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맛의 비결 ‘육수’…10분 거리 닭 공장서 재료 조달
FBH, 포장재 자체 생산…“물류비용 절감해 재투자”
[익산=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주방에서 셰프보다 더 높은 게 있어요. 바로 재료죠.”
넷플릭스 인기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최현석 셰프의 한마디다. ‘하림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에서 엿본 하림의 식품 철학과도 일치한다.
“식품의 본질은 맛이며, 최고의 맛은 신선한 식재료에서 나옵니다.”
지난 27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하림 퍼스트 키친 견학 현장에서 만난 하림 관계자는 “식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음식을 만들자마자 가장 최고의 맛을 내는 상태로 최대한 빠르게 가정의 주방으로 전달하기 위해 퍼스트 키친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에 조성된 하림산업 익산공장 ‘하림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 [사진 하림]
퍼스트 키친, 5200억 투입…‘국민 주방’ 꿈꾼다
하림 퍼스트 키친은 지난 2020년 말 하림이 전북 익산에 52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공장단지다.
하림 관계자는 “요즘 가정의 주방은 조리(cooking)보다는 식사(dining)를 위한 공간으로 변하는 추세”라면서 “퍼스트 키친은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공간이 모여 만들어진 식품 공장으로, ‘커다란 부엌’이라는 뜻을 지닌다”고 말했다.
‘온 국민의 공유 주방’을 지향하는 하림 퍼스트 키친에서는 밥, 국, 탕, 찌개류 등 가정식을 지칭하는 ‘HMI’(Home Meal Itself)와 천연 조미료, 라면 등의 제품이 생산된다.
퍼스트 키친은 ▲육수, HMI, 육가공품, 소스 등을 만드는 K1(Kitchen1) ▲즉석밥을 담당하는 K2(Kitchen2) ▲면류를 생산하는 K3(Kitchen3) ▲스마트 물류센터인 FBH(Fulfillment by Harim) 등으로 구성됐다. 각 주방(키친)에서 제조된 상품이 FBH에 모여 분류, 포장된 뒤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하림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의 K1(Kitchen1)에서 직원이 육수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하림]
설비·원재료·공정 투입 비용 ↑…원가에 반영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K1에서는 하림 식품의 핵심인 육수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림 관계자는 “유명한 셰프가 요리에 사용하는 비법 육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신선한 재료”라며 “퍼스트 키친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육수에 필요한 닭 뼈와 닭발 등을 최상의 상태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K1에서 만드는 육수는 국·탕·찌개류와 K3에서 생산하는 라면 스프 등에 쓰인다. 하림 관계자는 “조미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양파, 마늘 등의 채소로 감칠맛을 내기 위해 공장 직원이 직접 새벽부터 엄청난 양의 재료를 손질한다”면서 “기성품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최고의 재료로 맛을 내려는 철학을 지키기 위해 첨단 설비를 갖추고 고품질의 원재료를 쓰다 보니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림의 식품 자회사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10월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The) 미식’을 출시했다.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조리법을 내세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더 미식은 프리미엄 고가 전략을 고수하며 라면에 이어 즉석밥, 국·탕·찌개 등으로 생산 품목을 꾸준히 늘려왔다.
더 미식이 처음으로 선보인 ‘더 미식 장인라면’(4개입)은 30일 기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가 8800원에 판매 중이다. 1개에 2200원꼴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발언하며 주목받은 라면 중 하나다.
더 미식 라면에는 닭고기, 소고기, 버섯 등을 20시간 이상 끓여낸 액상 스프가 들어간다. 신선한 식재료를 대량으로 투입해 육수를 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즉석밥 생산 시에는 밥알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냉수 대신 열수를 뿌려 서서히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타사 대비 공정 시간이 길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공을 들이는 과정이 높은 가격의 원인이라고 하림 측은 설명했다.
‘하림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인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는 약 1000개가 넘는 닭 관련 제품을 생산한다. [사진 강예슬 기자]
“FBH, 타 기업과 공유할 것”
하림에 따르면 퍼스트 키친의 세 주방을 연결하는 FBH는 국내 최초의 ‘식품 물류 혁신 기지’다. FBH는 주문부터 포장, 배송, 고객 서비스(CS)까지 생산과 유통을 한 번에 처리 가능한 공간이다. 구름다리(고가·over bridge) 형태의 컨베이어 벨트가 각 건물을 연결하는 형태로 지어져 공장에서 제조된 상품을 바로 상자에 실어 FBH로 보낼 수 있다.
하림은 냉동과 냉장, 상온 제품을 한 번에 담아 배송 가능한 ‘멀티 박스’를 만들었다.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와 물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완충재, 보충재 등도 퍼스트 키친의 ‘포장 박스 제조장’에서 전부 자체 생산한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의 식품이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상태로 각 가정에 배송되도록 FBH를 설계했다”며 “FBH에서 절감한 물류비용은 식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향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식품 기업에도 FBH를 개방할 예정이다. 하림 관계자는 “FBH를 세울 때부터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 기업이 함께 신선한 식품을 고객에게 전달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공익적 역할도 함께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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