점에서의 브랜드 이념을 실천하는 자는 종업원이다.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실천하는 종업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
백종원 브랜드는 ▲모든 직원 ▲가맹점주 ▲협력사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백종원 대표도 모든 구성원이 브랜드 가치를 체화할 수 있도록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내부 브랜딩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품질 관리 ▲원재료 선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과정 ▲고객 응대에서 브랜드 가치가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 브랜드 시스템의 구축이다. 월트 디즈니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이자 사명으로 사용한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자신의 사망(1966년) 이후에도 지속되는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디즈니는 창립자의 가치와 비전을 회사의 DNA로 내재화시켰고, 이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디즈니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됐다.
백종원도 그의 사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과 서비스가 일관된 품질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품질 관리 체계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 모든 비즈니스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의미한다. 브랜드 확장 시 철저한 가치 정합성 검증, 정기적인 브랜드 감사, 소비자 피드백 시스템 등을 포함해야 한다.
셀럽 브랜드의 힘은 그 사람만의 철학과 진정성에서 나온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신화에 기대어 비즈니스 확장에만 집중한 결과, ‘백종원’이라는 브랜드는 이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위기는 브랜드의 본질을 재발견하고 더 강력한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사 스튜어트와 월트 디즈니의 사례에서 보듯, 진정성 있는 브랜드는 위기를 넘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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